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한국계 코고나다 감독의 영화를 주목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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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한국계 코고나다 감독의 영화를 주목하는 까닭

입력 2026.06.03 06:00

수정 2026.06.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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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나인필름

엣나인필름

제목: 콜럼버스(Columbus)

제작연도: 2017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4분

장르: 로맨스, 멜로, 드라마

감독: 코고나다

출연: 존 조, 헤일리 루 리차드슨

개봉: 2026년 6월 3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엣나인필름

영화를 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떠오른 단어는 ‘대칭 성애자’다. 구도와 미장센에 대한 집착. 영화 교과서 같은 데 실릴 법한 영화다. 이런 장면을 어디서 많이 봤는데?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들, 예컨대 <만춘>(1949)이나 <동경 이야기>(1953)의 ‘필로숏’과 코고나다 감독의 이 장편 데뷔작의 주요 장면을 대비하는 영상 리뷰 같은 것이 눈에 띈다. 잉마르 베리만, 로베르 브레송의 영향도 느껴진다. 그 감독들은 감독의 홈페이지에 남아 있는 데뷔 전 발표한 ‘영상 에세이’의 주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대칭 구도로 묘사된 주인공 남녀의 상황

서울에서 번역가로 일하는 이진은 국제적인 건축비평가인 아버지 이재용이 미국에서 쓰러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디애나주에 있는 소도시, 콜럼버스에 찾아온다(미국을 대표하는 모더니즘 건축물로 유명한 도시로, 부통령을 역임한 마이크 펜스의 고향이다).

아버지는 사실상 코마 상태에 빠졌지만, 아들 진의 반응은 어째 냉담하다. 이 부자 관계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이카리 겐도와 신지 부자까지는 아니지만 서먹서먹했다. 게다가 마감의 압박이 진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큰 가정사가 있어도 기다려주지 않은 것이 한국의 문화, 라고 진은 설명한다(한국문화가 지금도 멸사봉공(滅私奉公)을 주요 정체성으로 하는지까지는 모르겠다). 그가 설명하는 대상은 도서관 비정규직 사서로, 병원 옆에서 우연히 만난 캐서린이다. 콜럼버스 출신으로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캐서린은 이 도시의 정체성이기도 한 건축에 진심이다. 대학을 가고 싶지만 홀로 남겨지게 될 어머니를 떠날 수 없다.

두 사람의 관계는 대칭을 이룬다. 영화가 집요하게 집착하는 쇼트 형식과 대구를 이룬다. 코마 상태에 빠져 의식회복을 기약할 수 없는 아버지와 관계를 진저리치면서도 ‘임종할 때 곁을 지키지 못하면 객귀(客鬼)가 된다’는 한국문화를 핑계 삼아 진은 아버지 곁을 맴돈다. 그런데 그 객귀에 대한 설명은 이미 변형된 것이다. 지난 세기만 하더라도 그 논리로 많은 사람이 임종할 때는 병원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마지막을 맞았고, 장례식이 치러지는 곳도 살던 집인 경우가 많았다. 그 오랜 관습은 21세기 들어설 무렵 봄눈 녹듯 사라졌다. 지금은 대부분의 한국 사람이 자기 집이 아닌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른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영화의 결론은 간단하다. 진은 언제가 될지 모르는 아버지의 죽음을 지키기 위해 그곳에 남고, 캐서린은 자신의 꿈을 위해 도시를 떠난다.

앞으로가 주목되는 한국계 미국인 영화감독

물론 이 간단한 서사만을 드러내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을 드러내기 위해 고안된 영상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앞서 대칭 성애자라고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내내 생각했던 것은 관객들이 연출에서 대칭에 대한 집착을 알아차리고 의식하게 된다면 성실한 이야기꾼으로 감독은 실패한 것이 아닌가, 라는 문제였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본 후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 한 장면 한 쇼트가 사려 깊게, 또는 정밀하게 계산한 작품이다. 우리에겐 또 다른 형식실험 영화 <서치>(아니시 샤간티 감독·2018)의 주인공 아버지역으로 눈에 익은 존 조도 그렇지만, 여주인공 역의 헤일리 루 리차드슨의 연기력도 감탄스럽다. 감독은 각본을 집필하면서 실제 콜럼버스라는 도시를 휴일에 방문했고, 전체 영화는 18일 만에 찍었다고 하는데 이 정도면 모든 게 감독의 머릿속엔 계산돼 있었다는 뜻이 된다. 드라마 <파친코>의 몇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개봉한 장편 영화는 3편에 불과하지만, 선댄스를 넘어 영화계에서 감독을 주목하는 이유를 알 듯도 싶다.

코고나다, 또는 박중은이라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

코고나다 감독 / imdb

코고나다 감독 / imdb

4년 전쯤 코고나다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애프터양>(2021) 리뷰를 이 코너에서 쓴 적 있다. 당시 포착했던 영화의 주제는 정체성에 대한 탐구였다. 정식 개봉한 뒤에도 붙어 있는지 모르겠는데 시사회로 상영할 당시엔 영화 시작에 앞서 자신의 두 번째 연출작에 대해 인터뷰하는 감독 영상이 붙어 있었다. 영화 곳곳에서 감독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의 영향이다. 당시 리뷰 본문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그가 천착하는 정체성이 한국계가 아닌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라는 점이 흥미롭다. 감독의 개인사가 궁금하다.”

한국에서 영화가 개봉한 지 4년이 흘렀지만, 아직 그의 개인사에 대해선 알려진 게 별로 없다. 코고나다라는 이름은 오즈 야스지로 영화의 각본가로부터 따온 예명이다. 감독의 홈페이지에 가보면 그의 한국 이름이 공개돼 있다. 박중은. 서울에서 태어나 이민 간 뒤 시카고에서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의외로 그 외의 정보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장편 데뷔작의 여주인공인 헤일리 루 리차드슨은 <애프터 양>에도 나오는데 캐스팅 당시 감독의 배우자가 나름 역할을 했다는 일화가 인터넷에 올라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지난해 콜린 패럴과 마고 로비가 주연한 <빅 볼드 뷰티풀>이 개봉했고, 올해는 <지>(zi)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시놉시스로는 “홍콩에서 미래의 자신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힌 여성이, 그 자신의 밤, 그리고 어쩌면 그의 인생 전체를 뒤바꿀지도 모르는 낯선 이를 만나게 된다”고 돼 있는데, 장르는 SF로 분류돼 있다. 올해 선댄스 넥스트 혁신상 부문에 올라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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