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생각하는 일
김기영 지음·사회평론·1만7800원
헌법재판소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탄핵’이다. 국가를 뒤흔든 선택의 순간 우리는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이 사람을 파면할 만한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저자인 김기영 전 헌법재판관은 탄핵 심판을 둘러싼 쟁점으로 불성실과 중대성을 꼽는다. 대통령은 취임 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한다.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는지가 성실의무의 쟁점이다.
2017년 헌법재판소는 이를 법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2023년 이태원 참사와 2024년 검사 탄핵 사건, 2025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을 거치면서 성실의무가 논의 대상에 포함되며 기준이 정교해지고 있다.
공직자의 헌법 위반이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지 따지는 문제는 더 복잡하다. 중대성은 정치적 탄핵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기준이었으나 ‘사후적 외부 사정’ 논리가 더해져 복잡해졌다. 헌법 위반으로 발생한 피해가 사후 해소된 경우 중대성이 약하다고 보는 결과론적 해석이 등장한 것이다.
이 논리가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도 적용됐다면 계엄이 금방 해제돼 피해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중대성이 약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다. 저자는 “이 논리는 언제든 다시 등장할 수 있어 탄핵 심판이 남긴 질문을 계속 되뇌어야 한다”며 “헌법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오늘의 결정이 내일의 정의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하지만 오늘의 결정이 내일 개인의 존엄을 침해하면 바꿔야 한다. 2019년 66년간 유지돼왔던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뒤집혔다. 생명을 보호하는 것은 맞지만, 그 방식이 여성의 존엄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낙태죄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관련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권리 선언을 현실로 바꾸는 것은 사회의 몫으로 시민들이 헌재 결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
에릭 버거 지음·장용원 옮김·상상스퀘어·2만6000원
NASA 우주비행사를 우주로 보내고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는 게임 체인저들의 숨겨진 이야기다. 기존 우주 기업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는 스페이스X의 조직 구조를 조명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탑재물을 궤도에 실어 보내는 회사로 성장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아이를 위한 지구는 없다
김가람 지음·문학수첩·1만8000원
일상이 된 인공지능(AI) 챗봇 대화 뒤의 인프라 설계는 다섯 살 아이들이 맨손으로 캔 금속 코발트에서 시작된다.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는 세계 AI 기업들을 위해 시급 60원을 받으며 독성 물질을 만지다 죽어가는 아동 노동의 민낯을 추적했다.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강유리 옮김·윌북·2만2000원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울트라마라톤 기록 보유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자연에서 40년 동안 만난 모든 생명에 관한 에세이다. 애벌레가 잎사귀에 남긴 암호를 분석하고, 절벽에 굴을 파고 들어가 새 둥지를 탐구한 순간들을 모아 다양한 생물 종의 진화와 연대를 서사로 엮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