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 해군 잠수함사령부 신채호함에서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한국산 잠수함 수출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한국이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CPSP)’을 놓고 독일과 막판 경쟁에 들어갔다. 캐나다는 이르면 6월에 잠수함 사업의 참여 업체를 결정할 예정이다. 방위 산업 전문가들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이 끝나면 한국은 중동 국가들이 추진 중인 잠수함 사업에서도 유럽 국가들과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 잠수함 수주전에서 유럽세에 밀려 2연패를 당했다. 첫 번째가 폴란드 ‘오르카’(Orka) 잠수함 사업이다. 오르카는 폴란드 해군 현대화 프로그램으로 2034년까지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보수·유지·정비(MRO)를 포함해 약 14조5000억원 규모다. 경쟁에는 한국·독일·프랑스·스웨덴·스페인·이탈리아·일본 등이 참여했고, 최종 승자는 스웨덴의 사브였다. 한국의 한화오션은 KSS-III 배치-II(3000t급)를 제안했으나 사브의 A26 블레킹급에 밀렸다. 당시 경쟁력이 가장 높았던 독일은 물량이 많고 규모가 큰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두 번째는 남미 콜롬비아 잠수함 사업에서였다. 국내에서 보도되진 않았지만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업체 2곳은 최근 중소형 잠수함 2척을 도입하는 콜롬비아 잠수함 사업 경쟁의 최종 후보군(short list)에 탈락했다. 최종 후보군에 들어간 국가는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3개국으로 알려졌다. 콜롬비아는 이들 3개국 가운데 1개국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만약 한국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에 실패하면 유럽 국가들에 3연패를 당하는 꼴이다. 그러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 연패를 끊고 향후 이뤄질 중동 국가들의 잠수함 사업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확률이 높아진다.
잠수함 전력 증강 분위기
미국·이란 전쟁은 중동 국가들에 국방력 증강 요구를 높이고 있다. 잠수함 전력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란이 지난 5월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 잠수함 전력을 증강 배치한 사건은 시사점이 크다. 당시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이란 해군이 ‘페르시아만의 돌고래’로 불리는 경량급 잠수함들을 해협에 추가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샤흐람 이라니 이란 해군사령관은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 역량, 필요 등을 고려해 경잠수함이 증강 배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라니 사령관이 언급한 잠수함은 이란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120t 규모의 소형 잠수함인 가디르급일 것으로 추정됐다. 이라니 사령관은 자국군 잠수함을 ‘페르시아만의 돌고래’로 지칭하면서 “해협 깊은 곳에 장시간 잠행하며 모든 종류의 적대적 선박을 요격하고 격침하는 것이 우리 해군 경잠수함의 주요 능력”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연어급을 기반으로 한 가디르급 잠수함은 얕은 해역에서 기동성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 533㎜ 어뢰발사관 2개를 갖추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은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한 페르시아만과 홍해 등에 연해 있는 국가들의 잠수함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걸프만 쪽 중동 국가들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이란 전쟁 이전부터 잠수함에 관심을 가져왔다. 중동 지역에서 한국의 핵심 파트너로 떠오른 UAE는 3000t급 잠수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기지 부두에 국산 잠수함으로는 처음으로 태평양을 횡단한 도산안창호함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중동 국가 가운데 신형 잠수함 도입을 공식화한 곳은 잠수함 전력이 없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는 ‘비전 2030’ 군 현대화 정책으로 공군과 육군에 이어 해군까지 전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사우디는 최신 공격 잠수함을 도입해 해상·대지 공격과 전략적 억제 능력을 강화한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사우디는 수중 감시와 걸프·홍해 지역의 적대국 군함 대응을 위해 잠수함 획득을 결정했다. 대상은 최대 4~6척의 3000t급 디젤 공격 잠수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에는 한국의 한화오션이 ‘KSS-III 배치-II’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형 잠수함은 장보고급(KSS-I), 손원일급(KSS-II), 도산안창호급(KSS-III 배치-I), 장영실급(KSS-III 배치-II) 등으로 발전해왔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0월 진수식을 갖고 시운전이 한창인 KSS-III 배치-II 선도함인 장영실함을 앞세워 사우디아라비아 및 중동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KSS-III 배치-II는 수상 약 3600t, 수중 약 4000t 규모다. 대형 플랫폼과 다목적 성능이 강점으로 수직발사체계(VLS)를 탑재해 정찰·요격 임무를 넘어 전략적 공격 능력까지 갖췄다. 앞서 한화오션은 국내 11개 기업과 ‘사우디아라비아 및 중동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참여 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KTE, 코오롱스페이스웍스, 퍼스텍 등 국내 11개 잠수함 건조 관련 기업들이다. 사우디 잠수함 사업에서도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소형 잠수함 수출 능력 보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중동 지역에서 소형 잠수함의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수심이 얕은 연안 작전에 적합한 배수량 800t 이하의 연안형 잠수함과 200t 이하의 잠수정은 크게 드러나진 않지만, 주목받는 무기체계다. 소형 잠수함은 함정 공격과 기뢰부설, 특수부대 침투, 정찰 등 대부분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도입비용과 유지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탐지하기가 어렵다.
이란의 경잠수함처럼 수심이 얕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작전하려면 다른 중동 국가도 소형 잠수함이 필요하다. 페르시아만도 평균 수심 50m로 대형 잠수함보다는 소형 잠수함이 활동하기에 적합하다.
한국에서는 특수작전 목적의 소형 잠수함으로 150t급 돌고래급 잠수정(SSM)과 70t급 코스모스급 잠수정(갈매기·구 비둘기) 등을 운용하다 현재는 범고래급 잠수함 3척으로 대체했다. 500t급인 범고래급 잠수함은 정보사령부가 운용하고 있다. 범고래급은 특수요원이 탑승해 적진 정찰 및 기뢰봉쇄 등의 특수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대형함정도 격침할 수 있다.
국내 조선업체는 수출용 소형 잠수함으로 HDS-800(800t급) 모델을 보유하고 있어 중동 국가에 수출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모델은 범고래급을 수출용으로 변형한 형태인 것으로 보인다. 소형 잠수함의 경우 수중 공격뿐만 아니라 적진 침투 등 특수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수출하는 나라도, 수입하는 나라도 서로 비밀로 취급하는 게 다반사다. 이 때문에 설사 중동 국가들과 잠수함 계약이 성사된다고 해도 외부에 발표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