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엔 재앙…이란은 중동 패권국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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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엔 재앙…이란은 중동 패권국 탈환”

입력 2026.06.30 06:00

수정 2026.06.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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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센터장, 성일광 연구교수, 유달승 교수 중동 전문가 3인 좌담

6월 23일 경향신문에서 열린 미국·이란 종전 협상 관련 전문가 좌담회에 나온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왼쪽부터). 김정근 선임기자

6월 23일 경향신문에서 열린 미국·이란 종전 협상 관련 전문가 좌담회에 나온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왼쪽부터). 김정근 선임기자

전쟁의 포성은 멎었지만, 미국·이란의 진짜 힘겨루기는 이제부터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19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종전 양해각서(MOU)에 전자서명했지만, 핵심쟁점인 이란의 핵무기 개발 포기와 대이란 제재 해제,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은 앞으로 진행될 60일의 최종 합의 협상으로 미뤘다. 전장의 무기를 외교 테이블의 카드로 바꿔 든 양측은 이제 누가 더 버티느냐의 수싸움에 들어갔다.

6월 23일,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가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만나 미·이란 전쟁을 평가하고, 향후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군사적으로는 미국이 우위였지만 정치적으로는 이란이 실리를 챙겼고, 정권 교체에 실패한 미국에 남은 카드는 결국 이란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전문가들은 다만 미국이 핵무기 개발 포기라는 목표를 끝까지 밀어붙일지, 이란이 강경파의 통제 아래 어디까지 양보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봤다.

협상의 최대 뇌관으로는 핵이 꼽혔다. 장 센터장과 성 교수는 이스라엘 변수보다 미·이란 간 핵협상의 타협 여부를 결정적 고비로 봤다. 타협이 안 되면 협상 기한이 90일, 120일로 늘어나고 미국 중간선거 뒤 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유 교수는 이스라엘 변수가 여전히 살아 있다면서 이란 입장에서 레드라인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군사작전을 전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평화 해법을 두고는 제재 만능주의 탈피와 외교의 복원에 무게가 실렸다. 결국 미국이 핵에서 얼마나 양보하고 그에 따르는 국내 비판을 감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한국 처신에 대해서는 세 사람 모두 원칙과 형평을 주문했다. 한·미동맹을 중심에 두되, 이란과 아랍국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목소리로 외교의 운신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김정근 선임기자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김정근 선임기자

“이스라엘 변수 여전히 존재…이란 입장에서 레드라인은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군사작전 전개하는 것.”

-이란이 이기고 미국이 졌다는 평가가 많다.

장지향(이하 ‘장’) “지금 승패를 논하긴 무리라고 본다. 본게임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가깝다. 굳이 따지면 지금으로선 이란이 조금 더 얻었다. 원유를 자유롭게 수출하고 그 대금을 중앙은행에서, 심지어 달러로도 받게 됐으니까. 미국이 얻은 건 원유시장이 원활해진 정도다. 60일 내에 승부가 갈릴 것이다.”

성일광(이하 ‘성)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개전 때 밝힌 목표와 현재 MOU 내용은 차이가 너무 크다. 정권 교체는 못 했고, ‘정권 내 교체’만 됐다. 핵에서도 미국이 많이 양보했다. 고농축 우라늄 440㎏을 무조건 이란 역외로 반출한다더니 양보했다. 그래도 나쁘게 보지 않는다. 전쟁을 재개했다면 세계 경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도 더 나빠졌을 거다.”

-최대 패자는 이스라엘 아닌가.

“최악이다. 이란 탄도미사일 개발이나 대리조직 지원 중단이 MOU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 이란이 ‘연계 정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미국과 휴전 협상도 안 하겠다고 했다. 이란이 미국을 통해 이스라엘을 통제하는 구도다. 깨고 싶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강하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압박해 깰 수가 없다. 이란의 덫에 빠진 셈이다.”

유달승(이하 ‘유’) “부분적으로 봐야 한다. 군사적으로는 미국이, 정치적으로는 이란이 이겼다. 나는 양해각서에서 주목할 게 3000억달러 규모 이란 재건기금이라고 본다. 4월 이슬라마바드 협의엔 없던 내용이다. 군사 개입으로 정권 교체가 안 되면 차선책은 관계 개선이다. 민간 펀드로 미국 기업이 들어간다는 건, 47년간 막혔던 이란에 미국 기업이 진출한다는 의미다. 사실 미국의 기습 공격 이전에 이란이 먼저 제안했던 사안이다.”

-트럼프의 원래 목표와 지금 목표는.

