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여의도 육퇴클럽’의 새 프로그램 <도시여자대피소>는 KBS 저출생위기대응방송단이 기획했다. 유튜브 갈무리
지난 4월 말부터 출입처를 떠나 디지털 플랫폼 기반 콘텐츠를 생산하는 부서에서 일하는 중이다. 마지막 내근이 2021년 6월이었으니 약 5년 만에 회사로 들어왔다. 업무가 완전히 손에 익은 건 아니지만, 좋은 동료들을 만나 내 몫을 찾아가며 일하고 있다. 다만 신문사에서 신문을 안 만드는 기자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
숏폼이 대세가 된 시대에 ‘노잼’은 유죄다. 지면과 포털 밖 제3지대에서 팔리는 콘텐츠는 재미 추구를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 사회부, 정치부를 거치며 머리가 굳을 대로 굳은 내게 유일한 희망은 회사 내 ‘깔깔메이트’의 존재다. 가깝게는 유튜브팀, 뉴스레터팀 동료들이 있는데 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재밌으면서도 유익한 콘텐츠를 고민해온 이들이다. 그런 그들과 수다를 떨며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게 그나마 비빌 언덕이다.
깔깔메이트는 말 그대로 함께 있으면 깔깔 웃게 되는 친구나 동료, 지인을 뜻하는 신조어다. SNS나 커뮤니티엔 “회사에 깔깔메이트 한 명 있으면 출근할 만하다”는 글이 자주 보인다. 직장인 크리에이터들이 SNS에 올리는 숏폼 콘텐츠 대부분도 사내 깔깔메이트와 ‘우리끼리 웃자고’ 만든 콘텐츠가 대박을 터뜨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콘텐츠는 만드는 사람이 재밌어야 보는 사람도 재밌다는 뻔한 이야기를 반복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유튜브 채널 ‘여의도 육퇴클럽’의 새 프로그램 <도시여자대피소>를 재밌게 보고 있다. 배우 고아성, 편집자 김민경, 유튜버 찰스엔터 등 여성 출연자들이 팟캐스트 형식의 토크쇼를 진행하는데, 회사 휴게실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흥미진진한 수다를 엿듣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첫 회에선 ‘어떤 결혼은 혼자서도 한다…’는 제목으로 이성 취향에 대한 매콤한 이야기가 오갔고, 두 번째 회차에선 결혼식 문화와 축의금이라는 논쟁적 소재에 대한 솔직한 발언이 이어졌다.
특이한 건 이 프로그램이 KBS 저출생위기대응방송단의 기획으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한 누리꾼은 SNS에 “마지막에 KBS 저출생 위기 로고 나오는 것까지가 이 예능의 최종 완성 포인트”라고 적었다. “결혼한다고 나의 생활방식, 결혼한다고 나의 생활방식에, 내가 친구를 만나는 방식에 막 큰 변화가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느낌인 것.”(김민경) 이 한 문장에 대한민국 저출생 위기의 원인과 해법이 다 담겼다는 평이 나왔다.
KBS 저출생위기대응방송단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4년 6월 출범했다. 불명확한 정체성에 정부 정책 코드 맞추기, 측근 챙기기용 기구 등 오명을 쓰기도 했다. 저출생 위기 대응 특집 <아이가 미래다>, <우리 아이 낳을까요>와 같은 방송을 제작하던 곳에서 ‘파격 금남구역 토크쇼’라는 슬로건의 토크쇼가 나오다니. 조직 내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결국 ‘잼얘’가 통한다는 원칙 아래, 젊은 기획자들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물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요즘 통하는 콘텐츠는 깔깔메이트와의 수다같이 친숙하고 재밌어야 한다. 다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할 참이다. 그런 점에서 경향신문 내부자의 분투기가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레거시 내고향(@legohyang)’ 계정을 팔로우 해주기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