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하게 진화하는 사교육…더 어릴 때부터, 점점 고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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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하게 진화하는 사교육…더 어릴 때부터, 점점 고액으로

입력 2026.06.08 06:00

수정 2026.06.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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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백서 발표…초등 의대반 등 계층 양극화 심화

영어유치원 수업료 월평균 150만원…“공교육 신뢰 회복 절실하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신소영 공동대표(왼쪽)와 백병환 정책팀장이 지난 6월 1일 최근 발표한 ‘2026 사교육 실태 백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신소영 공동대표(왼쪽)와 백병환 정책팀장이 지난 6월 1일 최근 발표한 ‘2026 사교육 실태 백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더 어릴 때부터, 더 세분화된 수업으로, 더 비싼 서비스로.

요즘 ‘사교육’ 현장의 트렌드를 요약한 말이다. 2019년 말 코로나19 대유행이 닥치자 학원가는 폐업 등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초·중·고 학령인구(만 6~17세)의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차에 코로나19라는 짐이 더해진 것이다. 또 사회적으로는 이중 노동시장이 견고해지며 의사 등 전문직군에 대한 선호가 커졌으며, 대학 서열화 및 학과 쏠림 현상도 심화했다. 그러다보니 2020년대 들어 사교육은 생존을 위해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 4세 고시, 초등 의대반, 수능 모의고사 PDF방, 수험생 멘탈 관리 독서실…. 하지만 이런 시류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권침해, 계층 간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지난 5월 27일 ‘2026 사교육 실태 백서’(270쪽)를 발표했다. 이번 백서는 지난해 사걱세가 서울 대치동, 중계동 등 학군지 유명 학원 원장을 비롯한 사교육 전문가들과 진행한 4회 연속 좌담회, 그리고 사걱세 자체적으로 최근 5~6년간 사교육 시장 모니터링 결과를 중심으로 작성했다. 신소영 사걱세 공동대표와 백병환 정책팀장을 지난 6월 1일 서울 용산구 사걱세 사무실에서 만났다.

요즘 사교육 특징-저연령화, 프리미엄화

최근 사교육 현장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저연령화’다. 영유아 인구는 줄지만, 영어학원의 유치부(영어유치원)는 2018년 562곳에서 지난해 820곳으로 매년 늘고 있다. 한국 나이로 5세에 유명 영어유치원에 입학할 때 치르는 ‘4세 고시’나 초등 유명 영어학원 입학시험 ‘7세 고시’가 성행했다. ‘초등 의대반’도 꽤 익숙해진 현상이다. 백서에 따르면 수학학원 커리큘럼, 광고 등에서 확인한 결과 “초등학교 3·4학년이 중학교 1학년 과정, 5학년은 중학교 3학년 과정, 6학년은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의 수학 과목에서 나오는 개념을 배운다”고 한다.

백 팀장은 “최근 학원들의 양태를 보면 낮은 연령과 성인 재수생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고3 수험생과 재수·삼수생 위주로 기능하던 수능 사교육 시장은 최근 몇년새 급증한 ‘N수생’을 대상으로 고도화, 세분화, 프리미엄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백 팀장은 “종합반이나 단과반 형태의 강의에서 최근엔 내신 대비반, 영어 문법반 등 강의가 쪼개져 개설된다.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만들어 파는 시장이 형성돼 있고, 학원의 유명 강사들은 고난도 문제를 내는 20~30명 조교 인력이 붙어 있다”며 “학습 외적으로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와 같이 내부를 꾸미거나 헬스장을 갖춘 고가형 스터디 카페나 스케줄·멘탈 관리를 해주는 독서실 등과 같이 프리미엄 서비스들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상품은 고액일 수밖에 없고, 학생 입장에서도 일찍부터 여러 학원에 다녀야 하니 사교육비 지출이 늘게 된다.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27.5조원으로, 전년(29.6조원)보다 다소 감소했지만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024년 59.2만원에서 60.4만원으로 증가했다. 신 대표는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학령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객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생존 전략으로 쓰는 것이다. 수요자로서는 각 가정의 자녀 수가 1~2명 정도다 보니 집중적으로 투자하게 되고 사회 양극화 구조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학 레벨’을 올려야 한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이 같은 고액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요즘 사교육 실태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정리한 이미지. 출처: 사걱세, ‘2026 사교육 실태 백서’ 사진 크게보기

요즘 사교육 실태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정리한 이미지. 출처: 사걱세, ‘2026 사교육 실태 백서’

사교육 참여자도, 시장도 ‘양극화’

영어유치원 수업료는 월평균 150만원을 웃돌고, 대입 학원 수업료도 평균적으로 월 300만원을 넘는다. 학원들은 학군지에 몰려 있다. 대입 대비 유명 학원들은 이미 검증된, 이를테면 상위권 대학 자퇴생이나 과학고·영재고 학생 등 상대적으로 높은 성적을 내는 수강생들에게 입학금 면제와 같은 특혜를 주기도 한다. 학군지에 사는 소득이 높은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선행학습 등 사교육을 받아 좋은 성적을 내는 학생일수록, 사교육의 효과를 더 잘 누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백 팀장은 “지역 학원 원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명 학원의 인터넷 강의(인강)의 수준이 꽤 높아진 상황에서 지역 학원에서 수능 대비를 실질적으로 해주기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신 지역의 학원들은 그 지역 학교에 맞춤형 내신 대비 수업을 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들을 수 없는 학생이라면 내신에서도 밀리는 상황인 것”이라고 했다.

