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악과 세대 갈등…“이게 왜 좋아?” 코르티스에 갈린 부모와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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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악과 세대 갈등…“이게 왜 좋아?” 코르티스에 갈린 부모와 자식

입력 2026.07.03 14:40

수정 2026.07.0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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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모 음악평론가
아이돌 그룹 코르티스. 빅히트뮤직 제공

아이돌 그룹 코르티스. 빅히트뮤직 제공

음악은 그중에서도 다수가 듣는 대중가요는 세대 통합 아니면 세대 소통에 기여한다고 하지만 그 기본 기능이 잘 작동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모든 것이 갈라져 있는 현실에서 그런 갈등과 경계를 풀고 서로를 조화롭게 묶을 수 있는 것은 이제 음악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도 있지만, 과연 실제로 음악이 그렇다고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음악도 젊은이들과 그들의 부모 세대 차가 고스란히 적용되면서 모두가 함께 들어야 할 음악이 ‘어른 따로, 자식 따로’의 분리 양상이 굳어지고 있다. K팝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와중에 성격이 전혀 다른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열풍이 터졌다. BTS와 블랙핑크의 K팝이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주는 게 고맙긴 해도 어른들은 자신들의 감성과 맞는 트로트 프로그램, 임영웅·송가인의 노래가 가슴에 당기고 반가운 것이다.

이 신(新)트로트를 10대와 20대도 즐긴다는 일부 분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청취층의 중심은 기성세대이고 젊은이들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지금의 청춘이 좋아하는 음악은 K팝임은 분명하다. 근래 돌풍의 주역인 ‘코르티스’란 이름의 5인조 아이돌부터 젊은 세대의 K팝 쏠림을 생생히 말해준다. 부모 세대는 과연 이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코르티스의 곡 ‘레드레드’는 걸그룹 판인 음원차트에서 모처럼 남자그룹으로 1위를 차지하면서 대세에 올랐다. 차트 정상은 젊은 디지털 음악 이용자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노래라는 사실의 명백한 지표다. 자유분방하고 강렬한 리듬이 반복적인 노래는 물론 이들의 라이브 무대 또한 특급이다. 같은 소속사이자 대선배인 BTS의 객석 열기를 연상시킬 만큼 10대와 20대의 아우성이 끊이질 않는다. 한 매체는 코르티스에 대한 젊음의 반응을 두고 Z세대와 알파 세대를 합친 ‘잘파 세대의 문화 코드’라고 정의했다.

한때 서구 인디에서 유행한 마니아 힙합을 끌어와 현대적 해석으로 최신성을 부여한 ‘레드레드’는 시원한 감의 전자음이 윙윙대는 사운드 편곡으로 색다름을 확보했다. 여기에 끌린 팬들은 정제되지 않고 자극적이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즐긴다는 의미에서 근래 도파민과 함께 부상한 키워드인 ‘뇌가 녹는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압축하자면 자신들의 체질에 부합하는 곡이라는 것이다.

걸그룹 아일릿. 빌리프랩 제공

걸그룹 아일릿. 빌리프랩 제공

코르티스와 아일릿의 음악

잘파 세대의 아버지들이 갖는 느낌은 다르다. 그들은 “도대체 이 곡이 왜 좋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도무지 대중가요의 전통적 요소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코르티스가 자체 제작 아이돌임을 강조하는 어휘인 영크리에이터크루(젊은 창작 집단)의 앞글자를 따 ‘영크크’를 반복하는 노래를 들이대면 반응은 아예 경색 일색이다. 이 ‘영크크’란 노래에는 정반대 의미의 올드란 단어를 응용한 ‘올크크’란 언어도 등장한다. “이건 노래가 아니라 치기 어린 장난이다”, “감동은 하나 없고 감각만이 웅얼댄다!”

아버지 세대는 코르티스 ‘레드레드’와 최근 급상승 중인 걸그룹 아일릿의 노래 ‘잇츠 미’가 노래 자체는 물론, 외국 사조와 남의 것만 끌어와 우리 것의 느낌이 태부족인 것에도 비호감을 드러낸다. K팝이라고 하지만 K가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언어나 국가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요즘 젊은 세대는 맘에 드는 음악이라면 국적과 장르에 상관하지 않고 수용하는 글로벌 세대의 양상을 보인다. 그들에게 ‘순 우리’, ‘한국적’, ‘고유’, ‘전통’과 같은 말은 울림을 전해주지 않는다.

