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한국 영화 최초의 시골 크리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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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한국 영화 최초의 시골 크리처물

입력 2026.07.10 14:23

수정 2026.07.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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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제목: 호프(HOPE)

제작연도: 2026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56분

장르: SF, 스릴러, 액션

감독: 나홍진

출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알리시아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

개봉: 2026년 7월 15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제공·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어? 여기서 끝낼 게 아닌데. 아마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본 많은 사람이 느끼게 될 당혹감이다. 아, 2편이 나오겠군.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감독은 자체적인 완결성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정말?

영화의 타이틀 작법은 감독의 직전작 <곡성>(2016)과 대칭을 이룬다. 영화의 주 무대가 실제 전남 곡성이지만 영화 제목엔 ‘哭聲’이라는 한자어가 부기돼 있다. 멀리서 보면 중의적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전남 곡성이라는 ‘장소’에 의미부여 하는 건 아니다. 그러면 호프는? 영제는 HOPE, 말 그대로 희망이다. 영화의 주 무대는 비무장지대 인근의 가상 바닷가마을 호포(號浦)다. 제목 호프는 이 마을 이름을 음차한 것이기도 하고, 희망을 찾기 힘들 상황을 역설적으로 붙여놓은 것일 거라고 예상했다.

전작 <곡성>과 대칭인 타이틀 작법

영화의 시간적 배경을 1970년대 말 혹은 1980년대 초쯤으로 막연하게 설정해놓은 것은 전략적이다. 마치 스페인 황무지를 미국 서부라고 우기는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 장르, 또는 그 장르의 한국적 변주라고 할 수 있는 만주 웨스턴 영화들(예컨대 신상옥 감독의 <무숙자>(1968),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같은 영화)처럼 사실상 판타지 장르에서 정합성이나 개연성 따위는 좀 안 지켜도 어때, 하는 너그러움을 품은 시공간이다.

오히려 놀라웠던 것은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크리처 액션 장면이었다. 한국의 전형적인 시골에 난입한 크리처가 다 때려 부수고 사람들을 죽이면서 폭주하고, 추억의 스텔라 경찰차를 탄 검은색 경찰 제복 순경이 총을 쏘며 추격전을 벌이는 그런 액션 연출은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못 봤던 장면이다. 나홍진 감독이 한국 시골을 배경으로 한 크리처물을 제대로 뽑아냈구나, 하고 감탄했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앞서 영화의 배경인 호포마을이 뭐를 해도 가능할 법한 판타지 공간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감독은 그 점도 포인트로 삼는다. 거의 불사(不死)의 천하무적 존재인 괴물에 맞서 마을 노인들은 무장하고 역시 추억의 복사 트럭 뒤칸에 타고 총을 쏘는 기동타격대를 조직한다. 트럭 뒤칸엔 총포류가 가득 실려 있다. 영화의 주인공인 경찰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은 마을 노인들에게 그 무기가 어디서 났냐고 묻는데 신통한 답은 듣지 못한다. 비슷한 상황은 범석과 같이 출장소에 근무하고 있는 순경 성애(정호연 분)가 M-16, M-203 유탄발사기, RPG 따위를 순찰차 뒤에 가득 싣고 왔을 때다. 범석은 어디서 가져왔냐고 묻지만 역시 얼버무리며 넘어간다. 어쨌든 중요한 건 눈앞에 날뛰는 저 괴물을 잡는 것이니까.

DMZ 인근 마을이라는 공간 판타지

액션 연출 사이사이의 내러티브는 촘촘하지 않다. 예컨대 복사 트럭을 타고 나타난 자체 무장한 마을 사람들은 ‘섬멸’, ‘타도’ 따위를 쓴 붉은색 머리띠를 두르고 있는데 괴물이 나타난 지 얼마나 됐다고 저런 각오를 다지는 머리띠까지 준비한단 말인가, 라는 의구심이 불쑥 떠오를 수 있다. 그 개인용 화기 중엔 휴전선 너머 북에서 사용되는 AK-47도 포함된 게 눈에 밟히지만, DMZ 인근 마을에서 한 40여년 전쯤이 시대 배경이라는데 뭐.

영화는 아침 일찍 논두렁 길에서 발견된 무언가의 존재의 습격을 받은 소 사체가 발견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존재의 힘이 생각보다 훨씬 압도적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처음 마을 습격 장면에서 등장하는 크리처가 한국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진격의 거인>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액션 장면 연출만은 최상의 솜씨다. 그러나 외계인 서사나 예고편에도 뻔질나게 등장했던 추락하는 시가형 UFO 같은 장면은 워낙 맥락 밖이라 영화 개봉 후 관객 호불호는 극명하게 나뉠 듯싶다.

영화가 건드리고 있는 대한민국 중장년 남성의 무의식적 악몽

이창성 사진, 눈빛 제공

이창성 사진, 눈빛 제공

언젠가의 인터뷰에서 감독은 영화의 스토리를 처음 떠올린 게 2017년이나 2018년쯤이었다고 밝혔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기이한 일이 벌어져요. 환한 빛과 함께. 그런데 그 기이한 일이 TV 뉴스에서 소개되는 거죠.” 감독이 전한 착상만 놓고 보면 맷 리브스 감독의 파운드 푸티지 SF영화 <클로버필드>(2008) 같은 영화일까, 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확인해보니 그쪽은 확실히 아니다. ‘수많은 마을 사람이 저렇게 죽었다면 보통 사건이 아닌데 왜 군대(DMZ 안이라면 민정경찰)는 출동하지 않나’라는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할 듯싶다. 어쨌든 설정은 ‘군대나 공무원들은 때마침 산불 진압에 투입돼서 오지 못하고 마을 경찰 출장소 소장 범석과 여순경 그리고 동네 동생 성기(조인성 분)가 이 외계인 습격 사건 해결의 주역이 된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국 영화평론으로 유명한 한 외국 평론가가 김지운 감독의 영화 <조용한 가족>(1998)의 집단 암매장 신을 두고 1980년 5월 광주를 떠올렸다고 쓴 걸 읽은 적 있다. 정보가 부족한 외부의 비평적 시각에서는 역사적 사건을 전혀 다른 맥락으로 접맥해 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앞서 복사 트럭을 탄 무장 노인들의 등장 장면에서 떠올렸던 것은 1980년 군사 반란 계엄군에 맞서 파출소를 털어 빈 카빈총 등으로 무장했던 5·18 당시의 시민군, 기동타격대였다(사진). 흔히들 대한민국 성인 남성들이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악몽을 한 번쯤은 반드시 꾼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장년층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1980년 오월 기억의 파편이 재조립돼 외계인 습격에 맞서 싸우는 나이 먹은 자신들이라는 악몽의 편린을 감독이 포착해 내놓은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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