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국민의힘이 3일 서울 10여개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을 두고 “오염된 선거는 무효”라며 재선거를 요구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지방선거 대대적 참패가 예견된 터다. 국민의힘이 ‘선거불복’ ‘부정선거’ 문제 등을 대대적으로 쟁점화하면서 국면전환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장동혁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밤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서울시의 투표는 유권자의 투표권, 참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선거”라며 “이미 투표의 공정성은 깨졌다. 이미 서울시의 선거는 오염된 선거다. 오염된 선거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상파악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는 다시 선거를 실시해야만 한다. 필요에 따라서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표소가) 3시간 전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할 것이라는 정보를 중앙선관위에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관위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투표용지를 기다리다가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송언석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현안 브리핑을 열고 “서울 선거 개표를 즉시 중단하길 바란다”며 “공직선거법에 의거해 선거를 연기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 시간 이상 투표를 못하게 되면 일신상 사유로 투표를 못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중대한 참정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독일 베를린 지선에서 독일 헌법재판소가 선거 당국의 총체적 부실 운영이 투표권 행사를 방해하고 선거 결과를 왜곡했다는 사유로 선거 전면 무효를 선언하고 재투표를 명령한 사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도 “투표 못마친 지역 선조치 전까지 개표를 중단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로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대적인 선거참패 후폭풍이 예상되는 터에 시선을 밖으로 돌릴 사건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도부는 재선거 등 선거불복을 쟁점화하고 부정선거론을 펴는 전한길씨 등 아스팔트 세력과 결합해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을 벌이는 계획도 생각할 법하다. 이 경우 지도부 사퇴론은 수면 아래 잠복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투표 종료를 앞두고 송파구와 강남구, 광진구, 동작구 등 서울 12곳, 인천 연수구 2곳 등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이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 하고 대기하는 투표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SNS 등을 통해 퍼진 지역 커뮤니티 단톡방 캡처에 따르면 “잠일초 투표소, 잠래아(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투표소 등이 용지가 없어 투표를 못 하는 상황”이라는 문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문정2동을 비롯한 다른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도 “오전 10시경부터 투표용지 부족해질 수 있다는 투표소 관계자들 말을 들었다” 등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2동 투표소에서는 한 남성이 투표용지 중복 수령을 시도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선관위의 허술한 관리체계 때문에 투표용지를 두 번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상의를 갈아입은 뒤 본인 확인 줄을 거치지 않고 투표용지 수령 대기 줄로 향해 투표용지 교부 직전에 현장 선관위 직원들에게 중복수령 가능성 문제를 지적하며 자진신고 했다.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이들 투표용지 부족 지역 상황을 전한 주민 글에 따르면 “아파트에서 투표용지 부족하니 대기하라는 방송이 나왔고, 오후 5시 10분경 투표용지가 도착했으나 턱없이 부족했다”며 “결국 약속이 있거나 투표용지가 도착했다는 것을 몰랐던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선관위 허철훈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9시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사과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선관위 책임을 묻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선거연기’ 주장을 두고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잠실 지역 투표소 투표지연 상황. FM코리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