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5월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표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5월 6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자살 예방 대책 강화를 지시했다. “외부 요인 때문에 인생을 스스로 그만둔다는 건 너무나 잔인한 일”이라며 자살 문제 대응을 정부의 주요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지난 10년, 군인권 활동가로서 군인들의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국방부 역시 자살하는 장병의 수를 줄이기 위해 자살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상담 접근성을 제고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자살률이 감소한 것은 아니다. 병사들의 자살률이 낮아진 데는 병영에 만연해 있던 폭력과 인권침해가 줄어든 것이 가장 주효하게 작용했다. 사람을 낭떠러지로 몰아넣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어떤 자살 예방 대책도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2024년 기준 10만명당 29.1명이다. 이 통계만 보면 자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감이 잘 오지 않을 수 있다. 2024년 한 해 자살한 시민은 1만 4872명이다. 서울에 있는 ‘동’ 1개의 인구 규모와 맞먹는 숫자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10년간 자살한 시민은 13만4840명이다. 10년새 ‘시’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셈이다. 이 순간에도 매일 30~40명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청년, 장년, 노년, 모든 계층을 가리지 않는다.
“대통령이 자살률 낮추는 문제를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자살률을 낮추는 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모든 행정의 초점을 맞추는 행정 패러다임의 전환이 먼저다.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유를 궁금해할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는 어떤 통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솔직히 두렵다. 사람들이 어깨에 짊어진 삶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너무도 빠르다. 4~5년 전만 해도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기초 코딩 교육이 붐이었다. 비전공자도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부트캠프 광고가 즐비했다. 그런데 불과 몇년 만에 AI가 기초 코딩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경력직만 찾고, 공장 로봇 도입을 두고 곳곳의 일터에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노동하는 사람보다 부양해야 할 사람이 많아진다. 일자리는 줄어가는데 월급으로 사는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은 아직 답과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변화의 파도가 사람들의 삶을 덮쳐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많은 사람이 무방비 상태로 삶에서 밀려나게 될 것이다. 우리에겐 이미 그렇게 아픈 날들을 건너온 경험이 있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가 대표적이다. 지금 사활을 걸어야 할 일은 예고된 변화의 파도에 시민들이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단단한 사회적 방파제를 세우는 일이다. 어떤 위기가 찾아와도 삶의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는 일은 없게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자살률 낮추는 문제를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자살률을 낮추는 건조한 통계와 숫자를 다루는 일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모든 행정의 초점을 맞추는 행정 패러다임의 전환이 먼저다.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유를 궁금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애쓸 줄 알게 된다. 한 사람의 삶을 지키는 일이 곧 세상을 지키는 일이니까.
김형남 정치싱크탱크 VALID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