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안에 1곳 더 터진다”…중앙그룹 부도 사태 심상찮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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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안에 1곳 더 터진다”…중앙그룹 부도 사태 심상찮은 이유

입력 2026.07.06 06:00

수정 2026.07.0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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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적자에도 무리하게 강행한 ‘경영진의 투자 실패’로 부채 키워 후폭풍

미디어 환경 급변…콘텐츠 중심의 산업 구조 개편 없인 연쇄 위기 가능성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6월 15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에서 열린 JTBC 등 중앙그룹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로 인한 회생 절차 개시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6월 15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에서 열린 JTBC 등 중앙그룹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 위기로 인한 회생 절차 개시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하나의 지주회사 밑에 신문이 있고 방송이 있습니다. 방송 때문에, 또는 신문 때문에 서로가 영향받지 않는 구조입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타임워너가 다 그러합니다. 그 같은 선진형 지배구조를 갖춰야만 우리가 꿈꾸는 원대한 ‘대업’을 이룰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2009년 9월 22일 중앙일보 창간 44주년 기념식)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회장(현 중앙홀딩스 회장)은 2009년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공식화하며 이같이 호언장담했다. 그가 말한 대업은 단순히 종편 출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신문과 방송, 콘텐츠 제작사를 하나의 지주회사 아래 묶어 글로벌 미디어그룹으로 도약하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 중앙그룹은 부도 사태를 맞았다. 홍 회장이 본보기로 제시했던 기업들의 운명도 엇갈렸다. 타임워너는 사실상 과거 그룹 체제가 해체됐고, 워싱턴포스트는 기자를 대량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뉴욕타임스만이 디지털 구독 체제로의 전환에 성공해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대업은 왜 이뤄지지 않았을까. 업계에서는 그 원인을 만성 적자에도 무리하게 강행한 ‘경영진의 투자 실패’에서 찾는다. 현금(유동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콘텐츠, 중계권, 상장 등의 모험을 하면서 부채를 키웠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앙그룹이 혁신을 앞장서 시도해왔다는 점에서 경영 실패로만 짚고 넘길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미디어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상황에서 정책·제도가 혁신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콘텐츠 중심의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 사옥. 김정근 기자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 사옥. 김정근 기자

4월엔 흑자랬는데 6월 부도났다

겉으로는 징후가 드러나지 않았다. 불과 두 달 전인 4월 JTBC는 ‘2025년 흑자로 돌아서 종합편성채널(종편) 중 최대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JTBC는 채널 경쟁력과 효율적인 편성 전략의 성과라고 설명했고, 중앙그룹은 15년간의 혁신이 결실을 본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 60일 뒤 부도가 났다.

문제는 흑자 전환의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데 있었다. JTBC는 2011년 개국 이후 단 2년(2017~2018)을 제외하고 줄곧 적자를 면치 못했다. 드라마·예능 제작, 스포츠 중계권 확보 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지만 회수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광고시장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위축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공표한 ‘2025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 상황’에 따르면 2021~2025년 모바일 광고시장이 연평균 7.5% 성장한 반면 방송광고 매출은 연평균 10.6% 감소했다. 실제로 2021년까지 JTBC 매출의 64%, 2383억원에 달했던 광고 수익은 2024년부터 1800억원대로 약 500억원 줄었다.

JTBC의 부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2026년도 대규모기업집단 공시에 따르면 2025년 연말 기준 JTBC의 부채비율은 550%까지 치솟았다. JTBC가 채무 상환을 위해 손쉽게 쓸 수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약 73억원이었는데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가 2703억원에 달한 것이다.

그동안 차입을 통해 현금을 공급해줬던 중앙그룹 내 계열사들도 모두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2026년도 대규모기업집단 공시에 따르면 지주사인 중앙홀딩스의 부채비율이 581%, 중앙일보가 313%, 메가박스는 무려 2108%였다.

JTBC는 6월 12일 206억원 규모의 차입금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했고, 이는 6월 18일 중앙홀딩스·JTBC·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중앙피앤아이 등 중앙그룹 5개사의 기업회생 절차 신청으로 이어졌다.

6월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JTBC·중앙일보 채권피해자연대 주최로 ‘중앙그룹 기획부도 규탄 및 채권자 피해 보상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들은 ‘기획부도’가 의심된다며 청와대 등을 향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6월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JTBC·중앙일보 채권피해자연대 주최로 ‘중앙그룹 기획부도 규탄 및 채권자 피해 보상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들은 ‘기획부도’가 의심된다며 청와대 등을 향해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적자에도 투자…경영진이 경영 잘못한 것”

이번 사태가 경영 실패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홍석현 회장의 아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2022년 신년사에서 “지난해 콘텐츠 제작비를 축소하지 않고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해 예전의 위상을 되찾고자 노력했다”며 드라마·예능·스포츠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홍석현 회장의 ‘대업’처럼 ‘마켓 리더를 향한 대장정’을 목표로 더 가열찬 투자를 선포한 것이다.

실제로 JTBC는 <스카이캐슬>(2018~2019), <재벌집 막내아들>(2022) 등 드라마뿐 아니라 <냉장고를 부탁해> 등 예능에서도 흥행작을 만들었지만 수익화의 핵심인 지식재산권(IP) 사업은 계열사인 SLL로 넘겼다. 중앙그룹이 SLL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던 계획은 상장 무산으로 수포가 됐다. 여기에 5억달러(약 7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스포츠 중계권 투자도 다른 방송사들에 되파는 데 실패하면서 빚으로 남았다.

