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불편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괜한 불편

입력 2026.05.05 06:00

[렌즈로 본 세상] 괜한 불편

서울 종묘 영녕전에 좌석이 놓였다. 의자의 절반은 외국인 관광객이 채웠고, 나머지 절반쯤은 우리나라 시민들이 앉아 있었다. 지난 4월 26일 종묘에서는 조선시대 국가의례 가운데 여성이 참여한 유일한 의례인 묘현례(廟見禮)를 재현한 공연 <묘현, 왕후의 기록>이 열렸다. 숙종 29년인 1703년, 숙종의 세 번째 왕비 인원왕후가 치른 묘현례를 새롭게 풀어낸 창작극이다. 공연 안내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국가의 예법과 개인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와 왕비의 자리에 오른 뒤 딸을 예전처럼 대할 수 없게 된 아버지 김주신과의 애틋한 이야기를 담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는 45분짜리 공연을 끝까지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무성영화 변사처럼 공연 안내를 맡은 배우의 대사를 듣고 나는 뒤돌아 영녕전을 나왔다. “이제 이야기가 시작되니, 배역 없이 서 있거나 역할 없는 단역들은 이만 무대에서 내려가라.” 누군가는 웃을 수도 있을 법한 대사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조선시대 유일의 여성 참여 의례를 배경으로 한 공연에서 그런 멘트가 과연 어울리는지 의문이 들었다.

댓글