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광장의 괴물과 빅테크…이대로 방치 땐 다음에 마비될 건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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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 광장의 괴물과 빅테크…이대로 방치 땐 다음에 마비될 건 민주주의다

입력 2026.06.27 06:00

수정 2026.06.2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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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성규 블루닷에이아이 대표
지난 6월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봉쇄 시위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봉쇄 시위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올림픽공원이 멈췄다. 6·3 지방선거 당일 잠실7동의 투표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잠실 시위’가 핸드볼경기장 현장을 무단 봉쇄한 지 벌써 보름을 넘겼다. 초기엔 참정권 침해에 분노한 2030세대의 자발적 정치 의사 표출로 관심을 받았다. 일부 언론은 ‘새로운 보수 시위 실험’이라 상찬까지 했다. 정치권도 청년들의 주권 감수성에 공감의 뜻을 내비쳤다.

칭찬이 쏟아지던 광장의 본질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순수하게 재선거만을 요구하던 초기 청년들은 매카시즘식 ‘첩자 몰이’로 현장에서 축출됐다. 그 빈자리는 기성 부정선거 음모론자들로 채워졌다. 그리곤 “중국인이 투표지를 조작했다”는 등 ‘딥스테이트’ 세계관을 청년들에게 주입하는 ‘음모론의 부화장’으로 전락했다.

상황은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가 보름을 넘어가면서 현장은 성조기를 든 노년층이 장악했다. 공연을 보러온 젊은 관객들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어댔다. 현장에서 가스총을 휴대했던 남성이 적발되는 등 위험 수위도 고조되고 있다.

이 기괴한 풍경을 보며 광장에 모인 이들의 몰상식만 탓할 수는 없다. 평범한 청년들을 밀어내고 극단적 부정선거론자의 결집을 도운 데엔 음모론을 유통하며 이익을 얻는 ‘빅테크’ 기업들의 기여도 적잖다.

특히 ‘유튜브’의 책임은 가볍지 않다. 유튜브는 이성적인 팩트체크보다는 ‘분노’와 ‘혐오’를 자극하는 음모론 콘텐츠를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노출한다. 사용자가 더 오랜 시간 플랫폼에 머물며 광고를 소비하고, 슈퍼챗 후원금을 보내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선 극단적 목소리를 주류로 확산시키고 광장으로 이끄는 ‘신 동원체제’ 기술로 작동하고 있기도 하다.

이젠 빅테크 기업들의 선의를 기대하긴 어려워졌다. 이들이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설계 변경과 사회적 대안을 요구하고 압박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당장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설계 대안은 이미 나와 있다.

프린스턴대학교 연구진과 ‘민주주의와 기술 센터’의 최근 보고서가 지적하듯, 유튜브는 선거철이나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 AI발 허위조작정보와 진영 선동 콘텐츠의 확산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감속 프로토콜’을 발동해야 한다.

음모론을 선제적으로 감지하는 ‘교차 플랫폼 탐지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큰 ‘고가치 인플루언서’라 할지라도 예외 없이 규칙을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허위조작정보의 수익화 기회를 막아야 한다.

알고리즘이 동원한 지금의 광장을 이대로 방치하면 다음번 마비될 곳은 경기장이 아니라 우리 사회 그 자체가 될 수 있다. 시스템의 설계도를 바꾸고 비즈니스 인센티브 구조를 건강하게 재조정하는 것, 그것이 빅테크 기업이 민주주의를 분열시키는 확성기가 되지 않기 위해 취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광장의 어둠이 더 짙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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