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과 ‘정치의 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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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과 ‘정치의 가오’

입력 2026.05.20 06:00

수정 2026.05.20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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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5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부 출입을 제법 오래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흥망성쇠를 지켜봤고,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도 경험했다. ‘정치인 하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양당 계열 의원들은 많이 달랐다. 국가관, 이념은 물론 말투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 심지어 술자리까지 차이가 났다. 출입처가 바뀔 때마다 약간의 문화적 차이에 당황한 기억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운동권 출신 사회운동가의 풍모가 남아 있었다. 586 의원들은 술자리에서도 양극화 문제 등을 놓고 기자들과 토론하기도 했다. 나름의 ‘순심’이 있었다고나 할까. 열린우리당이 시대의 뒤편으로 사라져갈 때 아쉬웠다. 물론 그랬던 사람들도 다선이 되면서 많이 탁해지긴 했다. ‘운동권의 위선과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에 일부 동의한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 의원들은 결이 달랐다. 법조인, 고위 관료 등 엘리트 기득권 출신이 넘쳐나는 탓인지, 말진으로 경험했던 한나라당이나 반장이 되어 출입했던 새누리당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만나보면 인품이 훌륭하고 도덕심을 갖춘 의원들도 있었지만, 당 전반엔 무사안일주의가 분명 있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이런 말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죽을 때도 줄 서서 죽을 사람들이다.”

두 당의 차이를 장황하게 말한 것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언급하기 위해서다. 개인적으로 그를 알지 못하지만, 그의 행태는 보수 정당의 전형적 모습에서도 많이 벗어나 있다. 우선 변신이 극단적이다. 그는 한동훈 대표의 측근이었다가 나중에 한 대표를 제명했다. 탄핵 해제 표결에는 참여하고 지금은 ‘윤 어게인’을 외친다. 한때 합리적인 사람으로 통했지만, 지금은 보수 강경 인사가 됐다.

장 대표의 8박10일 방미를 두고 정치판이 시끄러웠다. 제대로 된 미국 측 인사도 만나지 못했고, 국무부 차관보를 만났다더니 실제로는 차관 비서실장을 만난 사실도 밝혀졌다. 제1야당 대표의 방미가 국익을 위한 행보였는지, 아니면 자신에게 주는 휴가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간경향 1678호 ‘표지 이야기’는 장 대표가 만난 9명의 상·하원 의원 중 4명이 쿠팡 후원을 받았으며, 이들에 대한 후원은 장 대표 방미 앞두고 집중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장 대표는 귀국 뒤 미국 내 쿠팡 사태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쿠팡 로비를 받은 일부의 목소리를 미국 전체 여론인 양 호도해 전달한 것 아닌가.

여든 야든 정치인들은 ‘가오’를 중요시한다. 그런데 제1야당 대표의 행보는 스스로를 희화화하고, 심지어 한국 정치 전체를 우습게 만들고 있다. 장 대표가 6·3 지방선거 승리의 기준을 ‘영남 사수’ 정도로 낮춰 잡으면서 직을 유지하려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선거 결과가 어떻든 염치 있는 정치인이 보고 싶다.

이용욱 편집장

이용욱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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