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강릉이었다. 촬영 스케줄에 맞춰 찾은 강릉, 그 안에서도 안목해변. 커피 향이 짙어질수록 그곳을 찾는 발길이 늘었지만, 정작 내 발길은 줄어들었다. 남들이 자주 가는 곳은 덜 가게 될 수밖에 없는 여행작가라는 직업의 아이러니다. 대신 남들이 잘 모르는 곳, 이제는 잊힌 곳을 찾아보는 게 이 직업이다. 이곳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 덕에 정말 오래간만에 찾아간 바닷가. 짙푸른 그 바다는 여전했고, 평일이어서 여행자는 적었다. 길게 멀리 뻗어나가는 저 백사장도 그대로였다. 크게 변하지 않아 반가웠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마주했을 때 반가운 건 사람만이 아니다. 여행지도 그렇다. 이전에는 점점 빠르게 늘어가는 카페의 행렬을 앞에 두고 대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도리어 커피를 안 마시기로 했지만, 이제는 가고 싶은 곳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터키 커피 체즈베 전문점도 보였고, 전망 좋은 자리가 욕심이 나는 곳도 있었다.
고소한 커피를 홀짝이다 다시 바다로 나왔다. 저 멀리 가볍게 인 바람에 백사장에서 솟아오른 모래바람이 하늘로 흩어진다. 제법 파도가 이는 바다 위에서는 그 바람을 타고 패러서핑을 즐기는 사람도 여럿 보였다. 이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풍광이다. 자연은 그 자리에 그대로지만 풍경은 수시로 변하는구나. 안목은 향기로웠고 여전히 강릉은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