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도 더는 진보 텃밭 아냐… ‘중장년 정당’ 된 민주당
2030 상위 10%만 주목하는 정책으론 2030 지지 얻을 수 없어
7월 1일 정치싱크탱크 밸리드와 민주당 박민규 김남준 김영배 김윤 김한규 남인순 모경종 박주민 진성준 의원실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 주제의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정용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30세대의 지지를 잃은 것은 일시적 표심 이탈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의 신호라는 진단이 나왔다. 청년층이 보수화됐다는 식의 단순 해석을 넘어, 민주당이 청년의 삶과 미래를 설명하는 정당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7월 1일 국회 의원회관 제5 간담회실에서 열린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 토론회에서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지금은 일부 전술이나 메시지 변화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전략, 태도, 행위자, 대상 유권자까지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사회는 박민규 민주당 의원이 맡았다.
안 교수는 민주당 내부의 해법 논쟁이 ‘진보냐 중도냐’라는 낡은 구도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진보적 의제를 더 하면 되느냐, 중도적 의제를 더 하면 되느냐는 질문 자체가 현실을 너무 단순하게 본다”며 “그 이전에 민주당이 근원적으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고 했다. 안 교수가 제시한 답은 ‘도전자 브랜드 정당’의 상실이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젊고 다양한 유권자들의 절실한 분노와 좌절을 누군가 치열하게 대변하는 것”이라며 “청년이 강하게 결합하지 않는 민주당은 진보라는 브랜드를 입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유권자의 말을 듣는 것은 기본이고, 경청을 넘어 30~40대가 실제 중요한 포지션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민주당이 청년층을 ‘20대 남성 대 20대 여성’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보는 것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층 일부, 특히 남성 일부의 극우화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그들이 왜 그토록 좌절하고 분노하는지 고민하지 않고 낙인찍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했다. 청년 일부의 분노를 혐오나 보수화로만 규정하는 순간, 민주당은 그들을 설득할 언어를 잃는다는 취지다.
부동산 문제도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안 교수는 “서울을 중심으로 중도적·진보적 유권자들까지 부동산 정책에서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사다리가 걷어차였다는 절망, 전·월세 민생의 절망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에서도 ‘진보로 가자’ ‘중도로 가자’는 게으른 논쟁이 아니라, 청년들이 절망하는 자기 인생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논쟁해야 한다”고 했다.
윤희웅 오피니언즈 대표는 지방선거와 여론조사 데이터를 근거로 2030세대의 민주당 이탈이 이미 고착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윤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2030은 민주당을 외면했다기보다 본인들의 삶을 선택한 것”이라며 “과거에는 2030은 진보, 40대는 중도, 5060은 보수라는 공식이 통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20대의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60%대였지만 최근 주요 선거에서는 30%대로 낮아졌고,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20%대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선, 이후 선거들을 거쳐 이번 지방선거까지 이어진 흐름을 보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고착화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 ‘청년 정당’에서 ‘중장년 정당’으로 재편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윤 대표는 “민주당 지지 기반이 노령화되고 있다”며 “새로 생겨나는 세대는 지금의 20~30대와 유사성이 더 높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세대 재건 없이는 구조적 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대학가 표심 변화도 상징적 장면으로 제시했다. 윤 대표는 “신촌동, 안암동, 사근동, 낙성대동 등 주요 대학가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과거처럼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며 “대학가가 더는 진보 텃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년층의 민주당 이탈이 특정 지역이나 특정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윤 대표는 이탈의 원인으로 ‘의제 불일치’와 ‘신뢰 붕괴’를 들었다. 그는 “청년들은 집, 일자리, 공정한 기회를 말하는데 민주당은 공공임대, 다주택 규제, 검찰개혁을 말한다”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의제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청년층의 생애 경로 자체가 깨졌고 미래 전망도 무너졌는데, 기성세대가 자기 젊을 때를 기준으로 청년을 이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남 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2030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2030이 가장 많이 선택한 선택지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니라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며 “민주당이 젊은 세대에게 투표장에 나와 민주당을 찍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전 후보는 민주당이 ‘이재명 정부 성공’이라는 구호를 반복했지만, 그것이 시민의 삶에서 무엇을 뜻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봤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은 높은 지지율이나 다음 선거 승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난제를 풀어 시민과 미래세대에게 효능감을 줄 때 붙일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과거로 설득하는 정당이 아니라 미래로 설득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후보는 “민주당은 리스크를 관리하는 정당이 아니라 이슈를 주도하는 정당, 대통령 덕을 보는 정당이 아니라 대통령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2030은 민주당의 아들딸이 아니라 민주당이 설득해야 할 유권자”라며 “당이 누구에게 물어도 같은 미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토론자들도 민주당의 청년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가희 전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홍보실장은 대구시장 선거 경험을 언급하며 “2030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빠르고 예리하게 평가하고 비교하는 까다로운 유권자”라고 말했다. 그는 “품격 있는 정치와 미래를 보여주는 정치가 선행돼야 한다”며 “정치적 계산이 깔린 접근으로는 2030의 표가 쉽게 돌아서기 어렵다”고 했다.
봉건우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은 “민주당은 2030세대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며 “그 실패는 특정인의 실패가 아니라 기득권 10년을 겪은 민주당 전체의 실패”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그래도 어떻게 저 정당을 지지하느냐’고 말할 것이 아니라, 그들보다 훨씬 더 유능하고 공정하고 청렴했어야 했다”고 했다.
송일찬 민주당 부대변인은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왜 2030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가’가 아니라 ‘민주당은 2030에게 공정과 미래와 청년의 삶을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젠더는 방아쇠였고 공정 불신은 이미 장전돼 있었다”며 “민주당이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면 박탈감과 혐오, 반정치 감정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다”고 했다.
플로어 발언에 나선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활동가는 청년 주거정책 논의가 지나치게 ‘주택 구입 가능 청년’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30 중위소득이 250만원 수준인데 어떻게 서울 주택을 대출받아 살 수 있느냐”며 “민주당이 계속 분양 정책만 말하면 대다수 청년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당장 주택을 소유하게 하겠다는 말보다 저가 공공임대 등을 통해 월세 부담을 줄이고, 10년 또는 20년 뒤 집을 살 수 있게 하겠다는 솔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문제의식은 이것이었다. “2030이 민주당을 떠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이 2030의 삶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다시 청년층의 지지를 얻으려면 청년을 분석이나 관리 대상이 아니라, 미래 국가 전략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