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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1표제의 함정

입력 2026.07.06 06:00

수정 2026.07.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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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주권 빗대 ‘당원 주권’ 설명은 신중해야… 정청래 1인1표제 연임 승부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 이후  정 전 대표는 대표직을 사임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6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 이후 정 전 대표는 대표직을 사임했다. 박민규 선임기자

“우리나라 정치학자들이 연구를 잘 안 한다. 당원 주권론이나 정당 경선 과정에 대한 연구나 논의가 필요하다. 단적으로 당원 주권론은 포퓰리즘을 강화한다. 그게 꼭 ‘1인1표제’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정당 내에서 논의하고 도입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1인1표제를 넘어 약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같이 돼야 하는데 형식적으로 할 거냐 말 거냐 논쟁이 돼버린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의 말이다. 전체적으로 정당 운영에 대한 논의 수준 자체가 올라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지난 6월 16일 전당대회 중앙위원회에서 정청래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이다. 정 전 대표는 차기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뒤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함께 ‘1인1표제 당원 주권론’을 주장하는 포스팅을 연일 올리고 있다. ‘1인1표제’는 지난해 8월 치러진 경선에서 1년 임기의 당대표에 당선됐던 정 전 대표의 대표 공약이다.

최초로 1인1표제로 치러지는 당대표 선거

6월 30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 1차 회의에서 8월 17일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비율 70%+국민 여론조사 30%로 결정됐다. 여기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는 동일 기준을 반영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기존 대의원 17, 당원 1의 비율이었던 것이 대의원과 권리당원 비중이 똑같은 1:1 비율로 바뀐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치러지는 전당대회는 최초로 권리당원 1인1표제가 적용되는 당내 선거다.

이날 결정된 일정은 당대표, 최고위원 후보 등록은 7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이며 8월 1일부터 16일까지 전국 순회 경선을 치른 뒤 8월 17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전국 당원대회’에서 최종 당선자가 선출되는 안이다.

서용주 맥정치사회연구소 소장은 “당원이 주인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당원만 주인이라고 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라며 최근 축구협회 사태를 빗대 이 문제를 설명했다. “최근 월드컵 본선 진출 좌절을 두고 왜 축구협회가 욕을 먹나. 축구협회 예산만으로 운영된다면 자신들 마음대로 해도 될지 모르지만 결국 국민 세금을 바탕으로 한 수백억원 국가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국민으로서는 비판할 자격이 있다. 정당도 정당법 제2조에 따르면 국민 이익을 위해 있는 집단이다. 당원만 주인이 아니다. 당원도 주인이고, 국민도 주인이다. 당원에 가두리를 치는 것이 아니라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정당 시스템은 좁혀줘야 한다.”

정치학자나 정치평론가들은 앞서 정 전 대표의 언급처럼 국가 주권의 개념에 빗대 당원 주권을 설명하려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주권(sovereignty) 개념은 그렇게 남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당은 국가를 운영하기 위한 중요한 단위로, 정당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한 사회를 운영하는 민주적 시민들의 집단적 훈련이며, 그 과정에서 공직 후보자를 배출하는 것인데, 그런 과정이 빠진 채 당대표 선출권만을 갖고 당원 주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투표 반영 비율을 7:3으로 하냐 6:3으로 하냐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2년 동안 당이 어떻게 갈 것이냐에 대해 후보들이 계획을 내놓고, 당원 토론 결과로 나온 정책계획을 실현할 리더십이 선출되는 것이 맞다. 이것은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인데 그런 식으로 당의 앞으로 2년 동안의 비전·계획을 논의하지 않는다. 당내에서 콘텐츠 공급이 안 되니 외부의 빅스피커·유튜브에 휘둘리는 것이다.”

유승찬 대표는 지역별·세대별 불균형성, 숙의민주주의가 어려워진다는 점, 그리고 포퓰리즘이 강화되는 것을 방지할 장치가 없다는 등의 세 가지를 ‘1인1표제의 단점’으로 꼽았다.

