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한타바이러스 집단 감염이 발생한 크루즈선을 탔던 승객들이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따라 각국 보건당국은 자국 승객들을 모니터링하는 등 긴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감염 초기엔 독감 유사 증상을 보이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면 호흡 곤란 등을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한타바이러스 의심 환자가 나온 네덜란드 선적 ‘MV 혼디우스’에 탑승했던 승객 상당수가 본국으로 돌아갔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 크루즈선은 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서 출항해 지난 3일 서아프리카 카보베르데 앞바다에 정박하기 전까지 대서양 여러 섬에 기항했고, 이때 여행을 끝내고 하선한 승객도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달 22∼24일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에서는 총 23명이 하선했다. 이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휴양지로 이동했다.
이들 중 하선 후 귀국한 한 스위스인은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 한타바이러스의 한 유형인 안데스 변종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확인됐다. 그는 취리히 병원에 입원 중이며, 함께 여행했던 아내는 증세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크루즈선에 탑승했던 영국인 2명이 귀국 후 자택 격리 중이라고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이 밝혔다. 이 영국 승객들은 여정 초기에 배에서 내렸으며, 증상은 없지만 귀국 후 선내 한타바이러스 감염 소식을 듣고 직접 보건당국에 연락했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이들의 접촉자를 추적하는 한편, 확진자와 같은 항공편에 탑승했을 가능성이 있는 승객을 추적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협력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귀국한 자국 승객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조지아주(2명), 애리조나주(1명), 캘리포니아주(미공개)에서 승객들이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고 있으나, 아직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러나 세인트헬레나에서 하선한 23명이 선내 바이러스 감염 사실이나 자신들이 감염됐을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귀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와 인터뷰한 한 승객은 감염이 확인돼 입원 중인 스위스인과 그의 아내가 자가 격리나 건강 검진을 요구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흘 전까지 아무도 그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며 “호주인은 호주로, 대만인은 대만으로, 미국인은 북미 전역으로, 영국인은 영국으로, 네덜란드인은 집으로 갔다”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크루즈선 내 한타바이러스 의심 환자는 총 8명이며 그중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네덜란드인 부부와 독일인 1명 등 총 3명이다.
한타바이러스는 1950년 6·25 전쟁 당시 유엔군 병사 약 3200명 이상이 원인 불명의 고열·신부전·출혈 증상으로 쓰러지면서 존재를 드러냈다. 미생물학자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1928~2022)가 1976년 한탄강 유역에 사는 등줄쥐 폐 조직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박사는 한탄강의 이름을 따 ‘한타바이러스’로 명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