사교육 시장 안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학원이 인강부터 지역별 센터, 기숙학원까지 만들어 대기업화하고 있지만, 지역의 소규모 학원들은 수강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다. 신 대표는 “학교 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는 보습형 학원이 설 자리가 없다는 말이고, 이는 소위 사교육 본연의 기능이 말살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백 팀장은 “이런 시장 환경에서 학원들의 마케팅은 ‘더 수준 높은 걸 제공한다’가 된다. 고난도 문제 풀이와 같이 최상위권 학생들을 겨냥한 커리큘럼을 내놓는데, 전체 학생들 처지에서 보면 실제로는 본인한테 불필요한 학습을 하느라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사교육 과열의 구조적 원인

영어는 영유아 때, 수학은 초·중학교 때 충분한 선행을 해둬야 고등학교 내신 및 대학 입시 준비에 유리하고, 결국 대입에서도 좋은 결과를 낸다는 인식이 선행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게 만든다. 최근 두드러진 또 다른 특징은 ‘문해력’ 사교육 시장의 확대다. 최근 학생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독서·논술·비문학 독해 수업을 하는 학원이 늘었다. 백서에 따르면 실제 문해력을 보완하기 위한 교육을 하는 학원보다는 수능 국어 영역을 대비하기 위한 문제 풀이형 학원들이 주를 이룬다.

사교육 규모가 확장하면서 교원·강사·업체 사이의 카르텔, 그 안의 불법 문제 거래, 아동에 대한 신체·정신적 학대, 사회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교육 당국, 학부모, 학생, 교육·아동 전문가 모두 이런 사교육 과열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서를 보면, 사교육 종사자들도 사교육 시장에서 과도한 상업적 마케팅에는 자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열된 사교육 시장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여기에는 “학부모 세대의 경험에 기반한 사교육 의존성 강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신 대표는 말했다. 그는 “지금 학부모 세대가 학령기 때 사교육 친화적 문화 속에서 성장했고, 외환위기를 직·간접으로 겪었고, 그 이후 사회 양극화, 노동시장 분화 등을 경험했기 때문에 자녀의 독립을 위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학벌을 취득하는 길이 가장 안전하게 보신하는 길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공교육의 역할에서 한계가 보이기도 한다. 신 대표는 “공교육에서 학습 성취에 대한 평가와 그에 대해 피드백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학업 성취 시험을 치르고 이를 공표하는 것은 ‘학생을 성적으로 줄 세우기’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신 대표는 “학생이 교육을 통해서 어떤 것을 성취했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진단하고 평가하는 것도 교육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기초학력이 떨어진 학생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사교육도 받지 못한다면, 학업 성취를 보강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며 “다만 그 평가 결과에 대해서 줄 세우기 방식이 아니라 개별 학생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공교육은 그걸 하지 못하고 사교육이 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신소영 사걱세 공동대표(왼쪽)와 백병환 정책팀장은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그 안에서 병리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 하기 떄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근 선임기자

신소영 사걱세 공동대표(왼쪽)와 백병환 정책팀장은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그 안에서 병리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 하기 떄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근 선임기자

“선행학습 규제, 교육대책 전환 논의 필요”

사걱세는 이번 백서에 사교육 시장 변화에 대한 정책 대안으로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 제정,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통한 대학 서열 완화, 대입 수능·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 공교육 신뢰 회복을 위한 평가 체계 개편, 영유아 학원 교습시간 제한 및 초고도 선행교습 규제 등을 제시했다.

사걱세는 저연령층을 상대로 한 과도한 선행학습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대해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본다. 현재 ‘선행학습규제법’이 제정돼 있지만, 공교육만 해당하며 사교육은 이 법망에서 제외돼 있다. 국회에는 사교육 현장에서의 과도한 선행교습을 처벌할 수 있는 내용으로 해당 법안의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신 대표는 “시·도 교육청별로 학원 영업시간 규제를 조례로 정하고 있고, 이는 학생들의 건강과 발달권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최근 ‘4세·7세 고시 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학원의 영업권, 학부모·학생의 선택권 등을 일부 침해하더라도 공익적 보호 기능이 크면 일정 부분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의 선행학습을 하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백서에 담긴 핵심 내용은 “사교육의 문제는 곧 공교육의 문제”라는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의 사교육 경감 대책을 보면, 방과 후 학습이나 진로 컨설팅 등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정책 사업이 많다. 이번 6·3 지방선거를 봐도 비수도권 지자체장이나 교육감 선거 후보들은 ‘수도권 상위 대학 진학을 위한 인프라’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백 팀장은 “현실적으로 더 나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지역 지도층이 향후 청년층의 해당 지역 이탈을 부추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국가교육과정 안에서 교육이 이뤄지도록 정확히 방향을 잡고 가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학교와 사교육 기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다만 대학 입시와 대학 서열화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고교 정상화도 어렵다”고 했다.

대학 입시 체계 개편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구조개혁인 만큼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두고도 실효성이 있을지부터 이견이 있다. 백 팀장은 “‘서울대 10개’ 그 자체라기보다 지역에서도 충분히 수준 높은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현재 대입에서 쏠림 현상을 완화해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다만 정부의 정책 추진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만 이뤄지고 있어 우려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교육부 정책 차원에서 시급하게 논의해야 하는 것은 대입 및 고교 내신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교육 제도가 사교육을 부추기는 구조를 걷어내줘야 한다. 고등학교 교육 성취는 대학 입학 자격을 주는 방식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교육정책에 대변화가 요구된다. 백 팀장은 “학부모 설문 등을 보면 공교육에서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하길 원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 예산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신 대표는 “AI가 발달한 시대에 공교육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상황이다. 앞으로 어떤 사회에서 어떤 교육을 할 것인지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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