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감 보수진영 후보인 정승윤 전 권익위원회 사무처장이 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삭발하고 있다. 부산일보 제공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보수진영에서 때아닌 삭발 바람이 불고 있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삭발한데 이어 부산시장 부산시교육감 후보인 정승윤 전 국민권익위원회 사무처장(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8일 머리를 깎았다. 잇단 삭발 퍼포먼스를 두고 궤멸지경에 이른 국민의힘 등 보수의 절박한 처지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정 전 처장은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삭발식을 감행했다. 그는 자신이 현재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상기시키며 “작년에는 선관위, 올해는 권익위가 등장해 부산 보수 교육감 후보를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단만 바뀌었을 뿐 부산 교육을 특정 세력의 정치 도구로 삼으려는 일련의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말살하는 행위”라고 했다.
권익위가 이날 정상화 추진 태스크포스(TF) 운영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 전 처장 관련 의혹을 적시한 것에 대해 반발한 것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2024년 정 전 처장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심야 회동한 뒤 김건희 명품백 수수사건을 종결했다. 정 전 처장은 사건 종결에 반대하는 권익위 간부의 발언권을 제한하고 주요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지속적으로 비난했으며, 결국 이 간부는 순직했는데 정 전 처장의 행태가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다고 권익위는 판단했다.
정 전 처장은 김건희 명품백 수수사건을 종결한 것을 두고는 “금품 수수가 도덕적·정치적 비난의 대상은 될 수 있으나, 법 집행 기관은 철저히 법률 조문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현행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고, 대통령은 대통령기록물법이 우선 적용되기에 종결 처리는 법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권익위 간부 순직을 두고는 “고인에게 핵심 보직을 맡길 만큼 신뢰가 각별했다”며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 굿판으로 악용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3월23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부산 글로벌 허브 도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삭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도 삭발을 감행했다. 박 후보는 3월26일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부산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삭발식을 가졌다. 박 시장은 “부산 시민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결연한 각오로 삭발한다”고 주장했다. 컷오프 여론에 흔들렸던 박 후보는 공천을 받는데 성공했다.
부산 지역은 아니지만,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 후보도 3월19일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자신을 공천에서 배제하려 하자 “누가 감히 누구의 목을 치려 하는가. 나를 컷오프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충북도민뿐”이라며 삭발했다. 법원은 김 후보가 낸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고, 그는 경선을 거쳐 후보로 확정됐다.
보수진영. 특히 부산 지역의 릴레이 삭발은 결국 야권에 대한 험한 민심과 무관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등 야권은 안마당으로 여겼던 부산경남 선거전에서 민주당에 밀리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절실함을 보여주고, 보수결집을 하기 위해 후보들이 머리를 깍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릴레이 삭발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김영환 국민의힘 충북지사가 3월 19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컷오프 결정에 반발해 삭발하고 있다. 김영환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