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감시와 학습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IT 칼럼] 감시와 학습

입력 2026.05.15 14:19

수정 2026.05.15 14:21

펼치기/접기
  • 이성규 블루닷에이아이 대표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프레더릭 테일러는 노동자였다. 하버드대에 합격할 만큼 비상했지만, 시력 문제로 포기하고 공장으로 향했다. 그는 펌프 공장을 거쳐 미드베일 제철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했다. 테일러를 ‘과학적 관리 기법’의 창시자로 이끈 건 당시 기업가들의 불합리한 임금 체계였다. 노동자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임금은 오르지 않았고, 이는 자연스럽게 ‘태업’을 낳았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했고, 하루 동안 달성 가능한 ‘정당한 생산량’을 산출했다.

정당한 생산량을 설정하기 위해 그는 노동자들의 노동 행위를 거의 초 단위로 측정했다. 그것을 분해했고, 표준화했다. 이를 통해 정당한 양을 계산했다. 노동자들이 달가워할 리 없었다. 착취 시스템으로 악용될 게 뻔해서다. 테일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내놓은 대안은 ‘기업 이익의 공정한 분배’, ‘기업에 대한 노동자와 경영자의 동등한 책임’, ‘노사의 협조’ 등이었다. 지금은 이러한 맥락이 제거된 채 그저 ‘착취의 대명사’로만 인식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테일러를 모방하고 있다. 지난 4월, 메타는 직원들의 컴퓨터에 마우스 움직임, 클릭 및 키 입력을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겠다는 메모를 돌렸다. ‘업무를 위한 AI’를 개발한다는 명분이었다. 경쟁력 있는 자체 AI를 개발하는 용도 외엔 활용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8만명에 달하는 내부 직원에게 거부할 권리는 부여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 직원들은 자신을 대체하는 AI를 개발하는 데 자신의 노동 데이터가 활용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이 반발은 집단적 저항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직원들의 노동 데이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무직 중심의 지식 노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피지컬 AI를 위해 공장 노동자들의 모든 행위를 카메라에 담는 일도 빈번해졌다. 세계적 규모의 공장이 몰려 있는 중국부터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노동 데이터를 긁어모으려는 빅테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기업가 입장에선 두 가지를 동시에 탐할 수 있다. 피지컬 AI 등을 위한 학습 데이터 판매와 노동 감시가 그것이다. 감시와 학습이 결합한 새로운 노동 환경이 기술 산업 전반에서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노동 데이터는 그 자체로 자본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전언했다시피 데이터 브로커에게 판매할 만큼 경제적 가치가 높다. 특히 요즘은 더 그렇다. 이 데이터를 학습해 개발된 AI 모델은 ‘직무 자동화’ 시장에서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바이브 코딩 기술이 소프트웨어 개발 영역에서 자동화를 확산시킨 것처럼, 유사한 변화가 다른 직군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메타가 노리는 것도 이것이다.

문제는 노동자들의 동의 여부다. 고용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노동 데이터 포획을 기업가들은 당연시한다. 노동자들은 그 데이터에 대한 어떤 보상도 받지 못한다. 한편으론 감시까지 감수해야 하지만 거부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페오마 아준와 교수는 이를 ‘포획된 자본(captured capital)’이라 표현했다. “노동자들로부터 의도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빼돌린 데이터”라는 의미에서다.

이 논란은 메타만의 문제에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 많은 AI 빅테크가 메타를 따라 하며 직무 대체형 AI 개발에 뛰어들 수도 있다. 지식 노동뿐 아니라 모든 제조업 공장 노동자들도 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을 대체할 AI 개발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노동 데이터를 헌납해야 하는 현실 앞에 이를 보호할 제도 마련은 여전히 느리고 더디다. 그렇다고 테일러처럼 노동 데이터로 창출된 기업 이익의 ‘공정한 분배’를 외치는 기업가들도 잘 보이지 않는다. 기술과 권력, 데이터의 관계는 갈수록 더 비대칭적으로 변하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