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한수빈 기자
삼성전자 노조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급 배분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자 지난 5월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5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다”라며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 함께 잘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함께’를 강조한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함께’를 쉽사리 믿을 수 없었다. IMF 금융위기 때 전 국민이 고통을 같이 짊어졌지만,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다. 경쟁은 치열해졌고 개인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삼성은 오랫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가다 노조 파괴 공작으로 임원진이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야 노조가 설립됐다. 경영권 승계를 위해 편법 활용, 권력과의 유착이 문제 된 적도 있다. 최근 삼성 주가는 계속 올랐지만, 실물경제는 얼어붙는다. 정부는 주식시장 활성화와 기업 지원엔 열을 올리면서도, 그래서 과실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과 공론화, 제안에는 소극적이다. 성과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삼성전자 노조 주장도 100%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삼성전자 노동자가 아닌 절대다수의 사람들은 ‘함께’에서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까지 중재에 나서면서 노사는 임금협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당장 파국은 피했지만, 무엇이 달라질까.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고,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 뒤엔 무엇이 남을까. 초과이윤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여러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책임 있는 이들이 그럴 의지가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 노동자냐 아니냐,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왜 삶의 성패가 좌우돼야 하나. 그 모든 게 순수히 개인의 능력 덕분일까. 다시 삼성 공화국이다.
이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