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가 MIT가 되기까지
데이비드 카이저 엮음·노태복 옮김·빨간소금·2만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는 전 세계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의 모델이다. 이론 지식과 실천적 기술의 결합을 뜻하는 ‘멘스 엣 마누스(Mens et Manus·정신과 손)’를 모토로, 순수과학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겠다는 구상에서 1861년 출발했다. 그러나 초기에는 직업학교나 기술전문학교처럼 여겨졌다.
MIT의 전환점은 전쟁과 경제위기 속에서 찾아왔다. 제1차 세계대전 전후 불황기에는 기업으로부터 연구비와 재정 지원을 끌어냈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연방정부 지원을 받으며 국방·방산 연구의 핵심 기관으로 성장했다. 군사용 레이더,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 등이 이 과정에서 개발됐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에는 ‘찰스강의 펜타곤’으로 불릴 만큼, MIT 예산 상당 부분이 국방부 지원 연구에서 나왔다. 정부·산업·학계 복합체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까지였다면 MIT는 ‘기술의 전당’에 머물렀을지 모른다. 1960년대 반전운동이 확산하던 시기, MIT 내부에서는 무기 기술 연구와 지식인의 책임을 둘러싼 토론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교수 48명이 ‘우려하는 과학자들의 모임’을 결성했다. 현재 전 세계 25만명의 회원을 둔 이 단체는 핵무기, 원자력, 기후변화 등 주요 의제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생명공학 등 민감한 연구 분야에서 시민이 과학기술 평가에 참여하는 모델을 선보인 곳도 MIT였다. 여성 교원 차별 문제를 공론화해 과학계의 젠더 평등 논의를 촉발한 사례 역시 MIT에서 나왔다. 이 책은 한 대학이 사회와 어떻게 호흡하며 성장해왔는지, ‘기술’과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본다.
괴물의 시대
서재정 지음·창비·2만2000원
자국 중심주의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남북·북미관계는 더욱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불안정하고 불행한 ‘괴물의 시대’이지만 오히려 이를 기존의 안보 구도가 강제해온 질서를 흔들고 전환의 가능성을 열 기회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모르는 할머니
김보람 외 지음·돛과닻·1만8000원
영화감독, 활동가, 전도사, 작가, 연구자 등 다양한 여성이 할머니에 관한 기억을 풀어냈다. 그 과정에서 저자들은 때로는 유산이고, 때로는 굴레인 가족 관계를 되짚고 미처 몰랐던 할머니의 면모를 발견한다. 할머니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여성의 삶을 다각도로 비춰본다.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권석준 지음·사이언스북스·2만9500원
한·중·일 반도체 산업사와 패권 경쟁을 다룬 <반도체 삼국지> 권석준 교수의 신작. 이번에는 중국의 반도체·인공지능 산업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그 팽창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를 추적한다. 중국을 이해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다음 선택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