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뿐 아니라 전월세까지 가파르게 오르는 삼중 강세가 나타나며 오피스텔 수요가 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체에 오피스텔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1~2인 가구와 청년층이 사는 서울 비아파트 방 한칸(원룸)의 평균 전세 보증금이 한 달새 600만원가량 뛰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 조사에 따르면, 5월 기준 서울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평균 전세 보증금이 2억2284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보다 599만원(2.8%) 상승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보증금 1000만원 기준 원룸의 평균 월세는 0.8% 오른 70만원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전세 매물 감소에 따른 전세 수요가 비아파트 시장으로 확산한 것이 전월세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고 다방은 분석했다.
치솟는 전셋값에 내 집 마련에 나선 30대도 있지만, 대다수 청년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대출이나 주식 투자로 서울에서 집을 사는 데 보탬이 될 만큼 돈을 불리려면 종잣돈이 있거나, 부모지원 없이는 쉽지 않다. 전세가 사라진 자리는 반전세나 월세로 채워지고 있다. 그 비용은 임차인에게 주거비로 전가된다. 정부가 뒤늦게 “닥치고 (주택) 공급”을 꺼냈지만, 임대시장의 80%를 담당하는 민간임대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저성장 시대에 전세가 지속 가능한 제도가 아니라는 정부의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전세에 기대 사는 임차인들이 많다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내 근로자의 중위 연봉은 3417만원으로 월 소득이 285만원이다. 중위 연봉은 전체 직장인을 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값으로 직장인 절반이 세전 월 300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들이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며 원룸에서 살려면 소득의 약 30%를 주거비(관리비·공과금 포함)로 써야 한다. 그마저 경쟁이 치열하다. 전월세난을 취재하며 만난 청년들은 “벌레와 겸상을 피할 수 있는 쓸 만한 월세도 부족해 한정된 의자 빼앗기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 방침대로 전세 소멸이 불가피하다면, 월세 사회에 필요한 안전망도 동시에 만들어야 한다. 월세에 살아도 청년과 중산층이 자산을 쌓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주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 월세 시대로의 진입은 자산 형성과 세대·계층 간 격차, 출생률 하락 등 사회·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문제다. 전세가 사라진 자리를 무엇으로 채울지, 월세 사회로의 전환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에 관한 정교한 대응이 절실하다.
김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