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국면 접어든 지방선거…대체로 여권 우세 관측
중도 소구력 없는 장동혁, 접전지역 ‘정청래 역효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5월 21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담장에 선거 벽보를 첩부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여론조사 공표 금지, 속칭 깜깜이 기간이 시작됐다. 선거 당일(6월 3일)까지 언론 보도에서 언급되는 여론조사 수치는 5월 27일 이전에 시행된 결과다. 기관과 조사 방법에 따라 수치는 다르지만, 격전지에서 오차범위 내에 딱 붙거나 기존 1, 2위가 역전된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론조사꽃은 그렇지 않다. 오늘 발표된 꽃 여론조사 결과는 충남도 많이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여론조사는 샘플이 많아야 한다. 여론조사꽃이 대체로 정확하다. 여론조사꽃 조사 결과를 대부분 언론이 쓰지 않는데 왜 그런지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 다른 여론조사는 나오면 막 대서특필하고 기사를 많이 쓰지 않나.”
지난 5월 21일과 22일, 이틀에 걸쳐 충청권 지원 유세에 나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이다.
연일 비난 발언 수위 높이는 여야대표들
‘충남의 경우 오차범위 내에서 붙어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데 판세를 어떻게 보냐’는 기자 질문에 대한 답이다. 여론조사꽃에서는 민주당이 오차범위 바깥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데, 왜 그건 인용하지 않고 민주당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는 여론조사를 언론이 보도하냐는 항변이다.
여론조사꽃은 유튜브 언론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회사다. 여론조사꽃은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 응답률이 높은 것은 알려져 있다. 이른바 기관편향이다. 기관편향은 비표본오차다. 샘플 수를 늘린다고 정확도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기관편향의 양극단에 있는 조사 결과 인용을 언론은 기피한다. 덧붙여 언론이 주목하는 것은 ‘종전 추세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변화다. 벡터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 새로운 뉴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일 선동해서 유니클로 불매 운동할 때도 피해는 유니클로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봤다. 지금도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는 청년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 (…) 국민을 갈라치고 싸움 붙이는 게, 이재명과 민주당의 패시브 스킬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월 28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등 모든 이슈를 두고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거친 언사로 연일 공격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역대 전국 선거와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여야 당대표의 발언·행동, 지원 유세가 접전지역에서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선거기간 내내 지속하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장동혁 정치에서 가장 큰 포인트는 강성 지지층 끌어안기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당대표 경선 때부터 그가 이겨왔던 방식이기 때문에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 대표의 목표는 지방선거 승리가 아니다. 다음 당대표다. 선거 막판에 와서 중도층을 의식해 변화를 시도한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지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된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차기 대선주자로 자신을 각인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예전엔 정청래에 대해서는 바닥부터 다져온 입지전적 리더십의 소유자로 평가했다. 그런데 당대표로 지원 유세를 하는 것을 보니 무게가 없다. 생각보다 내공을 쌓지 못했다. 당대표는 한 번 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선주자급으로 올리기에는 부족한 면모를 드러냈다.”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선거운동 첫날인 5월 21일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역 일대에 선거 현수막이 걸려 있다. 문재원 기자
“중도 5%가 전국 선거결과 좌우한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장동혁 대표의 활동이 중도 표심 소구력이 없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정청래 역효과’도 특히 접전지역에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원래대로라면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율에 기대 민주당엔 무난한 선거가 될 거로 예상됐다. 부산에서 ‘오빠 해봐’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당대표 자신이 당 지지세를 지켜내는 데 걸림돌이 됐다. 전북 지역에서 ‘반청’ 기류가 확산한 것도 결국 본인 탓이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의식으로 선거운동에서 스스로 오버하면서 오히려 국민의힘이 반전할 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접전 양상으로 마무리된 여론조사와 달리 막상 투표장에 나간 유권자들의 선택에서 큰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주간경향이 취재한 정치평론가 대부분의 전망이다. 압승까지는 아니겠지만 2018년 지방선거 결과에 가까운 민주당의 대승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전국선거는 중도 5%가 좌우한다.”
김상일 정치평론가의 말이다.
“중도 5%가 원사이드로 가면 간 쪽이 압승한다. 반면 이 사람들이 찢어지고 지역별 특색을 나타내면 균형을 맞추는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도 투표장에 나간 중도의 최종 ‘선택’은 민주당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관측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원래 40% 정도까지는 양쪽 지지층이 다 결집한다. 마지막 선거에서는 중도가 나와서 판가름을 해준다. 민주당이 몇 가지 실수를 하면서 중도층도 적극적 의사표명을 유보하고 대기열로 돌아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사람들이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더라도 선거에서 생각을 바꿀 정도로 국민의힘이 잘했거나 내란을 넘어서는 모멘텀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민주당, 지방선거 낙승할 수 있을까
여의도연구원 상근 부원장을 역임한 김장수 장산정책연구소 소장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전국 상당수 지역에서 근소한 차로 승부가 결정되는 접전 양상을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역 기준으로 최소 5곳 이상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여나 야나 당대표가 국민 전체가 아니라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가는 것이 잘못인 것은 맞다. 하지만 장동혁의 잘못은 마이너한 이슈다. 왜냐면 야당이기 때문이다. 국민은 여당의 잘못을 먼저 본다.”
그는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대통령 지지율과 여권 당내 분열, 일반 국민의 민생 셋인데 세 가지 모두 현재의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결코 유리한 상황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60% 남짓이라고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때보다 낮다. 결정적으로 이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플레이어가 아니다. 여권 당내 분열이 없냐면 있다. 그것도 매우 심각하다. 선거 이후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국민이 먹고살 만하냐는 것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 건설업·자영업자들은 되게 사정이 안 좋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낙승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그럴까. 머잖아 밝혀질 민심의 향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