올해 3월 코리아리서치의 ‘2026 세대 인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세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세대가 갈라져 차이와 벽이 생긴 것을 아우르지 못하고 무심하게 바라만 보는 이런 현실에서 화합과 소통을 위해 선두에 설 대중가요마저 부모와 자식 간 갈등에 포획돼 있다는 사실이 뼈아픈 것이다. 세대 골은 비단 지금만이 아니라 어느 시대에도 깊었던 것처럼 음악도 세대 간 갈등은 역사적이다. 일례로 베이비붐 세대의 사운드트랙인 포크와 록은 아버지 전쟁 세대의 ‘단장의 미아리고개’, ‘불효자는 웁니다’, ‘눈물 젖은 두만강’과 같은 노래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우리 집도 그랬다. 내 어머니는 고된 가사 노동 후 잠깐의 휴식 시간에 방에 누워 애창곡 선집을 펴들고 명국환의 ‘방랑시인 김삿갓’을 애청하곤 했다. 신중현, 송창식, 김민기, 이장희의 음악에 심취해 있던 형과 나는 어머니의 노래가 거슬려 다른 노래로, 요즘 노래로 바꿔 달라 간청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어머니의 일갈. “너희 노래는 재미가 없어. 목탁 두드리는 소리야. 구성져야 대중가요지.”

영국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런 베이비붐 세대 또한 기성세대가 됐을 때 똑같은 갈등을 겪게 된다. 1990년대 음악판을 재편한 서태지, 김건모, 듀스의 흑인음악은 그들에게 낯선 것이었다. 한 대학교수는 이렇게 썼다. “지금 세대가 흑인음악에 열광하는 것은 압도적으로 포크, 컨트리 등 백인음악에 경도된 아버지 세대에 대한 은근한 반란이다!” 다음 1970년대생인 포스트베이비붐 세대 역시 자식 세대의 K팝과 감성적 충돌을 경험하고 있다.

어른들과 K팝이 동시 분발해야

우리 베이비부머는 부모와 다른 음악에 빠졌어도 가부장제와 대가족제도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아버지 애청 애창곡이 대물림돼 어느 정도는 옛 가요도 알았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좋아해도 ‘굳세어라 금순아’를 모르지는 않았다. 지금 기성세대의 양상은 판이하다. 시각 음악,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숏폼 바이럴, 취향의 개인화 등 문화적 격변에 의해 그들 음악이 젊은 세대에게 좀처럼 대물림되지 않고 있다. 잘파 세대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청춘 시절 즐겼던 음악을 거의 알지 못한다.

여기부터 중요하다. 이런 세대 간 차이를 인식하고 이해와 소통 쪽으로 끌어가야 할 주체가 과연 누구냐는 것이다. 지금의 어른들은 앞세대와는 반대로 자신들의 음악을 자식들에게 강요하기에 앞서 적극적으로 요즘 K팝을 찾아 들어야 한다.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곡을 듣고 시차를 두고 세 차례 정도 경청하면 천하의 노래도 귀에 들어온다. K팝도 자식이 들으라고 만든 것이라면 외계(外界)의 음악은 아니다. 그래봤자 음악이다.

세대 크로스는 절실하다. 실제로 ‘자식 때문에’ 아이돌과 K팝을 알게 됐다는 부모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어른들에게만 주문하는 건 아니다. K팝 기획사들도 세대 집중성을 탈피해 기성세대의 감성과 접점을 찾는 음악을 만들어내야 한다. 빅뱅의 ‘붉은 노을’, 아이유의 ‘가을 아침’처럼 옛 노래를 재해석하는 리메이크도 훌륭한 전술이다. 사회 구조적 문제라 할 세대 갈등을 넘기 위해 먼저 어른들이 분발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달려가기에 급급한 K팝도 자주 뒤를 돌아보면서 과거 시제와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K팝은 아직도 할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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