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퍽한 시대, 감동이 부족한 세상이라고들 한다. 증오와 혐오의 언어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들려온다. 언론계 사정이라고 다를까. 외려 더 심하다. 대부분 기사에 편을 갈라 싸우는 댓글이 달린다. 기자들을 향한 ‘기레기’ 비판은 이제 익숙하다. 우리 편 아니면 적이고, 네가 살면 내가 죽는다. 이런 세상에서 공감의 언어로 독자들의 마음을 끌기는 쉽지 않다. 기자 역시 기사를 쓴 뒤 예상과 다른 반응을 접하고 당황했던 경우가 있다.
1676호에는 ‘십시일반의 기적 이뤄질까…납품업체들의 초록마을 구출 작전’ 기사가 실렸다. 법정관리 상태인 친환경·유기농 식품점 초록마을을 구하기 위해 납품업체와 일부 점주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내용이다. 유기농 딸기 농가에서는 “도담과 초록마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딸기 할인행사를 제안했다고 했다. 딸기를 재배하는 한 농부는 “주변에서 ‘난파선에서 빠져나오라’고들 하지만, 그 배가 지금 우리를 있게 한 존재이기도 하다”고 했다. 초록마을과 관련 없는 농업경영인들도 조건 없는 투자 뜻을 밝혔다.
인수에 뛰어든 납품업체나 점주 측에서 경제적 고려를 우선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공존,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은 기사에 대한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오랜만에 감동적인 기사를 본다”, “다 같이 어우러져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등의 선플이 많이 달렸다. 일부는 초록마을을 찾아야겠다고 했다.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이 큰 요즘이지만, 오랜만에 기사를 통해 공감을 얻어냈다는 생각에 내심 기뻤다.
기자생활 30년에 접어들지만, 언론의 역할과 존재가치가 무엇인지 요즘처럼 많이 생각한 때가 없었다. 언론이 예민하게 포착한 사회의 공기와 흐름이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기성 언론은 여론을 주도하지 못하고 더군다나 담론을 제시할 입장은 되지도 못한다. 언론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이번 기사에 대한 반응을 접하고 언론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가르치지 말고 연결하라.’
1677호는 ‘푸바오에 이은 ‘동물 아이돌’? 늑구 열풍이 우리에게 남긴 의미’를 표지 이야기로 싣는다. 대전 오월드를 탈출했다가 10일 만에 잡힌 늑구의 신드롬을 통해 왜 사람들이 늑구에 열광하는지를 다룬다. 늑구를 통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문제, 늑구의 탈출로 주목받은 동물복지 문제도 건드린다.
기자는 늑구라는 존재에 대해 함께 걱정하고, 무사 귀환에 함께 기뻐하는 사회의 공기가 좋았다. 건강해 보이는 늑구 사진은 많은 사람을 안심시켰을 것이다. 혐오와 비난의 말을 쏟아내는 경우가 훨씬 많은 사회지만, 늑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어쩌면 우리는 어떤 공감의 계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사를 발굴하고 실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용욱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