“매 순간이 큰 감동”…한강, 노벨상 수상 후 첫 국내 인터뷰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한강 작가가 7월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책방오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문광호 기자

“매 순간이 큰 감동”…한강, 노벨상 수상 후 첫 국내 인터뷰

입력 2026.07.20 06:00

수정 2026.07.20 10:16

펼치기/접기

‘책방오늘’ 폐점…노벨상 작가에게 책방은 무엇이었나

한강 작가가 7월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책방오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문광호 기자

한강 작가가 7월 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책방오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문광호 기자

“처음 (서울) 양재동에서 동네책방을 열 때가 2018년 7월이었다. 계약하고 그때부터 서점인이랄까, 자영업자랄까 그런 정체성을 가지고 살았다.”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7월 7일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입을 뗐다. 세계적인 문학상의 수상자로서가 아니라 ‘8년 동안 독립서점을 한 것이 기적’이라고 말하는 자영업자로 자신을 규정한 것이다. 한 작가는 ‘책방오늘’에 진심이었다.

한 작가가 이날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가진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공개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한 작가는 서점 운영 마지막 날 열리는 낭독회를 찾았다가 인터뷰에 응했다. 책방오늘에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에 따르면 한 작가는 늦은 저녁 열린 낭독회에서 직접 사회를 맡고 독자들과 대화하면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책방은 한 작가가 글쓰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였다. 한 작가는 맨부커상을 수상하기 직전인 2016년 1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글쓰기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며 살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상황이 된다면 서울 외곽에 작은 독립서점을 열고 싶다”고 답한 바 있다. 한 작가는 2018년 9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동네책방을 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2018년 문을 연 서울 종로구 ‘책방오늘’ 영업 종료일인 7월 7일 영업 시각을 기다렸던 시민들이 서점에 들어서고 있다. 한수빈 기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2018년 문을 연 서울 종로구 ‘책방오늘’ 영업 종료일인 7월 7일 영업 시각을 기다렸던 시민들이 서점에 들어서고 있다. 한수빈 기자

“많은 손님이 오셔서 저희가 정성껏 큐레이션한 책들을 만나주셨다. 행사도 많이 했다. 낭독회, 독서클럽, 읽기·쓰기강좌도 많이 하고, 여러 다양한 공연·전시도 했다. 그때마다 손님들과 따뜻한 시간을 많이 보내서 8년을 계속한 것 같다. 감사한 마음이다.” 한 작가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책방을 채웠고, 부지런히 손님들과 만났다.

한 작가는 무엇보다 지역 문화의 거점으로서 책방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처음 책방을 열었을 때 마을버스에서 내려서 퇴근길 집 가는 분들이 들어와서 방금 꽂은 책을 읽고 있었다”며 “‘이렇게 책을 진열해놓으면 서점이 되는구나, 조용히 책을 읽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또 “열정이 넘쳐서 소식지를 만들고 무가지를 서점 앞에 놔두면 동네 주민들이 가져가기도 하고 그걸 돌려 읽으면서 주변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했다”며 “책방이 생김으로써 책방 주변에 반경 몇㎞, 버스로는 일곱 정거장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이 책방과 같이 흘러가는 느낌을 받아서 그런 매 순간이 큰 감동이었다”고 회고했다.

“서촌에서는 좀 다른 분위기로 (영업)했다. 동네에 사는 분들, 직장 다니는 분들, 서촌에 나들이하는 분들이 오시면서 저희가 큐레이션한 책을 많이 봐주셔서 좋았다.”

한 작가는 독립서점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도 꾸준히 냈다. 2020년에는 정부의 도서정가제 폐지 추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에 나서 “버스정류장 일곱, 여덟 정거장 안에 서점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동네서점이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는다. 독자들이 책방의 문화행사를 찾아가게 되면 생활의 패턴이 달라지고, 읽는 책도 늘어난다. 결국 삶의 패턴도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2018년 11월 27일 서울 용산구 독립서점 고요서사에서 소설가 한강의 소설집 재출간을 기념한 ‘작은 낭독회’가 열렸다. 한강이 독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답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8년 11월 27일 서울 용산구 독립서점 고요서사에서 소설가 한강의 소설집 재출간을 기념한 ‘작은 낭독회’가 열렸다. 한강이 독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답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경영난에 서촌으로…“함께 있다는 감각 좋았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았다. 한 작가는 2023년 양재동에서 서울 종로구 통의동으로 책방을 옮긴 이유를 ‘경영난’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웹진 비유’ 2022년 7월호 인터뷰에서 책방오늘이 “만성적으로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적었다.

실제로 많은 동네책방이 낮은 마진 때문에 영업을 포기한다. 독립서점을 10년 넘게 운영하다 최근 전직한 A씨는 “책방 영업은 쉽지 않다”며 “10년을 하면 안정적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책값 자체가 팔아도 남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수익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젠트리피케이션은 피할 수 없다. 파주 ‘쩜오책방’ 대표 이정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동네책방이 가능한 조건 중 하나가 한곳에서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가”라며 “기업이 들어온다고 하면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책방을 옮겼지만 한 작가는 서촌에서의 영업도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지 않았다. 한 작가로부터 중개 의뢰를 받았던 통의동 한 부동산 관계자는 한 작가가 “한옥 건물을 원했고, 위치와 규모를 꼼꼼하게 따졌다”고 했다. 적당한 가격이면 매입까지 고민할 정도였다.

그렇게 고른 공간인 서촌에서 한 작가는 이 동네만의 매력을 느꼈다. 한 작가는 “서촌에서는 좀 다른 분위기로 (영업)했다”며 “동네에 사는 분들, 직장 다니는 분들, 서촌에 나들이하는 분들이 오시면서 저희가 큐레이션한 책을 많이 봐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작가 한강이 7월 12일(현지시간) 제80회 아비뇽 연극 축제에서 ‘작가와의 대화’ 행사가 끝난 후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작가 한강이 7월 12일(현지시간) 제80회 아비뇽 연극 축제에서 ‘작가와의 대화’ 행사가 끝난 후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책방도 덩달아 유명세를 치렀다. 노벨상 수상 직후 몰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책방을 잠시 휴관하기도 했고, 한 작가는 영업에 손을 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 작가는 노벨상 수상 후 지나친 관심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작가가 그럼에도 책방을 놓지 않은 건 소소한 감동의 순간들 때문이었다. 한 작가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독자들과 함께한 ‘메아리 낭독회’를 떠올렸다. 그는 “작가가 (먼저) 읽으면 참가자들이 메아리처럼 읽는 낭독회를 했다”며 “한번은 낭독회를 하는데 비가 쏟아져서 세상에 우리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함께 있다는 그런 감각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세상과의 연결은 한 작가가 작품 안팎에서 붙들고 있는 화두이기도 하다. 한 작가는 7월 12일(현지시간) 아비뇽 페스티벌의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도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연결돼왔다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 소감에서도 어린 시절 소나기를 맞다가 ‘내가 보는 비를 다른 이들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수많은 1인칭을 경험한 경이의 순간이었다”고 했다.

한 작가에게 책방은 그런 공간이었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손님에게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하고, 감각을 공유하는 장소였다. 책방을 운영하는 동안 <작별하지 않는다>, <빛과 실> 등이 세상에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한 작가는 폐업을 얘기하면서도 ‘끝’을 말하지 않았다. “일단 좀 멈췄다가 언젠가 돌아오지 않을까.”

  • 주요 기사
    • 많이 본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