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60조 캐나다 잠수함 사업, ‘제2의 쇄빙선’ 될까…‘친유럽 정서’ 넘으면 승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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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60조 캐나다 잠수함 사업, ‘제2의 쇄빙선’ 될까…‘친유럽 정서’ 넘으면 승산 있다

입력 2026.05.15 14:16

수정 2026.05.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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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진 ‘안보22’ 대표·전 경향신문 안보전문기자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스웨덴 해사청과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이 쇄빙전용선 건조 계약 서명식을 진행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지난 4월 2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스웨덴 해사청과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이 쇄빙전용선 건조 계약 서명식을 진행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K방산’이 북유럽에 이어 캐나다에서도 ‘유럽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한국 조선 산업은 체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넘지 못한 특수 선박 분야가 있었다. 쇄빙전용선(쇄빙선)이다. 쇄빙선은 유럽 국가들이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했던 분야다. 쇄빙선은 얼음으로 뒤덮인 바다를 이동할 때 해수면 얼음을 분쇄해 항로를 열기 위한 특수한 기능을 갖춘 배다. 강화한 선체와 해빙을 밀어내는 힘, 얼음을 제거하는 특수한 선형 등이 필수적이다.

견고했던 유럽의 쇄빙선 건조 신화는 지난 4월 깨졌다. HD현대중공업이 깼다. HD현대중공업은 4월 2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해사청(SMA)과 3억4890만달러(약 5148억원) 규모의 쇄빙선 1척에 대한 건조계약 서명식을 체결했다. 이 선박은 길이 126m, 배수량 1만5000t의 대형 선박으로 ‘PC(Polar Class) 4’ 수준 쇄빙 능력을 갖췄다. PC 4는 일반적으로 두께 약 1~1.2m 수준의 얼음을 연속적으로 쇄빙할 수 있다.

한국 조선 산업이 이 같은 북유럽 국가 쇄빙선을 수주한 여세를 몰아 ‘캐나다 초계 잠수함 사업(CPSP)’까지 차지할지를 놓고 국제 방위 산업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이 사업은 잠수함 건조비 20조원을 포함해 절충교역 등 규모가 60조원에 달한다.

캐나다는 이르면 6월에 이 사업의 참여 업체를 결정할 예정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는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와 노르웨이 컨소시엄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의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팀 코리아’로 맞서고 있다. 2파전이다.

지정학적 변수

최근 한국이 캐나다의 친유럽·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서를 극복하면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수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이 잠수함의 조기 전력화와 산업 협력을 앞세워 캐나다의 친유럽·나토 변수만 극복하면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는 국민 대다수가 유럽에서 이주해와 정서적으로 유럽 국가이고, 안보적으로는 나토 국가다.

그동안 한국이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은 지정학적 요소였다. 캐나다는 지리적으로나 국제정치적으로 유럽연합(EU)에 가깝고, 안보적으로도 나토 권역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북극 얼음이 녹고 있는 상황에서 캐나다는 북극해를 함께 접하고 있는 나토 국가들과의 전통적 우방 관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독일은 이 부분을 노려 자국이 캐나다산 수상함 전투체계를 도입하겠다면서 군사적 상호운용성 강화를 내세웠다. 캐나다가 유럽 국가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공개적 메시지였다.

국내에서 보도되지 않았지만.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 업체 2곳은 최근 중소형 잠수함 2척을 도입하는 콜롬비아 잠수함 사업 경쟁의 최종 후보군(short list)에서 탈락했다. 앞서 콜롬비아 해군 대표단은 2025년 6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방문해 잠수함 현대화 사업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 수출용 잠수함이 최종 후보군에 들지 못한 것은 성능과 가격 등 경쟁력이 모자라기보다는 콜롬비아의 유럽 정서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종 후보군에 들어간 국가는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등 유럽 3개국으로 알려졌다. 유럽 기업들이 선정된 배경은 콜롬비아가 운용 중인 독일의 209급 잠수함에 익숙하고, 대서양 동맹 성격의 지정학적 힘이 작용한 결과였다.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참가를 위해 지난 3월 25일 진해군항을 출항한 해군의 3000t급 잠수함 1번함 도산안창호함이 지난 5월 4일 미국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한국·캐나다 해군 연합협력훈련 참가를 위해 지난 3월 25일 진해군항을 출항한 해군의 3000t급 잠수함 1번함 도산안창호함이 지난 5월 4일 미국 하와이 진주만-히캄 합동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해군 제공

캐나다가 EU의 ‘공동 군사 조달 및 방산 투자 프로그램’(SAFE·세이프)에 참여하고 있는 점도 큰 변수다. 캐나다가 독일 잠수함을 선택할 경우 유럽의 세이프 기금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세이프는 EU가 회원국의 무기 공동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설계한 것으로 최대 1500억유로 규모의 장기 저리 대출 지원이 가능한 기금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동 전쟁도 막판 변수다. 캐나다가 EU 쪽에 기대게 될지, 아니면 태평양 쪽으로 영역을 넓힐지 전략적 판단을 할 때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캐나다가 한국 잠수함과 독일 잠수함을 절반씩 도입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캐나다는 이를 부인했다.

‘49 대 51’→‘50 대 50’

올해 초만 해도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독일이 한국보다 경쟁우위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캐나다 언론 보도가 등장했다. 익명의 캐나다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한화와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가 최종 제안서에서 캐나다 경제에 가져올 파급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기사였다. 특히 한화는 방산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조선, 인공지능(AI) 등 분야까지 포함해 캐나다에 연평균 2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제안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사업비가 100% 절충교역으로 진행되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특성상 한국이 산업 협력 분야를 늘리겠다는 제안은 매력적이다.

캐나다 정부는 당초 잠수함 사업제안서를 3월 초에 받았으나, 더 많은 실리를 챙기기 위해 마감 기한을 4월 29일까지 연장했다. 그 결과 한화는 10건, TKMS는 4건의 신규 파트너십을 추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캐나다 앨버타 주정부와 에너지와 방산, 조선 분야의 포괄적 협력에 합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캐나다자동차부품제조협회(APMA) 및 한화오션과 지상무기체계 현지 개발 및 생산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방산 전문가들은 “한화가 내놓을 만한 제안은 모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제시한 잠수함 모델은 한국 해군에서 검증된 무기체계라는 게 장점이다. 여기에 건조 비용은 물론, 특히 납기일 경쟁에서는 독일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 캐나다 잠수함이 운용 중인 구형 잠수함의 수명주기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납기일은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다.

방산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수주 가능성을 ‘50 대 50’ 백중세로 보고 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2월 한국과 독일의 수주 가능성에 대해 “현재 스코어는 49 대 51”이라고 밝힌 것과 견주면 확률이 높아졌다. 이는 한화가 막판에 독일 측보다 더 많은 ‘당근’을 내놓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한국과 독일 중 최종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후라도 상당히 오랜 기간 협상에 들어가게 된다. 만약 협상에서 서로 조건이 맞지 않으면 드문 경우지만 2순위 업체로 사업 대상이 바뀌기도 한다. 이밖에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수주 결과는 앞으로 유럽과 또 한번 격돌하게 될 사우디 호위함 사업의 전초전 성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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