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시대가 저문다”…‘20년 쌍두마차’ 메시와 호날두의 라스트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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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시대가 저문다”…‘20년 쌍두마차’ 메시와 호날두의 라스트 댄스

입력 2026.06.12 15:12

수정 2026.06.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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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천재 메시, 자신감 넘치는 승부사 호날두…20년 동안 축구 드라마

북중미 대회서 6번째 월드컵 무대…각각 조 1위 땐 8강서 ‘21세기의 대전’

리오넬 메시가 2022년 12월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리오넬 메시가 2022년 12월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07년 스위스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그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 시상식에는 훗날 세계 축구사를 바꿔 놓을 3명이 있었다. 수상자는 카카(브라질)였다. 그러나 지금도 더 강렬하게 회자하고 있는 장면은 그에 앞서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당시 2위는 ‘아르헨티나의 젊은 공격수’ 리오넬 메시, 3위는 ‘포르투갈의 신성’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시상자로 나선 브라질 축구의 전설 펠레가 실수로 호날두에게 2위 트로피를 건넸다. 당시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곧바로 개입해 두 선수에게 트로피를 바꾸도록 했다. 메시와 호날두는 모두 썩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최근 “그 짧고 어색한 순간은 이후 20년 가까이 세계 축구를 지배하게 될 세기의 라이벌 관계를 알리는 상징적 장면”이라며 “그때만 해도 두 선수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높이, 얼마나 집요하게 축구계를 양분할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때부터 10년 동안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은 사실상 메시와 호날두의 무대였다. 2007년 이후 유럽 최고 선수에게 주어진 주요 개인상 29개 가운데 20개가 두 사람에게 돌아갔다. 둘은 클럽과 국가대표팀을 통틀어 2000골에 가까운 득점을 합작했고, 85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숫자만 놓고 봐도 우열 판단하기 힘들어

메시와 호날두의 경쟁은 지난 20년 동안 축구가 경기장에서 어떻게 펼쳐졌는지, 팬들이 축구를 어떻게 소비했는지, 미디어가 축구를 어떻게 다뤘는지, 세계가 ‘역대 최고 선수’ 논쟁을 어떻게 즐겼는지를 바꿔놓았다.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 멤버 앙헬 디 마리아는 “두 선수가 그 정도 수준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경쟁하고, 발롱도르를 두고 다투며, 그렇게 많은 골을 넣는 일은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디 마리아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호날두를,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메시를 지켜본 선수다.

숫자만 놓고 봐도 우열을 판단하기 힘들다. 득점 수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횟수를 기준으로 삼으면 호날두가 앞선다. 반면 발롱도르 수상 횟수와 전체 우승 트로피 수를 기준으로 보면 메시가 우위다. 호날두는 2016년 포르투갈의 유럽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며 대표팀 커리어에서도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후 메시는 코파 아메리카 두 차례 우승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달성했다. 두 선수의 평전을 모두 쓴 스페인 축구 전문가 기옘 발라게는 “메시는 역사상 최고 선수, 크리스티아누는 역사상 최고 골잡이”라고 정리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맞붙은 대형 충돌은 2008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르셀로나가 싸웠다. 호날두와 메시가 처음으로 유럽 최고 무대에서 정면으로 마주한 경기였다. 당시 호날두는 프리미어리그 최고 선수였고, 메시는 라리가 최고 선수로 떠오르고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맨유의 몫이었다. 호날두는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25년 3월 23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의 이스타디우 조제 알발라드에서 열린 덴마크와의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8강 2차전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리스본|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25년 3월 23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의 이스타디우 조제 알발라드에서 열린 덴마크와의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8강 2차전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리스본|로이터연합뉴스

결정적 전환점은 2009년이었다. 호날두가 당시 세계 최고 이적료인 8000만파운드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둘은 같은 리그에 놓였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클럽 라이벌전 한복판에 메시와 호날두가 서게 된 것이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스페인 축구는 메시와 호날두 시대였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438경기 450골을 기록했다. 메시는 같은 기간 바르셀로나에서 476경기 471골을 넣었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라리가, 챔피언스리그, 국왕컵, 스페인 슈퍼컵에서 끊임없이 충돌했다. 메시와 호날두는 매번 팀의 운명을 결정하는 선수였다.

메시는 낮은 중심과 섬세한 터치, 비현실적인 드리블로 수비를 무너뜨렸다. 호날두는 폭발적인 스피드, 강한 신체, 제공권, 슈팅 능력으로 골문을 압박하는 완성형 공격수였다. 메시는 조용한 천재, 호날두는 자신감 넘치는 승부사로 묘사됐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와 아디다스의 상징이었고,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와 나이키의 얼굴이었다. 메시 뒤에는 페프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가 있었고, 호날두 뒤에는 조제 모리뉴의 레알 마드리드가 있었다.

메시와 호날두의 경쟁은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퍼졌다. 모든 골, 모든 세리머니, 모든 표정, 모든 수상 장면이 비교 대상이 됐다. 그만큼 감정도 커졌다. 두 사람 사이에 진짜 적대감이 자라기 시작했다. 둘은 서로를 크게 언급하지 않았고, 비교 자체를 싫어했다. 2012년은 이 긴장감을 상징하는 해였다.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고 4년 만에 라리가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발롱도르는 메시에게 돌아갔다. 메시는 네 번째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했고, 호날두는 크게 실망했다. 이후 호날두는 다음 다섯 차례 발롱도르 가운데 네 번을 가져가며 다시 균형을 맞췄다.

21세기 축구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서사

호날두가 2018년 유벤투스에 입단했을 때 그의 유니폼은 첫 24시간 동안 52만장이 팔렸다. 메시가 2021년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했을 때는 7분 만에 15만장이 판매됐다. 호날두가 2021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복귀했을 때 그의 유니폼 판매액은 1억8700만파운드에 달해 메시의 PSG 유니폼 판매액의 거의 2배 수준이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둘은 축구를 넘어선 존재가 됐다. 호날두는 인스타그램에서 7억명에 가까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고, 메시는 5억명 수준이다. 인스타그램 역사상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사진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 뒤 메시가 트로피를 들어올린 사진이었다. 해당 게시물은 750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기록했다.

수입 면에서는 호날두가 앞선다. 포브스 기준으로 호날두는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운동선수에 올랐다. 총수입은 3억달러로 집계됐다. 메시는 1억4000만달러로 3위였다. 이들의 경쟁은 스포츠용품 브랜드 경쟁과도 맞물렸다. 메시는 아디다스, 호날두는 나이키의 대표 얼굴이었다. 데이비드 베컴이 선수 브랜드의 가능성을 열었다면, 메시와 호날두는 그 문을 완전히 부숴버렸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탈리아 축구 전문가 미나 르주키는 “팬들은 하나의 1인 경제권을 사는 셈”이라고 표현했다.

1987년 6월 24일생인 메시는 북중미 월드컵 기간 중 39번째 생일을 맞는다. 그는 월드컵 6회 출전해 마라도나도 하지 못한 월드컵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역시 6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는 호날두는 1985년 2월생으로 만 41세다. 그가 포르투갈을 첫 번째 월드컵 정상으로 이끈다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역사상 최고령 선수가 된다.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이 각각 조 1위를 차지하면 8강에서 만날 수 있다. 커리어의 마지막 구간에 서 있는 메시와 호날두의 경쟁은 21세기 축구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서사였고, 축구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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