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탈모인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5가 인근 약국 밀집 지역을 지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정부가 유전성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하반기 중점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청년층 치료비 부담을 낮추고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은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 질환에 수천억 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건보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장관은 지난 11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탈모약 건강보험 급여화를 하반기 중점 추진 과제로 공식화한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약 건보 적용 검토를 지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022년 대선 공약으로도 탈모약 건보 적용을 제시했다.
복지부는 탈모가 취업과 대인관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청년기본법상 청년 연령에 해당하는 20~34세를 우선 적용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자가면역질환 등 병적 원인이 명확한 원형탈모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유전성 탈모와 노화로 인한 탈모는 비급여로 분류된다.
탈모 전문의약품의 연간 진료비는 389억 원 수준이지만 급여화 시 건보 재정 부담은 본인부담률 설정에 따라 연간 최대 1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다음달 대국민 토론회를 거쳐 건보 적용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야권은 탈모(毛)와 포퓰리즘을 합친 ‘모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암환자, 희귀질환자 등 하루하루를 버티는 환자와 가족들이 있다. 이들보다 M자형 탈모가 먼저냐”며 “포퓰리즘으로 얻는 인기는 짧다. 하지만 무너진 건강보험과 환자들의 고통은 길게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건강보험은 가계가 파탄 날 정도의 중증질환을 함께 부담하자는 약속이 최우선”이라며 “정치인이 생색내며 나눠주는 하사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건강보험이 올해부터 4조 원대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며 탈모약에 투입하는 재정은 희귀·중증질환 환자에게 돌아가야 할 돈이라고 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치료제 급여화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미루면서 생명에 직접적인 지장이 없는 질환에 재정을 먼저 투입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처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