“미국이 ‘임박한 위협’이라 한 건 핵이었다. 협상을 3차까지 하고 4차 협상 날짜를 3월 1일로 정해놓고 2월 28일에 쳐버렸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집착에 가까운 목표가 하나 있다. 이란의 핵개발은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정권 교체는 큰 비중이 아니었다. 다만 이번 전쟁으로 이란 내 강경파인 혁명수비대가 실권을 쥔 건 맞다. 그런데 포성이 멎고 경제적 인센티브가 들어가면, 지금부터 이란 내부에서 억눌렸던 갈등이 분출하지 않을까. 혁명수비대 중간 간부 이하는 배급도 어려워 이탈을 계산하는 이가 많을 거다.”

“우리나라로선 한·미동맹을 중심에 두되, 이란과 아랍국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목소리로 외교의 운신 폭 넓혀야 .”

“애초 목표는 정권 교체였다고 본다. 하지만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가 아니라 ‘체인지 인 레짐(Change in Regime)’이 돼버렸다. 이란이 양보해서 대화하는 거지 정권이 바뀐 게 아니다. 지금 이란 정권은 옛날보다 훨씬 강경하다. 양보한 게 거의 없다.”

“사실 정권을 교체하려 한 거다. 이란은 핵무기가 없다. ‘핵무기 문턱 전략’으로 협상 카드를 써왔다. 핵 위협은 명분이고, 실질은 이란이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니 친미 정권을 세우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이란 체제는 1인 독재가 아니라 분산적·다원적 구조라 버텼다. 대통령, 혁명수비대·정규군 사령관, 사법부 수장, 국회의장 등을 포함한 최고국가안보회의 12인이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이란은 페르시아 상인들이라 협상력을 높이려고 내부에서 일부러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

-갑자기 협상 국면으로 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 입으로 그랬을 거다. 가솔린값이 안 내려가고 주식시장도 안 좋다고. 저항 경제로 버티는 쪽과 글로벌 경제 중심지이자 민주주의 국가가 맞붙으면 당연히 후자가 더 힘들다. 결국 국내 문제다. ‘선거도 재정도 신경 안 쓴다’고 큰소리치고 3주 후에 합의했다. 공화당 강경파는 ‘다 이겼는데 왜 내주냐’며 ‘이슬라마바드 항복’이라고까지 한다. 민주당은 ‘이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핵합의와 뭐가 다르냐’고 한다. 과거엔 ‘탄도미사일·대리조직을 못 다뤘으니 나쁜 딜’이라며 파기했는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그 두 가지를 얘기하지 않고 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 김정근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 김정근 선임기자

-이란은 어떻게 버틸 수 있었나.

“이란을 중동의 한 국가로 한정하면 한계가 있다. 호르무즈를 봉쇄하니 미국이 해상을 봉쇄했는데, 이란은 호르무즈뿐 아니라 북쪽 카스피해, 서쪽 튀르키예·이라크 육로,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육로, 코카서스, 중앙아시아까지 유통 경로가 여럿이다. 호르무즈 하나 막는다고 경제가 파탄 나지 않는다. 유라시아 에너지 흐름의 핵심 국가이자 해상·육상 교통 요충지라 버틸 수 있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때부터 추진한 자급자족 경제가 효과를 본 건가.

“사실 이란 경제위기가 47년 내내 있었던 건 아니다. 화폐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이 본격화된 건 2018년, 트럼프 1기의 핵합의 탈퇴 이후다. 그 이전인 2015~2017년엔 큰 호황이 있었다. 봉쇄가 나름의 자립 구조를 만든 부분이 있어 생존형 버티기가 가능했다.”

“이란이 잘 버틴 건 맞지만, 무리한 행동도 했다. 두 가지 비대칭 전략을 썼다. 전쟁을 막으려 한 걸프 국가들에 ‘미군기지만 친다’더니 상업·물류·주거 지역까지 쳤고, 핵협상을 돕던 오만에 미사일을 쐈다. 호르무즈를 막아 통항에 대가를 물리려 한 것도 그렇다. 그걸 ‘전시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너무 가볍게 본다.”

-미국 제재가 이란을 못 꺾은 건 잘못된 설계 탓인가, 집행 탓인가.

“설계 문제는 아니다. 대이란 제재는 대북 제재보다 훨씬 강력하다. 이란의 저항 경제가 아이러니하게 경제에 유연성을 높여줬다. 보통 산유국은 산업 다각화가 안 돼 있는데, 이란은 제재를 너무 많이 받아 산유국임에도 못 만드는 게 없다. 걸프 산유국은 제재하면 한 달도 못 버티는데, 이란은 실제 가보면 없는 게 없다고 할 정도다.”

“제재 자체가 목적이 돼선 안 된다. 제재는 유리한 협상을 위한 압박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제재를 목적화했기 때문에 우회로와 저항 경제 같은 대안 모델이 나온 거다.”

