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플래시
달걀은 식탁의 단골손님이다. 달걀프라이, 스크램블, 삶은 달걀까지 조리법도 다양하다. 심지어 라면에도 잘 어울린다. 그런데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고민하게 된다. 흰색 달걀을 고를지, 아니면 갈색 달걀을 선택할지.
마켓에서 달걀 한 판을 집어 들 때도 누구나 한번쯤 이런 질문을 던져 봤을 것이다. “흰색 달걀과 갈색 달걀, 뭐가 다를까?”
특히 가격표를 보면 그 의문은 더 커진다. 갈색 달걀은 보통 흰색 달걀보다 비싸다. 주변의 얘기도 “갈색 달걀이 더 낫다”, “더 자연적이다”라는 이미지를 덧씌운다. 실제로 흰색 달걀은 어딘지 더 균질해 보이기 때문에 인공적인 느낌도 있다. 그래서 흔히 갈색 달걀이 더 건강에 좋을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더해 많은 소비자는 이 차이를 직관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조금이라도 더 좋으니까 더 비싼 거 아닐까?”
껍데기 색은 무엇이 결정하나
달걀 껍데기 색은 어떻게 정해질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영양 상태에 따라 색이 다르게 나타날까?
근본적으로 달걀 껍데기 색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순하고 명확한 원리에 의해 결정된다. 일부 사람들은 닭을 사육할 때 먹이는 사료의 종류나 사육 환경, 유기농 여부가 달걀 껍데기 색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달걀 껍데기 색을 갈색으로 할지, 아니면 흰색으로 할지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핵심 요소는 닭이 가진 ‘유전정보(genetic information)’다.
닭의 유전자 조성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흰색과 갈색이 결정된다. 이러한 유전적 특성은 실제로 산업 현장에서 달걀을 생산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생산자가 상품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달걀색에 맞춰 닭의 품종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닭의 머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귀 아래에 작은 크기의 ‘귓불(earlobe)’이 있다. 귓불은 작고 매끈한 피부 조직으로, 국내에서 사육되는 닭의 귓불 색은 대개 흰색이나 붉은색이다. 사실 마트에서 달걀을 고를 때 닭의 귓불색까지 고려하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유전적 단서가 존재한다.
처음에는 ‘그저 우연이었겠지’라고 여겼다. 그런데 반복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어떤 닭은 흰색의 껍데기가 있는 달걀을 낳았고, 다른 닭은 갈색 껍데기의 알을 낳았다. 그런데 닭의 귓불의 색도 함께 관찰하자 그 상황은 달라졌다. 놀랍게도 흰색 귓불을 가진 닭은 흰색 달걀을, 붉은색 귓불을 가진 닭은 갈색 달걀을 낳는 경향이 있었다. 예외 품종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 사이에는 마치 하나의 수학 공식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유전적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런 차이는 닭이 지닌 색소 관련 유전자의 조합에서 비롯된다.
한 산란계 농장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많은 소비자는 갈색 달걀이 더 비싼 이유를 ‘영양가가 더 높아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 사실보다 직관적인 인식으로 인해 생겨난 추정이다. 실제 가격 차이에는 생산 비용과 소비자의 심리를 겨냥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크게 작용해 발생했다.
어이없는 일이지만 달걀의 가격 차이는 닭의 몸집에서 시작된다. 갈색 달걀을 낳는 닭은 일반적으로 흰색 달걀을 낳는 닭보다 몸집이 더 크고, 더 많은 사료를 먹는다. 사료는 양계 산업에서 가장 큰 비용 요소 중 하나다. 닭이 더 많이 먹을수록 생산 비용은 증가하고,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반영된다. 게다가 큰 닭은 사육 공간까지 더 차지한다. 같은 축사 안에 넣을 수 있는 개체수가 줄어들면 생산량이 감소한다. 결국 갈색 달걀의 가격이 높게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요소가 겹쳐지면서 갈색 달걀은 자연스럽게 흰색 달걀보다 비싼 가격이 된다. 결국 우리가 지불하는 추가 비용은 달걀의 영양 성분이나 맛의 차이가 아니라 달걀 생산에 드는 비용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 뇌는 색과 같은 외부의 정보를 이성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자의적인 해석을 덧붙여 판단한다. 갈색이나 황토색에 대해서는 나무나 흙과 같은 대상을 떠올리며, 자연적이고 친환경적인 좋은 인상을 부여하는 반면, 흰색의 경우는 깨끗함이나 청결함과 같은 좋은 느낌을 갖고는 있지만, 인공적이라는 부정적인 느낌도 함께 떠올린다.
색에 대한 이러한 무의식적인 판단은 소비자가 달걀을 고르는 순간에도 그대로 작동한다. 동일한 달걀이라도 껍데기 색깔이 갈색이면 더 건강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갈색 달걀은 무의식적으로 자연의 산물이라는 이미지가 흰색보다 상대적으로 강하고, 소비자는 그 이미지를 실제 품질에 관한 판단으로 착각해 받아들이게 된다. 마케팅 기술은 이런 심리적 경향을 정확히 포착해 판매에 이용한다.
맛은 신선도가 좌우해
달걀에 대한 영양학적 분석 결과는 이 논쟁에 가장 명확한 답을 제공한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흰색 달걀과 갈색 달걀은 거의 동일한 영양 구성 성분을 가진다. 평균적으로 달걀 한 알에는 약 70㎉의 에너지와 6g의 단백질 그리고 5g의 지방이 포함돼 있으며, 비타민 D, 비타민 B₁₂, 셀레늄(Selenium)과 같은 미량 영양소가 존재한다. 이 수치는 갈색 달걀이든 흰색 달걀이든 상관이 없다. 껍데기 색에 따라 영양분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실제로 달걀의 영양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은 닭의 ‘사료 성분’이다. 오메가-3 지방산(Omega-3 fatty acid)이 강화된 사료를 먹은 닭은 해당 성분이 풍부한 달걀을 낳고, 특정 비타민이 추가된 사료는 달걀의 미량 영양소 구성을 바꾼다. 따라서 영양을 기준으로 달걀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껍데기 색이 아니라 생산 방식과 사료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달걀 껍데기 색은 가장 눈에 띄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달걀 껍데기 두께도 정확하지 않은 인식을 가진 부분이다. 직관적으로 갈색 달걀 껍데기가 더 단단하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과학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실제로 달걀 껍데기 두께와 강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색이 아니고 닭의 나이다. 어린 닭은 상대적으로 나이 든 닭에 비해 껍데기 구성 성분인 칼슘 대사가 왕성하게 일어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어린 닭은 상대적으로 두텁고 튼튼한 껍데기를 만들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든 닭은 얇고 약한 껍데기를 만든다. 이와 같은 현상은 나이에 따른 닭의 생리적 변화가 만든 결과이지 껍데기의 색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갓 낳은 달걀은 향이 풍부하고 질감이 탄탄하다. 하지만 오래될수록 달걀의 내부 구조가 변하면서 풍미가 조금씩 줄어든다. 누구나 더 좋은 달걀을 고르기를 원한다. 껍데기가 갈색이냐, 흰색이냐는 달걀의 품질을 결정하는 본질적인 기준이 아니다. 달걀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신선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