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만 쉬어도 105만원…월세, 오늘이 가장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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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월세 수급지표에서 공급 부족 추세가 계속 강해지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난이 심각했던 2021년 수준에 도달했고, 월세 수급도 최근 크게 악화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모집 안내문.  연합뉴스

숨만 쉬어도 105만원…월세, 오늘이 가장 싸다

입력 2026.06.29 06:00

수정 2026.06.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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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월세화, 구조적 변화 속 주거 안정 대책 실종

전세대출 수술 예고·7월 부동산 세제개편 발표 촉각

서울 아파트 전월세 수급지표에서 공급 부족 추세가 계속 강해지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난이 심각했던 2021년 수준에 도달했고, 월세 수급도 최근 크게 악화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모집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전월세 수급지표에서 공급 부족 추세가 계속 강해지고 있다. 전세수급지수는 전세난이 심각했던 2021년 수준에 도달했고, 월세 수급도 최근 크게 악화했다.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모집 안내문.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투룸 오피스텔에 사는 36세 동갑내기 신혼부부는 최근 1년 더 월세 계약을 연장했다. 눈여겨보던 구로구의 59㎡ 구축 아파트 전셋값이 1년새 1억원이 넘게 오르자 이사 계획을 포기했다. 부부는 “소액의 주식투자와 적금으로는 전셋값 상승을 따라갈 수가 없다”며 “종잣돈이 더 모일 때까지는 아이를 낳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A씨(31)는 오는 8월 서대문구 빌라로 이사한다. 지금 사는 곳은 보증금 1억1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내는 오래된 빌라인데, 임대인이 월세 20만원 인상을 요구했다. 방이 3개라 동생과 함께 살기는 좋았지만, 마을버스가 지나가면 창문이 흔들리고 벌레와 누수, 결로, 냉난방 고장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민 끝에 준신축급의 빌라를 알아봤지만 전세는 매물 자체가 없고, 은평구에서는 현재 가진 보증금으로 원하는 집을 구할 수가 없었다.

최근 계약을 맺은 서대문 투룸 빌라는 2013년에 지어진 건물로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85만원이다. 관리비와 공과금 등을 합하면 110만원가량이 고정 주거비로 나가는데, 동생과 함께 나눠내기로 했다. A씨는 “월세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처음 방문한 집이었음에도 인근 시세 대비 가격이 저렴해 보자마자 바로 계약했다”고 했다. 새집은 구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그는 “물가와 월세가 오르는 만큼 월급이 따라갈 수 있을지, 이러다 평생 월세만 전전하며 사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했다.

전세사기를 겪었던 B씨(30)는 직장이 있는 종로로 1시간 이내 출퇴근이 가능한 월세방을 찾고 있다. B씨는 “잠만 잘 수 있는 3평짜리 공간이 90만~100만원에 달해 계약을 미루는 사이, 그런 방조차 금방 나가는 걸 보며 충격을 받았다”며 “부모님이 있는 수원으로 가자니, 4시간이 넘는 출퇴근 지옥을 겪어야 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원한 건 안전한 전세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는데, (정부가) 전세를 없애고 고가의 월세만 남긴 것 같다”고 말했다.

전세 폭등 아니라지만, 전셋값 12년 만에 최고

전월세 폭등에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서울의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70%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전세가 줄어드는 것은 정상화 과정”이라며 규제를 예고해 ‘전세의 월세화’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교통부는 “1인 가구 증가와 전세사기 여파에 따른 임차인의 월세 선호 확대 등 장기간에 걸친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숨만 쉬어도 105만원…월세, 오늘이 가장 싸다

문제는 월세화의 속도다. 임차인에게 전세라는 선택지가 사라지면서 전월세 가격이 자극을 받고, 이는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월세·전세·매매가가 모두 상승하는 ‘트리플 강세장’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서울의 주택종합(아파트·연립주택·단독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90% 올랐다. 전월 대비 0.35%포인트 오른 것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발표 영향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1월 수준으로 다시 ‘회귀’ 했다. 부동산원은 “다주택자들이 절세를 위해 내놓은 급매물 효과가 사라진 가운데 중하위권 지역 중심으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서울 전세 상승률(0.91%)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이후 1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의 월세 상승률(0.81%)은 월세 통계 공표가 시작된 2015년 6월 이후 가장 높다. 평균 월세는 전국 84만원(중위 68만원), 서울 126만원(중위 105만원)으로, 서울은 ‘월세 100만원 시대’가 도래했다.