8월 당권 도전이 확실시되는 정청래 전 대표가 사퇴 직후 SNS를 통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주장 글을 줄기차게 올리는 거나 지난 지선 이전부터 호남지역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을 두고 실제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40·50대와 호남을 의식한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악의 반면교사 ‘영남 70대당’ 된 국민의힘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은 “만약 정당의 구성원이 국민구성원과 비율이 똑같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현재의 민주당은 당원이 아무리 늘어도 호남, 수도권, 40·50대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국가의 참정권과 달리 1인1표제를 하면 전국정당이 아니라 40·50대 호남, 수도권 정당이 되는 것이다. 당 운영만이 목적이면 상관없는데 부작용이 생겼을 경우 최악의 경우가 현재의 국민의힘, 그러니까 당원 주권 1인1표제가 ‘영남 70대 정당’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당내 경선에서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정치결사체로서의 정당이 본래 추구하는 목표, 집권으로부터는 점점 멀어지는 길이 아닌가.” 그에 따르면 정당에 헌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당원투표가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볼 필요가 있다. “당원 숫자가 300만명이 있다고 선거에서 1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당원 수가 적더라도 유권자들이 표를 주면 집권당도 됐다가 제1당이나 야당, 심지어는 원외 정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정당의 당비만이 아닌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이 그 이유다. 문제는 현재의 1인1표제 논의에서 이런 측면이 전부 거세돼 있다는 점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당의 주인이 당원이라는 말은 원론적으로는 맞지만, 당의 지도부를 뽑는 것과 당이 배출한 공직 후보자를 누가 선출하는 가는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당 총재가 대통령 후보나 국회의원 후보도 다 뽑았는데 그건 확실히 비민주적이다. 당의 공직 후보자를 당 총재나 공천심사위원장도 아니고 당원들이 뽑는 것이 민주적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인데 한국에서는 그게 변질해 당원을 많이 가입시켜 세몰이해 당권을 쥐는 것으로 활용되고 있다.” 당원의 숫자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원의 지역별·세대별·계층적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전국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지난 6월 26일 공개된 딴지방송국의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가 진행자 방송인 김어준씨와 함께 최근 정치적 상황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딴지방송국 유튜브 캡처

지난 6월 26일 공개된 딴지방송국의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가 진행자 방송인 김어준씨와 함께 최근 정치적 상황에 대해 발언을 하고 있다. 딴지방송국 유튜브 캡처

김어준·유시민은 김민석 선대본부장?

“당권 경쟁에 나서고 있는 김민석 전 총리가 ‘1인1표제를 잘못하면 조합장 선거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하며 논란이 지속하고 있는데 사실 1인1표제 논란은 이미 끝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고 본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말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차기 대표에 누가 적합한가를 두고 김민석과 정청래가 비슷비슷하게 나오지만, 민주당 지지층으로 한정해놓고 보면 김민석 지지 여론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뭔지를 당대표 경선에 나서고 있는 주자들이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선거 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민주당 선대본부장을 맡았다는 말이 나왔던 것처럼 지금은 방송인 김어준, 유시민 작가가 김민석 선대본부장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슨 뜻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이른바 민주당의 재건축을 하려고 하면서 코어 지지층의 이탈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최근 김어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가 주장했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그전에 제기한 이른바 ‘ABC론’도 정통 민주 세력과 뉴이재명 사이의 선 긋기였는데 결국 민주당 지지층의 악몽을 되살리는 최악의 자충수가 돼버린 것이다.”

김 대표가 말한 ‘악몽’이란 과거 참여정부 당시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이다. 분당 이후 양당은 지지층 분열로 어려움을 겪었고 정권 재창출은 실패로 끝났다. 민주당의 강성팬덤도 ‘집권 2년차 대통령을 흔들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유시민·김어준이 그 선을 넘어버렸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의 김민석 결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끝까지 누가 어떻게 이재명 정부를 성공시킬 것이냐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데 이재명의 통합노선에 대한 의구심으로 판을 흔들어야겠다고 김어준이나 유 작가는 생각한 듯하다. 그런데 판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그 불안감이 원동력이 돼 민주당 지지층이 김민석 지지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대표 경선에서 송영길의 역할이 또 다른 변수가 되겠지만, 내가 보기에 전당대회는 이미 끝났다고 본다.”

서영주 소장 역시 “적어도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생각하는 만큼 이상 압도적인데 현재 정청래 쪽의 표는 다 끌어모아도 40%가 최대치”라며 “지난 지선 이후 정 전 대표의 행보가 집권 2년차, 정확히 말해 1년 2개월 된 아직 ‘살아 있는 권력’을 뒤집으려는 것처럼 비치면서 현재의 민주당 지지층의 마음을 얻어 연임은 쉽지 않아보인다”라고 말했다. 아직 한 달 반의 시간이 남았지만, 유시민·김어준의 지지를 받는 정청래 전 대표가 현재의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당대표 재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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