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선 유권자 오후 10시까지 투표···일부 주민 투표 못해”
선관위 대국민사과···“책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
잠실 일부 지역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지연되고 있다. 중앙선관위 측은 “지난 선거보다 투표율이 높아 일부 투표 지역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해 해당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이송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잠실 지역 투표소 투표지연 상황/FM코리아 캡처
6·3 지방선거, 재보궐투표 당일 서울 10여개 투표소에서 용지가 동나 투표가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 송파구, 강남구, 광진구, 동작구 등지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표를 행사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부 지역에선 이날 오후 10시 넘어까지 투표가 진행됐다. 자칫 아스팔트 보수 등을 중심으로 부정선거론이 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투표 종료를 앞두고 송파구와 강남구, 광진구, 동작구 등 서울 12곳, 인천 연수구 2곳 등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유권자들이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 하고 대기하는 투표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8시 기준 서울 광진구 구의3동 제6투표소, 동작구 노량진1동 제7투표소, 서초구 잠원동 제7투표소, 반포4동 제3투표소, 강남구 청담동 제4투표소, 개포2동 제2투표소, 송파구 가락2동 제3·7투표소, 문정1동 제4투표소, 문정2동 제2투표소, 잠실2동 제6투표소, 잠실4동 제5투표소, 잠실7동 제2투표소, 위례동 제5투표소, 경기 인천 연수구 동춘1동 제6투표소, 송도5동 제1투표소, 화성시 동탄4동 제5투표소 등 총 17곳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장동혁 공동선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한 투표권, 참정권 침해”라며 선관위에 서울 선거 개표 중단 및 선거 연기를 요구했다. 송언석 공동선대위원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선관위에 분명히 요구한다. 서울 선거 개표를 지금 즉시 중단하기 바란다”며 “공직선거법 제196조에 의거해서 선거를 연기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한다”고 밝혔다.
배현진 국민의힘 서울시당 위원장은 “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다는 것은 단순실수가 아닌 선거관리시스템이 무너진 것으로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라며 “서울시민의 주권행위를 침해한 선관위의 선거관리 부족 및 지역선관위 실수를 확인해 향후 재발방지책과 관련 책임자 문책 등을 끝까지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SNS 등을 통해 퍼진 지역 커뮤니티 단톡방 캡처에 따르면 “잠일초 투표소, 잠래아(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투표소 등이 용지가 없어 투표를 못 하는 상황”이라는 문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문정2동을 비롯한 다른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도 “오전 10시경부터 투표용지 부족해질 수 있다는 투표소 관계자들 말을 들었다” 등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2동 투표소에서는 한 남성이 투표용지 중복 수령을 시도해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선관위의 허술한 관리체계 때문에 투표용지를 두 번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상의를 갈아입은 뒤 본인 확인 줄을 거치지 않고 투표용지 수령 대기 줄로 향해 투표용지 교부 직전에 현장 선관위 직원들에게 중복수령 가능성 문제를 지적하며 자진신고 했다.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이들 투표용지 부족 지역 상황을 전한 주민 글에 따르면 “아파트에서 투표용지 부족하니 대기하라는 방송이 나왔고, 오후 5시 10분경 투표용지가 도착했으나 턱없이 부족했다”며 “결국 약속이 있거나 투표용지가 도착했다는 것을 몰랐던 사람들은 투표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선관위 허철훈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9시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어 “중앙선관위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개표가 종료되는 즉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원인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을 두고 국민의힘은 당장 서울시장 개표 중단 및 선거연기를 주장하는 등 벼르고 있어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 일각과 보수진영에서 ‘선거불복’ ‘부정선거’를 쟁점화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