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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 AI 시대의 노력 인식

입력 2026.06.20 06:00

  • 김국현 과학기술평론가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초짜가 낑낑대며 1시간 걸려 해낸 일보다 달인이 1분 만에 끝낸 일이 더 깔끔해도, 우리는 고작 1분 일해 놓고 뭘 그리 비싸게 받냐 말하곤 한다. 행동경제학에서 노동 착시, 혹은 노력 인식 효과라 불리는 이 심리 현상은 투입된 노력이나 시간을 느꼈을 때 그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다. 그 1분을 위해 수십년이 들었노라고 알아듣게 이야기해도 쉽지 않다.

사람 마음이 그럴진대, AI의 힘을 빌려 ‘딸깍’ 대령했다는 사실을 알면 본전 생각이 나게 마련이다. 무료라도 마찬가지다. 내가 주의를 기울여 감동할 준비를 한 대상에 그에 합당한 노력과 노동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거저라도 편치 않다.

그래서 그런지 웹툰이나 게임에서는 AI를 썼다가 들키면 난리가 난다. 댓글은 아수라장이 되고, 담당자가 해명하고 사과한다. 대소동에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AI의 결과물을 직접 수요자가 접했다는 데 있다. AI가 뱉어내는 날것 그대로의 냄새, ‘AI 스멜’은 문제를 일으킨다. 성실함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에서도 이 냄새는 기피된다. 학교 과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겹 뒤에서 AI를 활용하면 된다. 코딩이 대표적이다. AI는 소스 코드를 생성한다. 냄새가 진동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관없다. 누가 짠 소스 코드든 공평하게 ‘컴파일’돼 프로그램이 빚어진다. 냄새는 옅어진다. 소설가 중에는 AI를 활용했다고 떳떳하게 자랑하는 이들도 있다. 한겹 뒤에서 활용했기 때문이다. 냄새쯤은 그 소설가의 체취가 덮어버린다. 영리한 웹툰과 게임도 초안에서만 활용하고, 이름을 건 작가가 마무리한다.

예전에 작가 뒤에는 보이지 않는 ‘어시’와 ‘시다’가 존재했지만, 앞으로의 작가 뒤에는 AI가 존재한다. 일단 유명 작가가 되면 더 가성비 좋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작가의 어깨너머로 배우던 이들은 점점 사라진다.

생산성 자체는 경쟁력이 아닌 시대가 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AI가 대중화되면서 웹사이트든 앱이든 말 그대로 개나 소나 만들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수많은 앱이 만들어져 스토어에 흘러넘친다. 하지만 대부분 손님을 끌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출시라도 했으면 다행이다. 대부분은 “우와! 신기한데!”라고 흥분하며 만들어냈지만 나 홀로 사용하는 소품을 벗어나지 못한다. 웹페이지는 더 쉽다. 다만 방문자가 이제 대부분 봇일 뿐이다.

초년생에겐 이래저래 쉽지 않은 세상이다.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작가의 촉은 타고나지 않는 한 배워야 하는데 AI에게 배워야 하나? AI로 뭔가를 만들어봐도 세상에 영향을 주지는 못한 채 지구온난화에 기여만 할지도 모른다.

이미 대기업이 아니라면, 유명인이 아니라면, 작가가 아니라면, 아무리 생성을 해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면? AI 경제의 위기는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이 위기의 극복 방법 또한 우리는 알고 있다. 주장하는 가치에 합당한 무언가가 투입됐음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이를 스토리텔링한다. 이건 그냥 뚝딱 만들어진 게 아님을, 내 정성이, 아이디어가, 역사가, 사연이 녹아 있음을 지능적으로 노출한다. AI는 그냥 그 과정 속의 공정 중 하나임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이런 일을 잘할 줄 알았다면 아마도 인플루언서가 돼 있을 것 같다. 세상에는 그런 재주 없이 묵묵히 생산성을 발휘해도 가치를 인정받던 내향인이 많았는데. 이래저래 쉽지 않은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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