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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다시 원전, 메가프로젝트 마지막 퍼즐

입력 2026.07.13 06:00

수정 2026.07.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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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감원전서 증원전으로…널뛰는 에너지정책”

“LNG 발전소도 검토”…9월 정기국회 전후로 확정될 듯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업 투자계획 발표 후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3대 메가프로젝트(반도체·데이터센터·피지컬AI)가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바꾸고 있다. 정부는 기존의 재생에너지 기저전력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공식화했다. 주무 장관인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기후부) 장관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영광 한빛원전 부지와 울산시 울주 (새울)원전 부지에 2기씩 더 지을 땅이 있다고”고 밝혀 정책 기조 변화를 시사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 이은 이재명 정부의 ‘감원전’ 기조와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 “지을 곳이 없다”며 원전 건설을 지양했다. 하지만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에 전기가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부 때 계획된 원전 건설을 확정하며 빗장을 풀더니 원전 확대로 더 나가는 모양새다. 정부가 메가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속도전에 나서면서 9월 정기국회 전후 공개될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전력 확보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기후부에 따르면 사업에 필요한 추가 전력 수요는 약 27.7GW(기가와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 18.4GW,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6.3GW,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약 3GW를 합한 규모다. 27.7GW는 설비용량 1.4GW급 최신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환산하면 약 20기에 해당하는 발전량이다. 국내 원전 설비용량이 약 26GW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메가프로젝트만으로도 지금 가동 중인 원전과 맞먹는 규모의 전력 수요가 생긴다.

3대 메가, 원전 20기 전력 필요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에는 24시간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간헐적인 재생에너지만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나 양수발전댐 등 유연성 자원을 추가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발전량이 외부요인에 따라 달라지는 간헐성을 해결할 수는 없다.

원전을 기저전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급부상하고, 정부가 신규 원전 건설에 나선 이유다. 원전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측에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날씨 영향을 적게 받아 연중 안정적으로 전력을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현 정부도 내심 ‘대안이 없다’는 판단아래 원전 확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돌고 돌아 다시 원전, 메가프로젝트 마지막 퍼즐

다만 12차 전기본 확정을 통해 원전의 신규 건설 방침이 확정돼도 부지 선정 같은 절차를 포함하면 15년가량이 걸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규 건설을 위해 기존 원전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명이 만료돼 지난해 말 가동이 정지된 전남 영광 한빛 1호기, 9월에 수명이 끝나 정부가 계속 운전 여부를 심사하는 2호기 등이 대상이다. 한빛원전에는 추가 원전 2기를 건설할 수 있는 100만㎡ 부지도 확보돼 있다. 한빛원전 6기의 전력 규모는 5.9GW로 서남권에 추진하는 반도체 공장 4기에 필요한 6.28GW 규모와 맞먹는다.

하지만 주민 반발 등 갈 길이 멀다. 폐기물 저장 문제와 원전 냉각수로 사용한 온배수의 환경 문제, 지역 보상 등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다. 한빛원전을 비롯해 전국 주요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포화 단계에 이르러 정부가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주민들은 “임시 시설이 영구 시설이 되는 것 아니냐”며 반대한다.

33개 지역 시민단체가 함께한 ‘핵 없는세상 광주전남행동’은 7월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한빛 1·2호기 수명 연장 절차를 모두 중단해야 한다”며 “수명 연장 저지 활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정부가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발전원별 공급 규모와 비용 등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당사자 의견수렴 없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신규 건설을 논하기 전에 포화상태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임시 저장시설을 만드는 것에 대한 동의부터 먼저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발전소를 추가로 지으려면 송·변전 설비를 늘려야 하는데, 실현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반도체 공장이나 발전소가 없어 경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데, 송전선로만 지나가는 지역 주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현재 한빛원전을 뺀 모든 원전은 영남에 있다. 만약 기존 영남 원전 옆에 또 원전을 지으면 남부지방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에서 소비하는 구조가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영남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과 호남에서 소비하는 구조로 바뀌기만 한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는다.

주민 반발·송전선 설치 난제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력발전 동원이 현실적인 ‘단기’ 해법으로 거론된다.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반도체 공장 4기가 들어서는 전남광주 인근에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를 새로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면서도 공사 기간(3~4년)이 원전보다 훨씬 짧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영남은 고사하고 여수와 순천 등의 남는 전력을 쓰려 해도 송전선을 지어야 해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장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반도체 등의 산단 내부에 LNG 발전소를 짓는 게 선진국의 추세인 만큼 청와대가 나서서 기후부와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력발전인 LNG는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해 기후부는 LNG 활용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LNG 발전은 채굴과 정제, 액화, 수송, 기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를 80배 더 일으키는 메탄을 배출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기후목표와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반발한다.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국제사회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3대 메가프로젝트로 인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2000만t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프로젝트 가동으로 그 양만큼의 온실가스가 추가 배출될 것으로 환경단체들은 추산한다.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간소화하며 속도전에 나선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반도체 산업은 물과 전기를 다량 소비하고 온실가스와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산업인데,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고 줄일 기회조차 잃을 수 있어서다.

서남권 산업단지 후보지 상공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6월 30일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 참석한 뒤 헬기를 타고 서남권 산업단지 후보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서남권 산업단지 후보지 상공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6월 30일 광주에서 열린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 국민보고회’에 참석한 뒤 헬기를 타고 서남권 산업단지 후보지를 시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7월 6일 민관합동 점검 회의를 주재하며 “환경영향평가도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같은 지역이라면 (기존의 평가) 결과를 원용하는 것이 중요하고 새로 하게 돼도 기간을 대폭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고,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환경영향평가조차 속도전을 주문한 것이다.

보수 정부보다 기후·환경 정책 후퇴

반도체는 자원을 빨아들이는 산업이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8인치 웨이퍼 한장을 만드는 데 최대 3t의 물과 360여kWh(킬로와트시)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33만7942TJ(테라줄)과 1826만5108t(이산화탄소 환산량)에 달했다. 같은 해 SK하이닉스의 경우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9만8103TJ와 499만4862t이었다.

다른 메가프로젝트인 AI 데이터센터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서버를 돌리는 데 막대한 전력이 들어가고 서버 열을 식히는데 대량의 물을 냉각수로 쓰다 보니 미국 등에선 주민이 센터 설립에 반대해 사업이 중단되는 경우도 많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환경영향 평가도 최소화하고 원전을 더 많이 신규 건설하겠다는 것은 역대 보수 정부보다 기후·환경 정책이 더 후퇴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지키면서 현장 수요를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에너지정책이 탈원전에서 감원전, 증원전으로 널뛰고 있다”며 “AI를 핑계로 구체적인 수요 예측 없이 원전 부활을 명분으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원전을 지어도 가동하려면 수십년이 넘게 걸려 사실상 화석연료를 써야 한다”며 “정부가 프로젝트 구현을 위해 충돌하는 NDC와 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 사용) 문제에 대해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비롯해 국가의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경쟁자인 미국과 중국, 대만, 일본 등도 국가가 나서서 반도체와 AI 산업을 키우고 있어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단군 이래 가장 특별한 시기”라며 “대한민국 경제 좌표가 다시 그려질지도 모르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의 초격차를 지키고 AI 산업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해야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과거 범용 D램 중심의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었지만, 지금 메모리반도체는 AI가 존재하는 한 수요가 끊길 수 없다”며 “국가 대항전이 벌어지는 지금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현재 (한국의) 메모리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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