“제재 회피야 오랫동안 받아와서 익숙하고, 게다가 미국이 중국으로 가는 이란산 원유를 일부러 안 막았다. 그것까지 막으면 이란 경제가 파탄 나 더 어려워지니까. 이번엔 이란이 처음부터 준비를 잘했다. 이번엔 비대칭전으로 가겠다, 호르무즈를 막겠다는 걸 미리 다 준비했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김정근 선임기자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연구교수. 김정근 선임기자

-60일 협상의 최대 뇌관은.

“이스라엘 문제는 크게 변수가 안 될 거라 보지만 배제할 순 없다. 갑자기 네타냐후 총리가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른다. 가장 중요한 건 핵협상이다. 타협이 안 되면 60일이 90일, 120일로 늘어나고, 미국 중간선거 기간까지 이어지면 다시 전쟁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우라늄 고농축 중단 15년, 농축도 3.67% 허용 정도면 이란이 받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양보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 비판을 받는다. 그 비판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스라엘 내부엔 ‘미국 심기를 건드려 좋을 게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제일 중요한 건 핵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개발 불가’와 이란 내 ‘핵개발은 주권 문제’라는 세력 간 충돌 때문에 60일 만에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중간선거 후 미국이 다시 군사력을 쓸 가능성도 꽤 높다.”

“나는 이스라엘 변수가 존재한다고 본다. 다만 이란 입장에서 이스라엘 접경 지역인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 주둔이 레드라인은 아니다.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면 곧바로 헤즈볼라 무장 해제가 이슈가 된다. 적절한 외부 위협이 헤즈볼라의 정당성을 확보해주기 때문이다. 이란이 으름장을 놓은 건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공습이 언급됐을 때다. 즉 이란의 레바논 레드라인은 남부가 아니라 베이루트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베이루트를 한 번 더 때리면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으로 간다. 그건 국제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한 번은 주의를 시켜야 할 부분이다.”

-1차 회담 직후 미국은 고위 관료를 걸프로, 이란은 오만·파키스탄에 보냈다.

“미국은 복잡한 중동을 떠나 태평양으로 가는 게 목표다. 걸프 국가들을 묶어 집단 안보체제를 만들어놓고 ‘이란과 싸우지 말라, 우리는 태평양으로 간다’가 늘 머리에 박혀 있다. 걸프 국가들은 안보 우산이 흔들리는 걸 봤지만 대안이 없다. 막대한 정보력과 통합 시스템을 갖춘 나라는 미국뿐이다. 안보 우산에 뚫린 구멍을 어떻게든 메워가는 식으로 갈 것으로 본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파키스탄 방문이 흥미롭다. 파키스탄이 중재국으로 부상한 건 이슬람 세계 유일의 핵무기 보유국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차선책으로 파키스탄의 핵우산 안으로 들어가고, 군사 협력을 강화해 견제 장치를 마련하려는 거다. 기존 안보 체제가 새 판 짜기로 갈 가능성이 있다.”

-중국 중재는 영향력이 있었나.

“미국이 제 역할을 못 하니 중국이 돋보이는 거다. 중국이 특별히 잘한 게 있나. 전쟁 안 하고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미국이 워낙 사고를 많이 치니 ‘중국이 옛날 미국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반사 효과다.”

“‘포스트 아메리카’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미국이 쇠퇴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차츰 패권과 권위가 실추되고 신흥국이 부상하는 가운데 다극화 시대에 대비해야 할 시기다.”

-미국이 한국에 군함 파견·재건 기금을 요구할 수 있다.

“호르무즈로 군함 파견은 거의 결정 난 것으로 보인다. 미 5함대가 있는 바레인의 한국 군인 규모도 늘린다고 들었다. 아쉬운 건 아랍에미리트(UAE)는 우리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아크부대까지 파병한 나라인데 이번에 많이 공격받았다. 너무 한·미동맹에만 무게를 둔 게 아닌가. 이탈리아·프랑스·영국·호주는 UAE에 ‘군함 보내줄까, 전투기 보내줄까’를 많이 했더라. 우리도 너무 소극적으로 가지 말고, 국제 규범만 어기지 않는다면 이제는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을 겨냥한 메시지를 내면서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나 그로 인한 피해에는 별말이 없었다.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본다. 원칙적으로 가야 한다. 이란에 절제하더라도 한 국가를 사실상 외교적으로 단절하듯 대하는 건 곤란하다.”

“나도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가 정당하다고 보진 않는다. 다만 이 사태의 발단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기습 공격이라는 점은 봐야 한다. 많은 국가가 ‘부당한 군사 개입’이라는 암묵적 공감대가 있어 이란에 불편하더라도 침묵하는 부분이 크다. 군사적 대응은 신중히 보고, 차라리 외교력을 극대화하는 게 낫다. UAE와 이란의 관계 개선을 중재하는 역할 같은 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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