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지상 로봇. 우크라이나군 제공
우크라이나의 지상 로봇 부대가 지상전의 판도를 바꾸면서 조용한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집중 분석했다. 지상 로봇은 보급품과 탄약 운반, 부상병 후송 등 병력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전투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궤도형·바퀴형 무인지상차량(UGV)으로 구성된 지상 로봇 부대를 운용하며 매달 수천 건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올해 5만대의 지상 로봇을 생산할 계획인데, 이는 지난해 생산량의 두배가 넘는 규모다.
지상 로봇은 보급품 전달, 탄약 운반, 부상자 후송, 지뢰 설치, 때로는 방어와 공격까지 수행하는 궤도형 및 바퀴형 기계를 지칭한다. 드론 공격을 피해 지하 벙커에 있는 보병들에게는 필수품이 됐다고 NYT는 전했다.
특히 러시아보다 열세인 병력 규모를 최대한 보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급과 후송, 위험 지역 정찰 등을 로봇이 대신하면서 병사들의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 보안상의 이유로 성을 공개하지 않은 올렉산드르 소령은 “우리는 병력을 잃을 여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병력 500여명과 지상 로봇 600여대를 운용하는 대대를 지휘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5~6차례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최근 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를 잃은 병사를 지상 로봇으로 구조한 사례를 소개했다. 적 점령 지역 약 4㎞를 이동하는 동안 로봇은 세 차례나 지뢰를 밟았지만 부상병을 안전하게 후송했다. 특히 지상 로봇의 역할은 지원 임무를 넘어 전투 영역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2024년 12월에는 기관총과 화염방사기, 폭발물을 장착한 지상 로봇과 공중 드론이 함께 러시아군 진지를 공격하는 사실상 첫 ‘전면 무인 로봇 돌격’이 이뤄졌다.
지난 4월엔 지상 로봇과 공중 드론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점령하고 병사 한 명도 직접 위험에 노출하지 않은 작전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밝힌 바 있다. 무장 로봇이 러시아군의 항복을 받아 포로를 우크라이나군 진지까지 호송하고, 50구경 기관총을 장착한 로봇이 45일 동안 홀로 진지를 방어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양측간 경계선인 킬존(kill zone)이 확장되면서 병력을 투입하지 않는 전투의 필요성도 커졌다. 어떤 곳은 킬존이 이제 약 24km에 이른다.
작년 3월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무인지상차량(UGV)을 시험 운용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지상 로봇 개발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용접공과 정비공 출신 장병들이라고 NYT는 전했다. 제93기계화여단 지상 로봇 대대를 지휘하는 올렉산드르 하르코베츠 대위는 전쟁 전 자동차 전자 부품 정비소를 운영했다. 그는 2023년 바흐무트에서 후퇴 명령이 내려졌을 때 전우들의 시신을 두고 철수해야 했던 경험을 계기로 원격조종 차량에 갈고리와 기관총을 장착해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이 차량은 특수부대조차 일주일 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전사자의 시신을 수습하는 데 실제로 투입됐다.
물론 로봇군단도 한계가 있다. 평평한 스텝 지대에서는 공중으로부터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로봇은 나무를 오르거나 참호에 뛰어들거나 병사처럼 임기응변으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군 오인 사격도 문제다. 한 부대는 로봇 포탑이 우크라이나 병사와 러시아 병사를 구분할 수 있도록 열쇠고리에 사용되는 RFID 칩을 군복에 꿰매는 실험을 했다.
다만 지상 로봇이 공중 드론만큼 널리 보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봇의 평균 가격은 약 2만4000달러로 대형 수송 드론보다도 두배가량 비싸다. 현재로서는 험한 지형에서 기동성이 떨어지는 데다 사람처럼 즉흥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한계도 계속 지적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