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수진 여성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 지방선거 승리 여성 결의대회’에서 여성 공천 30%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10일 ‘대한민국 국가정상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발표한 외부 영입 상임선대위원장 4명 중 3명이 여성이다. 대구 출신 외과 의사 금희정씨, 안선하 세계보건기구(WHO) 자문관, 미얀마에서 귀화한 배우 이본아씨 등이다. 지도부는 “대통합, 대포용 통합형 선대위”라고 자평했다. 이 수식어에 반박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어딘지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었다. 25명 중 2명. 서울 지역 구청장 후보 가운데 여성의 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성 후보를 각 1명씩 냈다. 양당 광역단체장 후보 중 여성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추미애·양향자 후보뿐이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양당 여성 후보는 충남 아산을 전은수(민주당)·김민경(국민의힘) 후보, 대구달성 이진숙(국민의힘) 후보 등 3명에 그쳤다.
공직선거법 제47조는 정당이 지방의원 후보자를 추천할 때 전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하도록 노력하고, 광역의원 또는 기초의원 선거 중 하나에서 선거구마다 1명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민주당은 당헌·당규에 후보자 추천 때 여성을 30% 이상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여성 공천 최소 기준은 30%지만 이번에도 양당은 지키지 않았다. 공천하더라도 광역 단위가 아닌 기초의원에 집중되는 현상이 이어진다.
여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발탁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성별에 앞서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이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문제는 자질을 갈고닦을 기회부터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 공천은 사실상 지역구 국회의원과 당 지도부가 주도한다. 최근 발표된 2024년 국가성평등지수의 23개 지표 가운데 가장 낮은 지표는 국회의원 성비였다. 남성 우위의 불균형한 성비가 유지되는 한 정치권의 남성 중심 문화, 계파 정치는 변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측근이거나 보좌진으로 근무한 이력 정도가 아니라면 정치 신인이 공천의 벽을 뚫기는 쉽지 않다.
여성 할당제나 여성, 청년, 장애인 등에 대한 가산점 제도는 이 같은 구조적 차별을 보정하기 위한 조치다. 그럼에도 손쉽게 공격받는다. 앞서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한준호 의원은 중진인 추미애 의원이 여성 가산점을 받는 게 맞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당헌·당규에 규정된 제도의 취지를 가리는 주장이었다. 추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가산점 적용을 포기하면 “앞으로 경쟁력 있는 여성 후보에 대해선 ‘추미애는 포기했는데’ 이렇게 포기를 강요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2011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 여성 가산점을 포기했던 그는, 그 후 오래도록 정치권에서 여성이 과소대표되는 현실을 봐왔을 것이다.
결국 정당의 의지가 중요하다. 여성 정치인 육성에 나서 최소한의 몫으로 할당된 30%를 채워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대다수의 여당 후보들은 대통령과의 친소관계를 내세울 뿐 무엇을 해서 사회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입법 과정에 다양한 시선이 반영돼야 시민들의 권리가 촘촘히 보장될 것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구색 맞추기로 여성을 소환하는 게 아니라 제도권 정치의 주체이자 동료로서 여성과 함께하는 정치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