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녹색 산업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지만 AI의 경제적 과실은 지역과 다수의 노동자에게 아직 분배되고 있지 않다. ※ 사진은 칼럼 내용을 바탕으로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지난 5월 20일 국무회의에서 “탈탄소 목표 이행도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산업 발전이나 지방 균형 발전에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 정치가 여전히 기후 대응을 ‘가치’나 ‘이념’의 문제로 바라보고 에너지 안보, 산업 발전, 지역 발전과 충돌하는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그러나 최근 국제 투자·산업 현황을 보면, 녹색 산업은 더 이상 잠재성 있는 미래 시장이 아니라 이미 수조달러 규모의 현실 성장 시장이다. 세계경제포럼(WEF)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공동 보고서 ‘이미 수조달러 규모의 시장’은 글로벌 녹색 시장이 2024년 연간 5조달러를 돌파했으며, 2030년까지 7조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6900개 상장기업 분석 결과 녹색 매출은 2020∼2024년 연평균 12% 성장해 기존 사업 성장률의 2배를 기록했다. 기후 대응이 산업의 부담이 아니라 성장 기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정책 전환, 지정학적 불안,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도, 녹색 경제에 대한 실물 투자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주요국들은 기후 대응을 에너지 안보, 산업 경쟁력, 공급망 자립, 지역 투자 유치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데이터센터 유치 공약이 경쟁적으로 포함되고 있다. 이 공약이 지역사회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까. 지역 발전과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정치인들에게 어떤 공약을 요구할지 유권자들이 숙고해볼 일이다.
반면 정부가 매진하는 AI 산업은 어떤가.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AI연구소(HAI)에 따르면 2024년 AI 분야 글로벌 기업 투자는 2523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지만, 투자 규모가 성과 규모를 뜻하지는 않는다. 골드만삭스는 2024년 6월 생성형 AI에 수조달러가 쏟아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성과로 보인 것이 적다고 지적했다. 2026년 분석에서도 수입 하드웨어 비중을 고려하면 2025년 AI 투자 지출이 미국 GDP에 이바지한 효과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결론지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는 AI의 향후 10년 총요소생산성 상승효과를 0.66%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녹색 산업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IRENA·ILO 공동 보고서 ‘재생에너지와 일자리 연간 리뷰 2025’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재생에너지 고용이 1660만명에 달한다고 밝힌다. OECD의 30개국 지역 노동시장 분석은 녹색 일자리가 지리적으로 분산되는 특성이 있어, 장소 기반 정책과 결합할 때 지역 균형 발전의 핵심 수단이 된다고 제시한다. 반면 AI의 경제적 과실은 현재까지 반도체 기업 일부에 집중될 뿐 지역과 다수 노동자에게는 아직 분배되지 않고 있다. 미국 공공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2026년 2월 분석에 따르면 표준적 데이터센터는 건설 단계의 단기 일자리와 세수를 제공하지만, 지속 가능한 지역 경제 이익은 거의 없으며, 지역 고용에 유의미한 성장 효과를 만들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데이터센터 유치 공약이 경쟁적으로 포함되고 있다. 이 같은 공약이 지역사회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까. 지역 발전과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정치인들에게 어떤 산업공약을 요구할지 유권자들이 숙고해볼 일이다.
지현영 서울대학교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