전세의 월세화에는 구조적·정책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구조적으로는 수요 대비 공급 물량이 부족한 점이 가장 크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3년 2만7000가구, 2024년 2만2000가구, 2025년 2만7000가구, 2026년 2만7000가구 등으로 지난 10년 평균(4만가구) 대비 크게 줄었다. 국토부는 “2022∼2024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사비 급등으로 주택 착공이 위축됐다”며 “이로 인한 물량 감소가 전월세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여러 정비사업은 전월세의 추가 급증을 촉발할 수 있다. 기존 주택이 철거로 멸실되는 동안 임시로 이주해야 하는 수천가구 조합원의 임차 수요가 매년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부 정책도 전세난에 영향을 끼쳤다. 시장에서는 주택 소유자 전세대출 금지,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와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다주택자 압박 등이 전세난에 따른 월세화를 가속화 시킨 요인으로 보고 있다.

서울의 한 빌라촌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빌라촌 모습. 연합뉴스

대통령, 집값 상승 주범으로 전세대출 지목

하반기에도 전세대출 규제가 예고돼 있다. 정부는 전세를 공급하는 다주택자의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투자 방식)가 집값을 끌어올린다고 본다. 이 대통령은 전세난에 대해 “전세는 특이하게 대한민국에만 있는 일종의 사금융”이라며 “(과거) 전세대출을 많이 해준 것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이다. 그게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이 집주인의 주택 매입 자금으로 활용되는 과정에 전세대출과 공적 보증이 결합해 보증금 규모를 키우고, 결국 보증금이 매매가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다는 것이다.

전세대출 규제 방식으로는 공적 보증기관의 보증비율을 낮추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금융권에서는 규제지역에 소재한 아파트를 보유한 차주가 규제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가격 상승세가 가팔라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실거주하지 않는 상태인 만큼 투기성으로 볼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본다. 비규제지역이더라도 집값이 급등하는 지역에 아파트를 보유한 비거주 1주택자도 규제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

이에 따라 투기성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 전세대출 공급을 제한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전세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 등 공적 보증기관의 보증을 받아야 한다. 이에 보증을 금지하거나 보증비율을 현행 80%에서 추가로 더 낮추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보증이 금지되면 사실상 은행권에서 전세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진다.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는 공적 보증을 통한 자금이 공급되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규제는 7월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때 함께 공개된다. 개편안에는 장기보유특별공제와 보유세 개편을 포함한 종합적인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문제는 대출 의존도가 높은 서민층이 겪을 고충이 커진다는 것이다. 전세대출 한도가 줄고 보증 문턱이 높아지면 세입자들은 부족한 보증금을 현금으로 마련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야 한다. 전세난에 떠밀려 포모(FOMO·기회 상실 공포)로 집을 사는 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사람들이다. 종잣돈이나 주식 등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청년층과 사회초년생, 저소득층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9세 이하 가구주의 월평균 명목소득은 539만500원으로, 1년 전보다 1.7% 줄었다. 모든 연령대 중 소득이 감소한 것은 39세 이하가 유일하다. 반면 주거비 부담은 늘고 있다. 39세 이하 가구주의 실제 주거비 증가율은 작년 3분기(11%), 4분기(12%)에 이어 올해 1분기 11%까지 세 분기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실제 주거비는 전세를 제외하고 가구가 실제로 지출한 월세 등을 뜻하는데, 세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연령대는 39세 이하가 유일하다. 소득 여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예고한 대로 금리가 오르면 이들의 주거비와 이자 부담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질서 있는 월세화·주거 복지 로드맵 필요

전문가들도 전세 축소를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다만 전세가 사라진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월세 사회로의 전환은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 급증으로 자산 양극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 수처작주 소장은 ‘전세의 질서 있는 월세화’와 ‘주거 복지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소장은 “전세가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이 아닌, 정부가 ‘1가구 1주택 실거주’ 주의를 무리하게 밀어붙여 (전세를) 인위적으로 빠르게 축소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전세 시장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평범한 세입자들은 현재 대출규제로 집을 사기도 어려운데 임대 시장이 불안해지면 주거비 부담만 늘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피해만 보게 된다”며 “이를 덜어줄 주거 복지에 대한 큰 청사진(로드맵)이 필요하다”고 했다.

서민의 주거 안정을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놓고 정책을 짜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간 정부는 주거 안정은 방치하고 강남 3구의 투기를 잡는 것에만 몰두했다”며 “하지만 주식으로 번 돈이 부동산으로 넘어오고 가족 간 차입과 증여 등으로 다시 집값이 올라 규제가 먹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민들의 주거 불안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기 전에 세입자를 비롯한 서민의 주거 안정부터 보호하는 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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