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식 언론의 쓸모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재래식 언론의 쓸모

입력 2026.05.27 06:00

수정 2026.05.27 10:30

펼치기/접기

박근혜 정부 때로 기억한다. 몇몇 지인에게 “기자들은 기자실에서 무얼 하느냐”는 말을 들었다. ‘기자들은 기자실에서 노닥거리며 보도자료나 받아쓰는 게으른 사람들’이라는 의도가 엿보였기에 화가 났던 기억이 난다. 당시 유튜브 이전 팟캐스트 등이 부각되고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커지던 시기였다.

당연히 기자들은 놀고먹는 존재가 아니다. 보도자료만 해도 그대로 베낄 수 없다. 기자들은 보도자료를 받게 되면 각사의 관점을 담아 기사로 만든다. 기사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자료는 버려진다. 현장에서 부실한 기사를 보낼 수도 있으나, 이 경우 데스크에 의해 걸러지거나 다듬어진다. 기자들은 담당 분야를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키는 기사를 쓸 수 있다. 한가하지도 않다. 기자가 오래 근무했던 정치부의 경우 각종 회의와 만찬 등을 취재하느라 늦은 밤 자주 대기했다.

물론 기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할 것이다. 영화 <내부자들>, <부당거래> 등에는 권력·검찰·재벌과 결탁해 거짓되거나 의도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등장하는데, 과거엔 이런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도 사주 있는 언론에선 가끔 과거의 부정적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하지만 사회의 공기가 변했고, 대다수 기자의 윤리의식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격해졌다. 사안에 대한 검증은 기본이며, 특정 세력을 위해 의도된 기사를 쓰는 기자는 드물다.

그래서 기자는 언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 것이 안타깝다. 특히 각종 사안이나 뉴스를 음모론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걱정스럽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를 응원했던 진보 성향 시민들은 우리가 기득권화됐으며, 보수언론 프레임을 따라간다며 ‘가난한 조선일보’라고 비판한다. 진보진영 빅스피커인 유시민씨는 아예 ‘재래식 언론’이라고 했다. 필요 없다는 말인가. 비판을 새길 구석도 있겠지만 억울하기도 하다.

그러나 기자는 ‘재래식 언론’이 아직 쓸모 있다고 믿는다. 확인되지 않은 설이나 소문이 사실의 탈을 쓰고 광속으로 유통되는 세상이고, 알고리즘에 갇힌 유튜브는 한쪽 진영 목소리만 노출하며 확증편향을 유도한다. 하지만 레거시 미디어는 다르다. 각종 소문이나 제보에 대한 검증과정을 거치고 반대 목소리도 전하는 등 최소한의 균형감각을 갖추려 노력한다.

이번 주 주간경향이 창간 34주년을 맞는다. 이주영 전 편집장은 지난해 창간 33주년 기념호 ‘편집실에서’를 통해 “유튜브에 치이고 넷플릭스에 눌리며 살벌해진 콘텐츠 공급시장에서 이만큼의 세월을 버텼다는 자체가 눈물겹지 않나요”라고 물었다. 이번 1680호에선 레거시 미디어로서 과거의 잘못에 대해 반성문을 쓰되, 그럼에도 우리가 ‘왜’ ‘아직도’ 필요한지에 대해 독자 여러분께 설명해드리고 싶다. 주간경향의 진심이 지면 넘어 독자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이용욱 편집장

이용욱 편집장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