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출마자 10명 중 8명 ‘그린닥터스’ 경력
그린닥터스 대표는 정이한 아버지 정근
개혁신당 측 “공천과정에서 특이사항으로 판단하지 않았을 것”
지난 5월 29일 정이한 전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와 신유림 구의원, 정선애 비례후보가 부산 진구 국립국악원 앞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정이한 페이스북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사태가 엄청 큰 건이라 당이 존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자를 만난 개혁신당 전 당직자의 말이다. 어떤 사태를 말하는 걸까.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 피습 자작극 사태다.
7월 8일 정 전 후보의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증거인멸 우려”가 이유다. 공모관계를 의심받는 30대 인사 A씨 역시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로 영장이 발부됐다.
6·3 선거 직후 피습 자작극 의혹이 불거지자 정 전 후보는 온라인으로 탈당계를 제출하고 잠적했다. 그동안 운영했던 블로그와 SNS도 모두 삭제했다. 그러나 ‘흔적’은 남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공유’한 5월 29일 정이한 전 후보의 부산진구 국립국악원 유세 글엔 정 전 후보와 신유림 구의원, 정선애 비례후보가 인사하는 사진이 찍혀 있다. 정 전 후보는 “바쁜 일정에도 함께해 주신 온병원 정근 이사장님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고 밝히고 있다.
정 전 후보가 이 게시물에서 정근 이사장과의 관계를 밝히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부자 관계다. 이날 유세에 나선 개혁신당 후보자들을 묶은 연관 고리는 또 있다. 역시 현재는 인터넷 홈페이지가 폐쇄된 그린닥터스라는 봉사단체다. 정근 이사장은 이 단체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개혁신당 부산시의원 광역비례후보 1번으로 등록 직전까지 정 이사장의 온병원 간호과장으로 근무했던 정선애씨는 이 단체의 보건정책 이사를 맡고 있고, 정 전 후보는 청년단장, 신유림씨는 부단장을 맡은 걸로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었다. 실제 주간경향이 확인한 결과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개혁신당 부산 츨마자 10명 중 8명은 이 그린닥터스라는 봉사단체에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실제 후보자들의 공보물을 보면 이 ‘그린닥터스’라는 단체의 활동을 주요경력으로 표시한 경우가 있다.
의문은 공천과정에서 이런 대목이 왜 스크린 되지 않았냐는 점이다.
주간경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산 지자체 선거에 출마한 개혁신당 후보들을 접촉했다. 대부분 “개인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은 곤란하다. 중앙당과 소통해주길 바란다”며 입을 다물었다.
“자작극인지 여부는 전혀 모르겠다. 기사가 나오는 걸 봤는데 상당히 잘못된 것이 많다.” 개혁신당 부산시 비례1번이었던 정선애씨의 말이다.
- 뭐가 잘못되었다는 말인가.
“원장님(정근 온병원 이사장)이 공천에 관여했다고 하는데 개혁신당 공천시스템에 맞춰 서류를 넣었다. 뒤늦게 5월 마지막 주 선거후보 등록하는 주에 모든 서류를 준비해 등록할 수 있었다. 낸 자료를 보고 적합한 인물이니 후보가 된 거 아니겠나.”
- 그린닥터스 보건정책 이사나 온병원에서 근무한 건 이력서에 썼나.
“당연하다. 당연히 그게 들어가야 한다.”
- 그러면 이거는 뭐하는 단체냐는 건 면접심사 때 안물어봤나.
“인적사항을 물어보고 부산에 예전부터 거주한 거냐, 비례 시의원이 되면 뭘하고 싶나 등을 물어봤다. 그린닥터스 관련으로는 안물어봤다.”
- 공천된 10명 중 8명이 그린닥터스 관련 직책을 가지고 있다. 정이한은 청년단장이고 신유림은 부단장이다.
“내가 정책보건이사를 맡은 건 맞다. 다른 후보들의 경력은 제가 관여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
- 정근 원장과는 출마 논의를 했나. 병원에 근무하는데 출마하려면 최소한 양해를 받거나 설명을 해야 하지 않나.
“출마 권유를 한 건 아니다. 제가 출마하려 한다고 하니 ‘간호사로서 그런 데 나가보는 것도 좋지’라고 해서 나간 거다. 이렇게까지 내 시간을 쓰면서 개혁신당에서 그래도 이번에 뭔가 될 줄 알고 공천을 받았는데 자작극이니 뭐니 해서 저도 진짜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10일 부산 서면 삼덕통닭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정이한 당시 개혁신당 부산시장 후보(오른쪽)를 비롯한 부산지역 출마자 및 당원과 모임을 갖고 있다. /정이한 페이스북
현재 정 전 후보에게 발부된 구속영장은 피습 자작극 관련이다. 사태 후 일파만파로 커진 온병원 그룹 계열 여론조사 회사 관련 의혹이나 정 전 후보 선거 동원 의혹 등 부친 관련 현재 고발조치만 이뤄진 상태다.
개혁신당은 지난 6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식 사과를 내놓은 후 침묵하고 있다. 7월 8일 정 전후보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해서도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6월 22일 부산지역 출마자들의 ‘그린닥터스’ 관련 의혹과 관련한 주간경향 질문에 “저는 공천 절차에 개입하지 않았을뿐더러 개혁신당은 공천 절차가 완전히 온라인화되어 있어 조회도 못 한다”며 “내부인사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 활동 역시 당 대표자가 개별 제어나 보고를 받지 않는다”라며 대표책임론과 선을 그었다.
이기인 개혁신당 사무총장은 7월 6일 “그린닥터스라는 단체 이름은 처음 듣는다”라며 “정이한 사건 관련 대응은 당 공보팀장으로 일원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혁신당 측은 지난 6월 18일 공식사과 당시 “진상 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조사단장은 하헌휘 법률위원장이 맡고 있으나 반달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공식적인 조사결과는 내놓지 않고 있다.
개혁신당 부산시당 후보자들 다수의 ‘그린닥터스’ 활동 의혹과 관련 개혁신당 장지훈 공보팀장은 7월 6일 “통상적인 공천 심사과정에서 봉사 단체 활동 이력은 복기할만한 특이사항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라며 “현재 확인한 바에 따르면 문의한 부산지역 공천 신청자 10명 중 해당 활동 내용을 공천 심사 서류에 기재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답했다.
주간경향에 해당 경력을 심사서류에 넣었다고 밝힌 정선애 전 후보자와 관련 7일 그는 “답변 내용은 같다. 저분은 온그룹재단에 근무했는데 그린닥터스 기재여부를 묻는 것은 무용한 질문”이라며 “이미 수사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적극협조하고 부산시민들에게 죄송하며 공천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만큼 (정이한 전 후보 구속과 관련) 추가 입장은 없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 월요일(2026년 7월 13일) 발매되는 주간경향 1687호에서 상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