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볼수록 더 아름답다, 백사실계곡의 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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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볼수록 더 아름답다, 백사실계곡의 신록

입력 2026.05.26 06:00

[렌즈로 본 세상] 천천히 볼수록 더 아름답다, 백사실계곡의 신록

봄날 오후, 서울 종로구 백사실계곡. 숲은 멀리서 보면 그저 초록이 짙어진 계절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른 빛의 결을 품고 있다. 바위틈 사이로 스며든 햇살은 나뭇잎 위에 잠시 머물다 떠나고, 그 짧은 순간 잎들은 가장 선명한 초록으로 숨을 쉰다. 어떤 잎은 가장자리가 투명하게 빛나고, 어떤 풀잎은 어둠 속에서 홀로 떠오른 듯 선명하다.

빛은 모든 초록을 같은 색으로 비추지 않는다. 갓 돋아난 연둣빛 잎에는 어린 생명의 부드러움이 스며 있고, 깊은 그늘에 놓인 잎들은 짙은 녹색으로 고요한 시간을 견디고 있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잎맥 위로 흐르는 빛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그 움직임은 마치 숲이 아주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처럼 느껴진다.

숲은 화려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지만, 천천히 바라볼수록 더 깊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백사실계곡의 신록은 그래서 ‘보는 풍경’이라기보다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풍경에 가깝다. 눈부시게 밝지 않아 더 편안하고, 조용히 빛나서 오래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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