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9일 계열사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을 두고 “이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음을 통감하며, 어떤 해명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스타벅스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연 ‘탱크데이’는 5·18 광주항쟁을 폄훼하고, 박종철 열사 사망 사건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을 사용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사과문에서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던 어제, 신세계그룹의 계열사인 스타벅스코리아가 있어서도 안 되고 용납될 수도 없는 부적절한 마케팅을 진행했다”며 “이로 인해 5·18민주화운동 영령과 유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상처를 드려 그룹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번 사안은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 오신 모든 분들의 고통과 희생을 가볍게 여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며 “무엇보다 대한민국 공동체의 역사적 아픔에 대한 그룹 전체의 역사인식과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이번 사태의 발생 경위와 승인 절차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 회장 본인을 포함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엄격한 역사의식과 윤리적 기준 정립을 위한 교육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회장이 과거 인스타그램에 “공산주의가 싫다”고 적으며 ‘멸공’ 해시태그를 반복적으로 썼다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정 회장은 “이번 일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5·18 영령과 유가족, 광주 시민, 박종철 열사 유가족, 그리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모든 분들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전날 정 회장이 격노해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 대표를 즉시 해임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이 ‘격노’했다는 신세계그룹 해명은 물에 기름을 부었다. 그룹을 대표하는 정 회장 본인이 사과할 일을 마치 제3자 처럼 ‘격노’하고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를 해임했다는 것은 물타기 아니냐는 것이다.
광주광역시를 지역구로 둔 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격노한’ 정용진? 똥 눈 놈이 성질나는 것도 유분수지, 당사자가 격노라니, 윤석열이냐”라며 “스타벅스의 5·18 폄훼가 신세계그룹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어난 남의 일인가”라고 올렸다. 정 의원은 “정용진은 격노니, 스타벅스 사장 경질이니로 물타기하지 말라. 먼저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순서”라고 덧붙였다.
앞서 스타벅스는 전날 탱크 시리즈 텀블러 판매를 시작하며 ‘탱크데이’ 행사일을 5월 18일로 지정했다. 이 행사를 홍보하며 ‘책상에 탁!’이라고 문구도 담았다.
이에대해 ‘탱크’ 표현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장갑차와 전두환 신군부를 떠올리게 한다고 비판도 나왔다.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 역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이 발표했던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발언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컬러풀 탱크 텀블러 세트의 용량 503ml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 ‘503’과 관계짓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5·18 광주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는 광고를 하는 기업은 망해야 한다” “절대 실수나 우연이 아니다. 이걸 검수해서 내놓는 인간들도 다 똑같은 일베 같은 부류다” 등 반응을 내놓았다. 신세계그룹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는 논평에서 “신세계그룹 계열사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한국사회 극우세력과 결코 떼어서 볼 수 없다”며 “정 회장의 극우행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의 대선 후보 당시 멸콩 행보에 동참했으며, MAGA 진영 극우단체가 주최한 행사에 수년 간 후원해왔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은 “공동체와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비판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이벤트 알림창. 스타벅스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