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조국혁신당 조국 후보가 4일 경기도 평택시 선거사무소에서 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있다. /연합
갈릴레오의 망원경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1610년 갈릴레오는 고배율 망원경을 개발해 달의 분화구들을 발견했다. 이 분화구들은 천체가 매끈하다고 말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관을 반박하는 증거였다. 이 중대한 발견 소식을 들은 아리스토텔레스 지지자들은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것을 거부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 무언가가 들어 있을 거라고 느껴졌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틀렸다면 중세를 지배하던 천동설이, 신이 모든 것을 창조했다는 믿음이 통째로 흔들릴 테니까. <무지의 역사>를 쓴 피터 버크는 이러한 무지의 유형을 ‘의도적 무지’라고 구분했다. 단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무언가를 알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된 무지라는 뜻이다.
6·3 지방선거에서 가장 주목된 지역은 국회의원 재선거가 치러진 경기 평택을이다. 우리 사회를 뒤흔든 입시비리 사건의 당사자가 사면 1년도 지나지 않아 출마했다. 더 놀라운 것은 조국 후보에 대한 민주당 사람들의 드라마틱한 태도 변화다. 이 당의 정치인들도 지지자들도 연일 조국 후보의 과거 범죄 이력을 상기하며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불과 몇년 전 그를 지키겠다며 거리로 나왔던 사람들이 정반대의 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말 바꾸기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변한 것 같지만 사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조국을 지지했던 이유와 조국을 등진 이유가 정확히 같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눈물을 흘리는 능력과 그 사람을 하루아침에 악마로 만드는 능력은 사실 같은 것이다. 자기 정파의 타산에 따라 같은 것을 언제든 다르게 볼 수 있는 이 능력이야말로 진영주의자들의 소름 끼치는 특성이다.
놀라운 것은 조국 후보에 대한 민주당 사람들의 드라마틱한 태도 변화다. 자기 정파의 타산에 따라 같은 것을 언제든 다르게 볼 수 있는 이 능력이야말로 진영주의자들의 소름 끼치는 특성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연극적 푸념이다. 조국 사태 당시 언론이 앞다퉈 의혹을 제기하고 검증했을 때 그들은 의도적으로 그것들을 외면했고, 검찰 수사의 정당성 여부만을 논했다. 이후 법원 판결로 조국 일가의 범죄사실들이 구체적으로 확인됐을 때도 그들은 판결문을 들여다보지 않았고, “표창장 하나로 멸문지화” 당했다며 억지스럽게 슬퍼했다. 그런데 몇년 뒤, 조국 후보가 자당 후보와 경합하는 국면이 오자 그들은 그제야 외면했던 망원경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외친다. 그들은 변해서 문제가 아니라 변하지 않아서 문제다. 별은 처음부터 거기 있었다.
갈릴레오의 망원경을 들여다보길 거부했던 사람들은 거기에 진실이 들어 있음을 예감했다. 눈으로 보지 않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던 셈이다. 의도적 무지란 진실을 모를 때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진실을 외면하려는 행위다. 그들은 두려웠다. 그래서 흔들리는 자신의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 무지를 전략으로 택했다.
‘조국의 망원경’을 들여다보길 거부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들은 진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것의 의미를 너무 잘 알았기에 보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그리고 두려웠기에 광장에 서야 했던 것이 아닐까.
정주식 ‘토론의 즐거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