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희생자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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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희생자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입력 2026.05.15 14:20

수정 2026.05.1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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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구호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결성된 자유선단연합 소속 구호선 ‘리나 알 나블시’호에 승선한 강정 평화활동가 해초와 승준이 출항 하루 전인 지난 5월 1일 이탈리아 시칠리에서 보내온 사진. 배의 이름은 1976년 5월 15일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한 팔레스타인 17세 소녀 리나 알 나블시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다./해초·승준 제공 사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구호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결성된 자유선단연합 소속 구호선 ‘리나 알 나블시’호에 승선한 강정 평화활동가 해초와 승준이 출항 하루 전인 지난 5월 1일 이탈리아 시칠리에서 보내온 사진. 배의 이름은 1976년 5월 15일 이스라엘군에 의해 사망한 팔레스타인 17세 소녀 리나 알 나블시를 기리기 위해 붙여졌다./해초·승준 제공 사진

작년 9월 강정 평화 활동가 해초는 한국인 최초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구호 선단에 몸을 실었고, 항해 11일 만에 이스라엘군에 나포돼 고초를 겪었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이따금 마주치던 해초의 나포 소식은 충격이었다. 이스라엘군에게 가혹행위를 당했지만, 해초는 다시 배에 올랐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강정의 승준이 같은 배에 올랐다. 5월 2일 이들이 탄 ‘리나 알 나블시’호가 이탈리아 시라쿠사에서 출발했다. 한국 시민들이 모금한 돈으로 산 배에 1976년 나크바 집회에서 이스라엘군에게 살해된 17세 리나의 이름을 붙였다. 5월 8일 출발한 ‘키리아코스 X’호에는 김동현씨가 탑승했다. 나는 하루 한 번 구호 선단 추적기에 접속해 이들의 위치를 확인한다. 단지 항해자들의 안전을 확인하는 게 아니다. 추적기를 볼 때마다 지중해 어딘가에 부유하는 내 작은 마음의 조각을 발견하는 것 같다.

세계보건기구 집계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이후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학살 희생자는 7만2737명이다. 이 가운데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은 2만1283명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 953명 ▲1~5세 유아 4667명 ▲6~12세 아동 6591명 ▲13~17세 청소년이 5711명이 사망했다. 2026년 1월 이후 사망자도 1466명에 달한다. 눈앞에서 사라지는 생명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마음이 위태롭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도록 허용할 수 없고, 죽여도 되는 사람은 없다. 전쟁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 56척의 배가 가자지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인간다움까지 829㎞ 남았다.

전쟁의 희생자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우리처럼 숨 쉬고, 웃고 떠들고, 먹고 자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아들딸, 누군가의 엄마·아빠, 누군가의 형제자매, 누군가의 연인이고 친구다. 전쟁 때문에 주가가 변동하고, 석윳값이 오르고, 물가가 오르고, 쓰레기봉투 품귀 현상까지…. 언론이 말하는 전쟁은 전쟁이 아니다. 전쟁의 본질은 죽음이다. 전쟁은 어린이의 무덤이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의 불법적인 이란 침공 때문에 최소 1701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이란 인권 단체 HRA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중 최소 254명은 어린이다. 침공 첫날, 미군은 이란 미나브의 한 여학교를 공습해 어린이 168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다쳤다. 수개월에 걸친 정보 수집과 목표 설정 끝에 개시된 공습 첫날, 명백히 민간 시설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미군의 고의성을 입증한다. 이제 군사력의 행사는 군인 간의 싸움이 아니라 무고한 시민 특히 가장 취약한 어린이를 목표물로 삼는다. 인공지능, 드론 등 최신 군사 기술이 민간인 학살에 이용된다.

천부인권의 불가침성을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사람이 사람을 죽이도록 허용할 수 없고, 죽여도 되는 사람은 없다. 전쟁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평화 활동가들의 마음은 이처럼 단순하지만, 명료하다. 지난 4월 외교부가 여행 금지 국가에 간다는 이유로 해초의 여권 효력을 말소했지만, 해초는 ‘내가 여권 취소를 이유로 항해를 포기한다면 이후에 다른 사람도 똑같은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항해를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 56척의 배가 가자지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인간다움까지 829㎞ 남았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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