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자신의 X에 공개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구호선단 활동가들이 체포된 모습. 벤 그비르 장관 X 캡쳐
가자지구로 향하는 국제 구호선박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돼 억류됐던 활동가들이 당시 배 안에서 고문·성추행·성폭행 등 가혹 행위가 극심했다고 증언했다. 아이들을 포함한 민간인과 이들을 돕는 인도주의 활동가, 의료진은 공격 대상이 돼선 안된다는 것은 제네바협약에 뿌리를 둔 국제법상의 원칙이며 넘지 말아야 할 ‘전쟁의 선’이다. 이스라엘이 이 선을 넘고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팔레스타인긴급행동 등 단체는 28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이스라엘의 평화항해 활동가 가혹행위 증언 및 규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활동가 김동현씨는 “감옥선에서 군인이 파쇄탄을 쏴서 다리에 중상을 입은 사람이 있었고 이후에도 3명 이상이 파쇄탄, 빈백탄에 맞아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했다. “고문으로 고통받는 소리가 들려왔고, 상습적인 성추행이 이뤄지는 듯했다. 5∼10분간 셀 수 없이 구타당했고 케이블타이로 묶인 손에서는 계속 피가 났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활동가 조나단 빅토르 리씨(활동명 승준)는 “어두운 컨테이너에서 무장한 병사들에게 구타와 전기 충격을 당해 오른쪽 갈비뼈가 골절됐다”며 “몇 사람들은 성폭력에도 노출됐다”고 밝혔다.
활동가 김아현씨(활동명 해초)는 “거의 모든 남성들은 테이저건으로 고문을 당하고, 여성들은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며 “군인들이 조롱하고 명령하는 소리, 항해자들이 구타당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명은 숨이 막힐 정도로 길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스라엘군의 폭력으로 상해를 입었다고 했다. KFFP는 의료진 진단 결과 김아현 씨는 구타로 외상성 고막 천공 진단을 받았고 김동현 씨와 이승준 씨는 갈비뼈 골절, 횡문근융해증 증상 등을 겪었다고 밝혔다.
또 주이스라엘 한국 영사의 조치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아현씨는 “구치소를 찾은 한국 영사는 이스라엘군의 빵을 거부하는 저에게 ‘다이어트하냐’며 조롱했고 폭행당했음을 알렸을 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며 “전화기를 빌려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언론공지를 통해 “해당 영사는 우리 국민에게 ‘다이어트하냐’고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전화기를 빌려 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당시 영사접견 장소가 공항 경찰서 내부라서 어려울 것 같다고 했고 당시 해당 국민도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아현씨는 승준씨와 같은 배인 ‘리나 알 나불시’ 호를 타고 이탈리아에서 출항해 가자지구로 향하던 중 지난 20일 이스라엘군에 붙잡혔으며, 김동현씨는 자유선단연합(FFC)의 키리아코스 X호를 타고 키프로스 인근 해역을 지나던 중 지난 19일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자원봉사 가겠다는 제3국의 선박을 나포해서 체포·감금하는 게 타당한 일이냐”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범으로 인정돼 체포영장이 발부돼 있는 것 아니냐. 우리도 판단해보자”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