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전망대에서 올려다본 설산. 오경민 기자
지난봄 네팔 히말라야에 다녀왔다. 일주일 넘게 산길을 걸었다.
여행 준비는 머리가 아팠다. 어떤 항공편을 탈지, 어떤 트레킹 코스를 걸을지, 무엇을 배낭에 넣을지… 여러 선택지에서 한동안 헤맸다. 히말라야 여행자를 위한 카페에는 수많은 후기와 조언이 있었다. 필요한 정보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더 나은 선택’이 있는 건 아닐까 불안을 자극하는 글도 많았다.
여행을 다녀오며,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 나에게 맞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서 여행자들 사이에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내게 잘 맞았던 몇 가지 선택을 소개하고 싶다.
첫 번째는 여성 가이드와 함께 걷는 것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려면 일행당 최소한 한 명의 현지 가이드를 고용해야 한다. 실종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읽다 보면 한국말을 잘하고, 짐을 많이 들어주고, 비용까지 아껴주는 가이드가 좋은 가이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정작 내겐 한국어를 잘하는 가이드도, 힘센 가이드도 필요가 없었다. 일행이 있었기 때문에 가이드와는 꼭 필요한 만큼만 영어로 소통을 하면 됐고, 혼자 감당할 만큼의 짐만 들고 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쓰리 시스터즈 어드벤처 트레킹(쓰리 시스터즈)’이라는 회사를 알게 됐다. 히말라야 가이드들은 대부분 남성이지만 쓰리 시스터즈를 비롯한 소수 회사는 여성 가이드를 양성하고 고용한다. 가부장적 분위기의 네팔 사회에서 여성 자립과 인권 신장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이다. 한국인 사이에서 유명한 회사보다 비용은 조금 비쌌지만 그래 봐야 하루 5~10달러 차이였다. 가이드가 여행자들을 아침부터 밤까지 안내하고 돌보며 받는 돈이 하루 최대 30달러 정도라 조금 더 지불해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두 번째 선택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인터넷에 도는 ‘준비물 목록’은 길었고, 각종 일회용품도 포함돼 있었다. 속옷을 여러장 챙기면 무거우니 쓰고 버릴 수 있는 팬티라이너를 챙기라든가, 질 좋은 한국의 물티슈를 사가라든가, 배탈이 날 수 있으니 꼭 페트병에 든 생수를 마시라는 조언도 있었다.
내겐 팬티라이너도, 물티슈도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비누를 챙겨가 매일 빨래했고, 밥 먹기 전에 손을 씻었다. 처음엔 페트병에 든 생수를 사 마셨지만, 며칠 뒤부터 숙소마다 판매하는 정수된 물을 가져간 물통에 받아마셨다.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잘 쓰지 않는 물건은 여행지에서도 결국 쓰지 않는다.
트레킹을 하다 보면 짐을 나르는 당나귀나 사람을 셀 수 없이 만난다. 이들은 차가 다닐 수 없는 산길을 따라 물건을 산 위로 올리거나 아래로 내린다. 히말라야에서 물건의 이동은 곧 비용이다.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상당수는 그 자리에서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만든 쓰레기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니 배낭을 싸는 데 도움이 됐다.
히말라야에 다녀온 이들은 따뜻한 네팔 사람들과 끝없이 펼쳐진 웅장한 자연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행지에서의 경험이 관광객의 생각과 삶을 바꾼다는 이야기는 많지만, 관광객이 여행지를 어떻게 바꾸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이야기된다. 여행이 우리를 바꾸듯 우리도 여행지를 조금 바꾼다. 어떤 여행자가 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면 여행 준비가 수월해진다. 그리고 다음 방문 때까지 여행지가 보다 온전하기를 당당하게 바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