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죄책 감추기 위해 사후 범행까지 저질러”
“1심 23년 보다 8년 줄어”
한덕수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12·3 불법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심의 징역 23년 형보다 8년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는 7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한 전 총리의 주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2024년 12월 3일 불법계엄 선포가 국무위원 심의를 거쳐 이뤄진 것 같은 외관을 형성하기 위해 국무회의 개최를 건의하고, 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들에게 관련 문서에 서명받으려 하며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혐의를 인정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주요 기관 봉쇄 및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행 방안을 논의해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한 혐의도 유죄로 봤다.
불법계엄 해제 뒤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사후 선포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각각 서명한 뒤 이를 폐기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도 유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작년 2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전 장관이 이 전 장관에게 비상계엄 관련 문건을 주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한 것은 위증이 아니라며 1심 유죄 판단을 뒤집고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의 막중한 책무를 저버리고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려는 방법으로 내란 행위에 가담하는 편에 섰고, 자신의 죄책을 감추기 위해 사후적인 범행들까지 저질렀다는 점에서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고인은 국무총리로, 대통령의 제1보좌기관이자 행정부의 이인자이며, 국가 최고 정책 심의기구인 국무회의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의 권한이 합헌·합법적으로 행사되도록 보좌하고 잘못된 권한 행사에 대해서는 응당 이를 견제하고 통제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런데도 피고인은 ‘비상계엄의 충격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자신의 책임 회피에 급한 모습을 보이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진술을 하고 있다”며 “이런 태도는 국민과 역사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매 순간 자책하며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피고인의 법정 진술을 감안하더라도 그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다만 그가 50여년간 공직 생활을 하며 국가에 헌신한 공로가 있고,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진 않은 점 등을 양형 사유로 언급했다.
이날 한 전 총리의 표정은 시종 어두웠다. 재판부가 “일부 위원이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적극 말리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의 명령을 받아 지시사항을 차질 없이 실행하도록 독려하는 방법으로 가담했다”,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를 폐기 내지 손상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등의 대목에서도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 측은 취재진에 “1심 선고형에 미치진 못하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이라 생각한다”며 “판결문을 분석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사실관계나 법리 면에서 납득할 수 없다”며 “상고해서 바로잡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