SK브로드밴드 경영전략그룹장을 역임한 조영신 동국대 대우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중앙그룹 경영진이 경영을 잘못한 것”이라며 “개국 후 14년 동안 13년 가까이 적자를 기록했고, 그런 상황에서 베팅(모험적 투자)이 계속 실패하면서 안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기초체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잇단 투자가 실패하면서 후폭풍을 맞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JTBC가 콘텐츠 중심의 투자 전략에 매달리면서 대안이 될 수익 모델을 마련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SLL이 종합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된 2020년 당시는 (K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시장에 넘쳤다”며 “문제는 (중앙그룹 전체가) 만성 적자인데 플랜B도 없이 그것만 바라봤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2011년 12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개국 축하쇼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이 손뼉을 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유재홍 채널A 사장, 오지철 TV조선 사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희태 국회의장, 김황식 국무총리,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남선현 JTBC 사장, 윤승진 MBN 사장, 장용성 매일경제신문 전무, 임태희 대통령실장(왼쪽부터·아래).  사진공동취재단

2011년 12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개국 축하쇼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이 손뼉을 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유재홍 채널A 사장, 오지철 TV조선 사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희태 국회의장, 김황식 국무총리,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남선현 JTBC 사장, 윤승진 MBN 사장, 장용성 매일경제신문 전무, 임태희 대통령실장(왼쪽부터·아래). 사진공동취재단

16년 전 보고서에도 “종편 사업성 불투명”

콘텐츠 투자로는 살아남기 힘든 한국 미디어산업의 독특한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한국 매체 시장 자체가 기형적”이라며 “좋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해서 부를 축적하는 게 아니라 이미 보장된 기업·정부 광고 시장을 유지하다 보면 돈을 버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그 문법 말고 다른 문법을 따랐던 회사가 제일 먼저 망했다는 게 한국 시장의 특이한 속성을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종편의 사업성이 우려된다는 전망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종편 도입 논의 초기에도 이미 나온 바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09년 발간한 ‘보도전문채널 및 종합편성채널 제도연구’ 보고서에서 “제한된 방송 시장의 크기, 제작비 부담 등 현실적 변수를 고려할 때 종편과 보도채널은 사업성이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또 “지상파방송의 연간 제작비가 2000~3000억원이란 점을 감안할 때 (자금력이) 막대한 기업이 아니면 투자가 어렵고 최소 3~5년간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고 했는데 JTBC의 경우 그보다 긴 10년이 넘는 기간 적자를 감수했다.

이준웅 교수는 한국 미디어사들이 콘텐츠를 판매할 플랫폼을 잃은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콘텐츠 시장이 네이버·넷플릭스에 의존적인 구조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내용을 혁신해서 공급하면 뭐가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애초에 잘못”이라며 “대박이 나느냐가 내용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플랫폼 회사의 공급 전략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견해다. 광고시장의 중심은 디지털에서 모바일, 이제는 AI 중심으로 변하는데 아직도 신문사들은 지면 구독·광고로 매출을 내는 구조를 탈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온라인 구독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점을 가장 큰 전략 실패로 꼽았다. 실제로 홍석현 회장이 2009년 언급했던 글로벌 미디어그룹 3개사 중 뉴욕타임스만 성장을 이어가는 이유도 요리, 쇼핑, 게임 등으로 구독 기반을 넓히며 1300만 구독자 수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문사가 스스로 플랫폼이 된 셈이다. 반면 뉴스 구독에만 집중했던 워싱턴포스트의 구독자 수는 2020년 3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을 걸었다.

회생을 신청한 중앙그룹 계열사 5곳에 대한 법원 심리가 시작된 6월 23일 전진배 JTBC 대표이사가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회생 대표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생을 신청한 중앙그룹 계열사 5곳에 대한 법원 심리가 시작된 6월 23일 전진배 JTBC 대표이사가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회생 대표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별 기업 대응 한계…“범정부 대책 필요”

시대 변화에 발맞춘 정부의 규제 완화·정책적 지원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월 기고문을 통해 ‘콘텐츠 산업 전반에 위기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전망했던 이상원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디지털·AI 전환이 시급한 시기에 방송 광고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과거에 잘 작동이 안 되지 않았나. 그런 측면에서 대응이 느려진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디어산업 진흥, 규제 완화 등을 다룰 부처가 쪼개져 통합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 교수는 “이대로 가면 미디어산업 전반이 위기”라며 연쇄적으로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광고는 다 동영상광고로 넘어갔고, 콘텐츠는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꽉 잡은 상황”이라며 “3~4년 안에 또 문제가 생기는 사업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체계적으로 규제·산업 진흥을 논의할 미디어발전위원회(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비전을 세워서 규제를 개선하고 거버넌스도 확립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이나 총리실에서 나서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JTBC 같은 경우) 보도라든지 공적 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돌아갈 수 있게끔 최소한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혁신이 멈추는 사건이 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혜주 언론진흥재단 차장은 6월 25일 SNS에서 “실패의 원인을 혁신 자체에서 찾기 시작하면 다른 언론사들의 고위 의사결정자들은 오히려 투자하지 않을 명분을 얻게 된다”며 “이번 사태가 혁신의 실패로 기록되지 않았으면 한다. 배워야 할 것은 ‘투자하되 성과가 조직의 지속가능성으로 돌아오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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