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단체·민족문제연구소 “세종대왕 정신 훼손, 국가주의 내세우려는 시도”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 “서울 시민 존재도 모르는 사업에 최대 730억원 예산이 투입”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에 참석해 6.25 참전유공자와 석재 조형물을 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받들어 총’ 조형물로 추진 내내 논란을 빚었던 ‘감사의 정원’이 12일 오전 10시 광화문 광장에서 준공식을 갖고 공개됐다. 서울시는 ‘서울의 랜드마크’라고 주장했으나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오세훈 시민 여론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국가 상징공간인 광화문 광장에 감사의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서울시민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 누구나 자유 및 평화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부에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6·25전쟁 참전 23개국을 상징하는 총 모양의 조형물인 ‘감사의 빛 23’이 설치됐으며, 지하에는 미디어 체험 공간 ‘프리덤 홀’이 조성됐다.
집총경례(받들어 총)를 모티브로 한 23개 조형물은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왼쪽 대각선 뒤편에 설치돼 있으며, 높이는 6.25m에 달한다. 네덜란드와 인도, 그리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독일 등 7개국이 기증한 석재가 활용됐다. 시 관계자는 “스웨덴, 호주, 미국, 태국, 터키 등 5개국의 석재도 올해 연말까지 활용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가사의 정원 상부에 설치된 ‘받들어 총’ 조형물은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자유롭고 개방된 만남의 광장에 반공주의 애국주의 강요하는 조형물 설치가 말이되느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쓰여온 광장 한켠에 들어선 이질적 구조물이 주변경관을 해칠 것이라는 비판도 컸다. 시민단체들은 세종대왕 동상 바로 옆에 6.25m에 달하는 23개 돌기둥을 세운 것은 세종 정신을 훼손하고, 국가주의를 내세운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급조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100미터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세우려 했으나 국가주의적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해 2월 ‘감사의 정원’으로 계획을 수정했기 때문이다. 사회 곳곳에서 비판이 커지고 지난해 11월엔 김민석 국무총리도 현장을 방문해 우려를 표했으나, 서울시는 공사를 강행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국가보훈부가 지정한 국가 수호 관련 현충시설이 약 1300여 개에 이른다. 광화문에서 불과 4~5km 거리에 용산 전쟁기념관이 있지만 왜 굳이 광화문 광장에 지었느냐는 근본적 질문도 나온다. 그러다보니 서울시장 선거를 염두에 둔 오세훈 시장의 치적쌓기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글단체와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대왕 동상 바로 옆에 군사주의를 상징하는 23개 돌기둥을 세우는 것은 민본(民本)을 강조한 세종대왕 정신을 훼손하고, 국가주의를 내세우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로지 오세훈 시장 개인의 상징을 만들고자 하는 정치적 야욕의 결과”라고도 밝혔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도 “호국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지층을 결집하고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하려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맞서는 보수 재건 투사라는 이미지 강화를 노린 오 후보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준공식 전 감사의 정원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권 후보는 “대다수 서울 시민은 존재도 모르는 사업에 최대 730억원 예산이 투입된 것을 두고 볼 수 있느냐”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