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13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 후보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여성 정치인이 적은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적은 줄은 몰랐다. 6·3 지방선거의 공천 현황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인구 절반이 여성이고, 최근 몇년간은 여성의제가 큰 주목을 받았는데 현실 정치의 벽은 이렇게나 높구나 싶었다. 정치권만의 얘기도 아니다. 사법부와 행정부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장을 포함해 현재 재임 중인 대법관 13명 중 여성은 3명뿐이다. 헌법재판관은 9명 중 여성이 3명이다.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을 여성이 한 적은 없다. 역대 대통령, 국무총리 중 여성은 각 1명이다. 이재명 정부 장관 20명 중 여성은 4명밖에 안 된다. 상황이 이러니 여성들 목소리가 국가 운영에 제대로 반영될 리 있을까.
이런 주제로 취재를 하면 흔히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있으니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꽉 막힌 여성보다 깨어 있는 남성이 낫지 않느냐’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문제를 여성 스스로 해결하지 말고 남성의 결단에 읍소하란 말인가. 남성 몫을 뺀 나머지 한두 자리에 가까스로, 또는 선심 쓰듯 여성을 끼워넣고 이게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강남역 10번 출구 여성 살해 사건 10주기를 계기로 인터뷰한 4명의 20대 여성은 요즘 대학 내에서조차 페미니즘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했다. 한 여성 청년은 인터뷰 자리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끝내자’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왔지만 “이 옷을 입고 강의실에 들어갈 땐 약간 두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낙인과 공격이 심하다 보니 인터뷰에서 실명을 밝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은 추미애 후보가 헌정사상 첫 여성 광역단체장(경기도지사)이 된다고 하더라도 성평등한 경기도가 만들어질 것인지, 정치권이 페미니스트 정치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래도 세상을 바꾸기 위해 스스로 활동하겠다고 했고, 조금씩이라도 세상은 바뀔 것이다. 20대 여성들이 든 슬로건엔 “페미는 모여서 세상을 바꾸지”라고 적혀 있었다.
이혜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