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0일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의 건물들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1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1569일째를 맞았다. 제1차 세계대전(1568일)의 지속기간을 넘어선 것이다. 1914년 7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에 선전포고하면서 개시된 1차 대전은 1918년 11월 11일 정전으로 끝났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제1차 세계대전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우크라이나 전쟁이 실제 기간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너무나도 길고 참혹했으며 프랑스 군인들은 그 전쟁이 ‘마지막의 마지막’(the last of the last)이 되기를 희망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보다도 더 오래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잔혹한 보병 돌격과 막대한 사상자, 참호전 양상 때문에 종종 제1차 세계대전과 비교돼 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럼에도 제1차 세계대전보다 이 전쟁이 더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수도 키이우가 며칠 안에 함락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밀어냈고, 전쟁은 이후 장기 소모전으로 바뀌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양상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비슷했다. 러시아 출신으로 <북한과 소련>을 쓴 표도르 째르치즈스키 박사(한국명 이휘성)가 최근 ‘주간조선’ 기고에서 이같은 분석을 했다. 1914년 전쟁이 발발한 이후 독일군의 파리 진격 등 굵직한 사건들이 이어졌지만, 1916~1917년 무렵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이후 소모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평화회담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종전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우크라이나인 절반 정도가 내년 전에는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투에 참가한 군인들 중 많은 이들은 전쟁이 이렇게 오래 끌 줄은 몰랐다고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전쟁이 계속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은 6년간 지속된 제2차 세계대전 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역사학자 야로슬라프 흐리차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제1차 세계대전과 마찬가지로 현대 유럽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전쟁 중 하나로 꼽힐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표도르 째르치즈스키 박사 ‘주간조선’에 “현대 유럽에서 제1차 세계대전은 흔히 ‘쓸모없는 전쟁’ ‘미친 전쟁’으로 기억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더욱 그렇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