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연패 늪’에 빠진 K방산, 갈수록 좁은 문…방산 외교는 ‘왝더독’의 함정 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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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연패 늪’에 빠진 K방산, 갈수록 좁은 문…방산 외교는 ‘왝더독’의 함정 피해야

입력 2026.07.10 14:20

수정 2026.07.1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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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나토 방위산업 포럼에서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나토 방위산업 포럼에서 참석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잠수함 수출이 유럽의 벽에 잇달아 막혔다. 한화오션이 폴란드의 차세대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오르카 프로젝트에서 스웨덴 사브에 진 데 이어 지난 7월 7일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코리아 원팀이 캐나다 순찰잠수함 사업(CSPA)에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에 밀려 탈락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저조한 군수 생산능력은 빠른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지닌 한국 방산에는 기회로 이어졌다. NATO 국가들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한국산 무기를 조달했다.

NATO의 벽

그러나 국제 무기시장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 NATO 국가들은 방산 병목 현상의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서 한국 방산업체를 배제하기 시작했다. 특히 잠수함처럼 장기 정비체계와 호환성이 중요한 전략무기의 경우 NATO의 방위 산업 생태계를 우선시하고 있다. 60조원 규모라는 이번 캐나다 순찰잠수함 사업이 대표적이다.

NATO는 1949년 창설 이후 ‘STANAG’이라는 표준 협정을 통해 회원국들의 무기체계, 탄약규격, 정비체계 등을 표준화하는 방위 산업 생태계를 유지해왔다. 여기에 합동 작전을 위한 회원국 간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체계와 데이터 연동, 표준 인증 등을 일치시키는 것을 우선시하고 있다. NATO에는 록히드마틴·보잉(미국), 에어버스(EU), 레오나르도(이탈리아), 탈레스(프랑스), KMW(독일) 등 세계적 방산 업체가 모여 있다. 최근에는 독일 방산이 가장 먼저 부활하고 있다. 독일은 침체한 자동차 산업을 뒤로하고 방위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 영향으로 현대로템의 K-2 전차는 2025년 1월 스웨덴의 전차 사업에서 독일 레오파르트 전차에 밀렸다.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 한국과 NATO 사이에 ‘조달 기본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공식화한 것은 NATO 방산 생태계에 참여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국이 NATO 표준화에 보조를 맞춰 NATO 방산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기대다.

이재명 대통령은 NATO 방산포럼에서 “(한국과 NATO가) 무기체계를 거래하는 현재의 방산 협력을 넘어 무기체계를 함께 연구·생산·운용하는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무기체계의 공동운영을 통해 유지비 절감 등의 효과를 많이 기대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나토의 범주 안으로 우리나라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파트너국으로 협력을 하는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 등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NATO 무기 공급망에 참여하려고 하지만, NATO 안보망 가입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다. 국제사회 시선은 냉정하다. 정부는 이 대통령의 NATO 정상회의 참석 명분으로 K방산 세일즈를 앞세우고 있다. 반면 미국과 NATO는 그들의 인도·태평양 안보망에 참여하는 시그널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동상이몽이다.

미국과 NATO는 그들이 그리고 있는 국제질서 전략의 일부분으로 한국을 활용하려고 애써왔다. 그런 만큼 NATO 안보망 동참 없이 방산 세일즈만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NATO 방산시장은 단순한 자본주의 질서에 의한 시장이 아닌 배타적 안보 공동체에 기반하고 있다. 정부와 방산 업계가 내세우는 ‘NATO의 무기 공급 병목이 곧 한국의 기회’라는 논리가 갈수록 통하지 않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나토 방위산업 포럼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진행자 마리아 라모스 앵커, 이재명 대통령, 애슐리 존슨 플래닛 랩스 CFO, 바이바 브라제 라트비아 외교장관, 팻 콘로이 호주 방위산업부 장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나토 방위산업 포럼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진행자 마리아 라모스 앵커, 이재명 대통령, 애슐리 존슨 플래닛 랩스 CFO, 바이바 브라제 라트비아 외교장관, 팻 콘로이 호주 방위산업부 장관. 연합뉴스

국뽕과 왝더독

방산 전문가들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 결과는 한국 방산의 기술력 부족이라기보다 대형 방산 사업이 성능·가격 경쟁을 넘어 외교·안보·동맹 구조가 결합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뒤집어서 얘기하면 상대국가의 안보동맹에 참여하라는 얘기다. 만약 한국 방산이 NATO 안보망의 편입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하는 구도에 엮이게 되면 한반도의 남북한 평화공존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중견국 외교의 핵심은 강대국 진영에 맹목적으로 편입되지 않고, 대한민국의 ‘전략적 공간’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K방산 수출은 K팝이나 K드라마, K푸드 차원의 문화가 결합한 상품의 수출이 아니다. K방산 수출은 한국 외교가 책임 있는 국제사회 중견국으로서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평화유지 및 다자협력의 방향과 맞아야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 현실에서 한국의 외교전략과 무기 수출 방향은 어긋날 수 있다. 무기 판매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국가 외교의 기본 전략을 뒤흔드는 ‘왝더독’(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으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무기 판매는 구매국과 수십년간 정비·부품·표준을 공유하는 ‘전략적 결속’이다. 반도체처럼 무기도 ‘많이 팔면 국익’이라는 일방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다.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 탈락은 정밀한 전략적 고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세일즈에만 올인한 현 정부 외교 기조에 던지는 경종이다. 방산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이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쓴 비용만 수백억원, 일각에서는 10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한화의 과도한 홍보가 경쟁사인 TKMS사를 넘어 NATO 전체와의 경쟁 구도로 만든 부작용을 낳았다는 분석도 있다.

핵심은 한국 방산 생태계가 이제 생산라인 유지를 위해서는 내부 수요를 넘어 수출이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는 점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연간 수출이 수억달러 수준에 머물던 한국 방산 수출은 2021년 73억달러, 2022년 173억달러로 급증했다. 2025년에는 약 15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방산은 맹목적 자부심을 드러내는 국뽕의 대상이 됐다. 캐나다 순찰잠수함 사업에서 장보고-Ⅲ(KSS-III) 배치-II의 수직발사대가 ‘신의 한수’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순찰(Patrol)’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수직발사대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주요 변수가 전혀 아니었다.

앞으로 안정적인 해외 수주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산 생산 기반은 축소될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과 NATO가 주도하는 세계 거대 안보망에 편입돼 그들의 핵심 표준체계에 종속된 방산 조달기지가 돼서는 곤란하다. 이는 한국이 기술과 자본을 대고 위험을 분담하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산은 한반도 평화공존 전략의 하위개념으로 작동돼야 한다. 국뽕에 빠져 무기 세일즈가 외교·안보 전략의 근간을 흔들어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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